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표(劉表, 142-208)는 산음군 고평현 출신으로 자는 경승이다. 후한 말 형주목으로 선정을 베풀어 천하의 혼란을 피해 많은 명사와 백성들이 다투어 형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천하대세를 읽는데 둔감해 수성만 하다가 사후 형주를 잃고 자멸했다.

그는 어려서 팔준(八俊)으로 불리었는데 사람 중에 영걸을 의미한다. 이응, 순익, 두밀, 왕창 등이 팔준에 선정되었다. 신장이 8척이 넘었고 자태와 용모가 위엄이 넘쳤다고 한다. 영제 때 대장군 하진 밑에서 북군중후에 임명되었다. 소제 때 형주 자사로 영전하였다. 남양의 원술은 손견과 연합하며 형주를 탈취하고자 하였다. 손견을 보내 유표를 공격했는데 손견은 유표측의 황조군이 쏜 화살에 맞아 죽었다. 이후 남쪽의 영릉과 계양을 점령하고 북쪽으로 한천을 빼앗으니 영토가 수천리에 군사가 수십만에 달했다.

그는 중려 출신 괴량과 괴월 양양 출신 채모의 도움을 받아 형주 지배권을 확고히 하였다. 형주의 여덟 군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강릉과 양양이었다. 괴월은 “남쪽으로 강릉을 점거하고 북의 양양을 지킨다면 형주가 잘 소통되고 안정될 것”이라고 건의하였다. 그는 꾀가 있고 의심이 많아 자신의 영토를 지키고 백성을 편안히 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영제 이래로 오직 형주만이 안전했으며 유표가 형주목이 되자 백성들이 풍요를 누렸다”고 사서에 기록되어 있다.

중원의 전란을 피해 내려 온 사람들이 십여만이 넘었다고 한다. 관서지방과 연주와 예주에서 넘어 온 학자들이 천여명을 넘었는데 이들을 잘 돌보아 궁핍하지 않게 하였다. 「독사병여기요」라는 책에는 “양양은 천하의 허리요 척추다. 중원을 손에 넣으면 동남을 병합할 수 있고, 동남을 얻으면 서북 역시 도모할 수 있다”고 기술되어 있다. 양양은 남북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로 전략적 요충지다.

양양 주변에는 방덕공, 방민, 방상민 등 방씨, 제갈량의 장인 황승언 등 황씨, 괴월, 괴량, 괴기 등 괴씨, 채모 등 채씨와 같은 명문 사족이 많았다. 그는 채모의 누이를 후처로 삼아 이들 사족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였다. 유표의 정치집단 내에서는 채씨와 괴씨 가문의 발언권이 강했다. 채모와 괴월은 형주의 군권을 좌지우지했다. 후처 채씨의 조카를 둘째아들 유종의 처로 삼았다. 제갈량의 큰 누이는 괴기에게 작은 누이는 방덕공의 아들인 방상민에게 출가했다. 유표 사후 장남 유기 대신에 유종이 뒤를 이은 것은 이와 같은 형주 사족의 영향력 때문이었다.

200년 중원 패권을 놓고 조조와 원소가 관도에서 부딪혔다. 원소는 사신을 보내 구원을 요청했으나 지원을 하지 않았다. 조조도 돕지 않고 장강과 한수 일대를 지키며 천하의 정세를 살폈다. 한승과 유선은 다음과 같이 진언했다. “조조는 반드시 원소를 공격할 것이고 이후에 장강, 한수 일대를 공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조와 맞서 싸울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모든 주를 인솔해서 조조에게 귀순하는 것만 못하다. 조조는 반드시 장군에게 깊이 감사할 것이고 이 나라는 후대까지 전해질 것이니, 이것이 가장 안전한 책략이다.” 그러나 시기와 의심이 많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비가 조조에게 패해 도망쳐오자 후하게 대접하고 신야 지방을 맡겼다. 그러나 중용하지는 않았다. 유비는 융중에서 농사짓던 제갈량을 삼고초려해 참모로 영입했다. 제갈량은 “선제께서 신을 비천하게 여기지 않으시고, 외람되이 스스로를 굽혀, 세 번이나 초려로 신을 찾아오셔서 신에게 당면한 세상의 일을 자문하셨다”고 출사표에 유비와의 만남을 기술하고 있다.

208년 조조가 형주를 토벌하러 군대를 일으켜 형주에 도착하기전 병으로 죽었다. 유종이 뒤를 이었는데 괴월, 한승, 부손 등이 조조에게 귀순할 것을 진언했다. 조조의 군대가 양양에 도착하자 모든 주를 바치고 투항했다. 삼국지 저자 진수는 “유표는 위엄과 무용이 있었고 넓은 도량과 식견이 있어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지략을 좋아하고 결단력이 없었고 인재를 등용치 않았으며 직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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