조비(曹丕, 187-226)는 삼국시대 위나라의 초대 황제로 자는 자환, 시호는 문제다. 조조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으나 형인 조앙과 조삭이 일찍 죽어 적장자가 되었다. 조조 사후 후한의 헌제로부터 양위를 받아 초대 황제가 되었다.

그는 자라면서 유학에 조예가 깊은 선비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최염이 그의 사부가 되었다. 그는 최염에게 서경, 춘추, 시경, 예기 등을 배웠다. 그가 사냥에 나가 짐승을 쫓는 데만 몰두하자 최염은 글을 올려 놀이와 사냥에 정신을 파는 것을 극력 경계하였다.

211년 오관중랑장에 임명되고 부승상이 되었다. 조조는 장남을 군정의 대권에 직접 참여시켜 통제하도록 함으로써 조씨 집안이 후한을 대신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217년 동생 조식과의 경쟁에서 이겨 위나라 태자에 옹립되었다. 조비와 조식은 둘다 황후 변씨의 소생으로 문재가 뛰어났다. 조조, 조비, 조식 3부자는 건안 문학의 중심인물이었다. 조조는 시 짓기에 탁월한 조식의 재주를 크게 사랑했다. 조정이 조비파, 조식파로 분열되었다. 위기를 느낀 조비는 중신 가후에게 도움을 청했다. 가후는 “인덕과 관용을 발휘하고 숭상하며 아들의 도리를 잘 지키라”고 충고했다. 조비는 겸손히 처신하면서 중신들의 신임을 얻는데 주력했다. 조조는 가후에게 누가 후계자로 적임자인지를 하문했으나 가후는 묵묵부답했다. 그 연유를 묻자 “원소와 유표 부자의 사례를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원소는 사후에 세 아들 원담 원희 원상이 반목하여 조조에게 집안이 멸망했다. 유표 역시 장남 유기를 멀리하고 채씨가 낳은 차남 유봉을 사랑해 형주를 고스란히 조조에게 헌납하였다. 조조는 장남 조비의 손을 들어주었다.

황제로 취임해 가후를 태위로 화흠을 상국으로 삼았다. 왕랑을 부승상격인 어사대부에 임명했다. 그는 강동을 정벌하려는 구실로 대군을 동원했는데 기실은 헌제가 왕위를 내놓게 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헌제는 퇴위해 산양군이 되었다. 하내군 산양현 1만호를 식읍으로 주고 네 아들을 열후로 봉했다. 222년 손권이 반란을 도모하자 남정에 나섰다. 가후는 남정에 반대했다. “손권은 허세와 실세를 구별하고 육의는 군대의 형세를 통찰하며 험준한 지형에 의지하여 요충지를 지키고 강호에 배를 띄우고 있으니, 단 한번에 모든 일을 도모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결국 남정은 큰 성과없이 끝났다.

상서 진군의 건의를 받아들여 새로운 관리선발제도인 9품관인법을 시행했다. 관직의 등급을 1품에서 9품으로 구분해 관품에 따라 대우를 달리했다. 그러나 개인의 재덕에 따라 관리를 채용하려는 당초 의도와는 달리 유력자의 자제가 높은 품위로 등용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환관과 외척의 발호를 금지하기 위한 정책도 실시했다. 사사로이 복수하는 것을 금하고 반역죄와 대역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밀고하는 것을 허용치 않았다. 태학을 세워 학문을 장려하였다.

그는 뛰어난 시인이자 문학 비평가였다. 그는 사람의 인성은 문장에 드러난다고 생각했다. 시 짓는 능력을 관료 채용에 있어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그는 전론(典論)에서 문학이 인간의 행위 중 최고의 형태이며 한 사람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주된 방법이라 주장했다. “문장은 나라를 경영하는 대업이고 여전히 변치 않을 성대한 일이다. 사람의 수명은 때가 되면 다하고, 영예와 즐거움은 자기 몸에 그친다. 두 가지가 반드시 오래 지속되도록 하는데는 문장의 무궁함보다 나은 것이 없다.” 아버지 조조의 강동 정벌에 참여해 남긴 부회부(浮淮賦)라 시에서는 “군사들은 기운차고 전선에 꽂은 깃발이 펄럭이니 그 위용이 너무나 장엄했네. 효무제가 사냥 나가던 행렬도 천리에 이어진 전선이 자아내는 경관에는 크게 못 미칠 것이네”라고 격정적인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226년 마흔에 붕어했다. 진수는 “문제는 천부적으로 문학에 소질이 있었으니 붓을 대면 문장이 되었다. 만약 여기에 도량을 좀 더 크게 하고 공평한 마음 씀씀이에 힘썼으면 옛날의 현명한 군왕이 그로부터 어찌 멀리 있었겠는가”라고 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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