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포(呂布, ?∼198)는 후한말의 무장으로 자는 봉선이며 현재의 내몽고자치구에 해당하는 오원군 구원현 출신이다. 욕심이 많아 쉽게 유혹에 넘어가 무장으로의 일생을 그르쳤다.

그는 무용이 뛰어나 일찍이 병주자사 정원 휘하에서 주부로 봉사했다. 영제가 죽고 소제가 즉위한 후 대장군 하진은 권력을 농단한 환관 주살 계획을 세웠다. 정원은 집금오로 부름을 받아 수도 낙양에 군대를 이끌고 들어왔는데 그가 경호대장으로 수행했다. 하진이 환관에게 암살당하고 원소 등이 환관을 주살해 어수선한 사이에 동탁이 권력을 장악했다.

동탁은 여포를 꾀어 정원을 살해토록 하였다. 그는 정원을 죽인 공로로 기도위에 임명되고 동탁과 여포는 부자의 서약을 맺었다.

그는 중랑장으로 승진하고 도정후에 봉해졌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동탁은 그를 경호대장으로 삼아 호위를 받았다. 동탁은 고집이 세고 편벽되어 성이 차지 않으면 조그만 일에도 여포에게 창을 던졌다. 이런 일로 인해 마음속에 원망하는 마음이 깊어졌다.

사도 왕윤은 소제를 폐하고 황후를 유폐시키는 등 전횡을 일삼는 동탁을 제거하기 위해 미인계를 쓰기로 결심했다. 재주와 미모가 뛰어난 수양딸 초선을 동탁의 애첩으로 만들었다. 그녀는 왕윤의 뜻에 따라 동탁과 여포를 이간질시킬 목적으로 여포에게도 추파를 던졌다. 그의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192년 왕윤과 사손서의 부추김을 받고 그는 동탁을 살해했다.

소설 삼국지연의의 저자 나관중은 초선이란 가공의 인물을 등장시켜 사랑에 빠진 여포가 동탁을 배신해 죽인다는 러브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초선은 서시, 양귀비, 왕소군과 함께 중국의 4대 미인으로 꼽히는데 자신을 희생해 기울어가는 한나라 사직을 구하는 여인으로 승화되었다. 원대의 삼국지 관련 저작에는 다음과 같이 그녀의 경력이 묘사되어 있다. “친정은 원래 임씨 성을 가졌고, 어릴 때의 자는 초선이며, 남편은 여포라 합니다. 임조부에 있을 때부터 서로 헤어져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향을 사르는 것입니다.” 나관중의 뛰어난 상상력으로 인해 그녀는 아름다움으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여성이 되어 무수한 남성의 심금을 울렸다. 여포와 초선의 비극적 사랑은 2000년대 초 중국에서 35부작으로 제작되어 인기리에 방영된 바 있다.

동탁 사후 곽사, 이각 등의 세력에 쫓겨 무관으로 퇴각했다. 그 뒤 하북의 실력자 원소에게 몸을 의탁했다. 원소와 함께 장연의 세력을 격파했으나 휘하의 장수들이 약탈을 일삼자 원소는 그를 기피해 결국 원소 진영을 떠나 하내의 장양과 합세했다. 193년 조조가 서주의 도겸을 공격하자 조조의 근거지인 연주를 빼앗아 연주목이 되었으나 조조의 공격을 받자 서주의 유비에게 의탁하였다. 그러나 유비가 원술과 싸우는 틈을 이용해 유비의 본거지 하비성을 빼앗았다. 유비는 부득이 조조 진영에 몸을 담았다. 이후에도 원술과 손을 잡았다가 배신하고 조조에게 가담하는 등 배신을 밥먹듯했다. 198년 조조는 직접 대군을 이끌고 서주를 공격해 하비성에서 여포를 포위했다. 농성한지 3개월만에 조조에게 사로잡혀 처형되었다.

조조에게 사로잡힌 여포는 너무 쎄게 포박을 했으니 조금 느슨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조조는 “큰 호랑이를 잡았으니 부득이 꽉 조여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그는 용서를 해주면 조조를 위해 충성을 다하겠다고 간청했다. 인재 사랑이 깊은 조조는 마음이 흔들려 옆에 있는 유비에게 물었다. 유비는 “여포가 정원과 동탁에게 어떻게 했는지를 보지 않았습니까”라고 응답했다. 그는 유비에게 손가락질하며 울부짖었다. “이놈은 가장 믿지 못할 놈이로구나.” 결국 여포는 교수형에 처해졌다.

그는 당대의 맹장이었다. 이에 따라 사람 가운데는 여포, 말 가운데는 적토마(人中呂布, 馬中赤兎)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었다. 삼국지의 저자 진수는 여포열전에서 그를 용맹하나 미련하고 하찮은 것에 매달린 소인배로 혹평했다. 그의 삶은 무용은 있었으나 소신없이 이익에 눈멀어 배신을 되풀이한 인간의 슬픈 말로를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