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손(陸遜, 183-245)은 오군 오현 출신으로 본명은 유의고 자는 백언이다. 대기만성형 인물로 대업을 이룬 오나라의 대들보다.

그는 대대로 강동의 호족 집안 출신으로 손권의 형 손책의 사위가 되었다. 손권은 자주 그를 불러 당대의 정치 문제에 관해 의견을 구하였다. 그는 “지금 영웅들이 여러 곳에서 패권을 쥐고 대치하고 있고 호시탐탐 엿보며 관망하고 있다. 안에서 일어난 환란을 평정하지 않고 먼 곳을 도모하기란 어렵다. 우리는 대오를 확충하고 그 가운데서 정예를 뽑아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의 역량은 형주를 장악하고 있는 관우와의 싸움에서 크게 빛을 발하였다. 관우는 번성에 주둔한 위의 조인을 무찌르고 북상해 조조를 공격하려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의 공격에 대비해 강릉에 주둔시킨 대군을 차출해야 했는데 오의 대도독 여몽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관우를 속이기 위해 여몽은 병을 핑계로 건업으로 돌아와 있었다. 손권이 여몽에게 누가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지 하문하자 다음과 같이 육손을 추천했다. “육손은 사려 깊고 패기가 있어 중임을 맡길 만하다. 그는 아직 먼 곳까지 이름이 나있지 않고 관우가 두려워하는 자가 아니다. 그를 쓰면 밖으로는 참된 의도를 숨기고 안으로는 유리한 형세를 살피도록 한 다음 관우를 무찌를 수 있다.”

그는 관우에게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편지를 보내 방심케 만들었다. 관우는 지체 없이 강릉의 군대를 빼내 조인과의 싸움에 투입했다. 여몽은 강릉을 함락시켰고 관우는 번성에서 위의 서황에게 패해 맥성으로 철수하는 중 오의 마충에게 사로잡혀 죽임을 당하게 된다. 그는 그 여세를 몰아 형주를 평정했다. 이 공으로 진서장군에 임명되고 누후로 봉해졌다. 여몽 사후 대도독이 되었다.

촉의 유비는 죽은 관우의 복수전을 일으켰으니 그 유명한 이릉대전이다. 이릉대전은 관도대전, 적벽대전과 함께 삼국시대의 3대 전쟁으로 평가됐다. 221년 유비는 친히 대군을 이끌고 오나라를 공격해 관우의 복수와 형주의 탈환을 도모하였다.

이릉대전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단계는 촉군이 연전연승해 오나라를 궁지로 모는 단계다. 손권은 제갈근을 사신으로 보내 형주를 되돌려 주겠다고 제의하며 화친을 구한다. 유비는 이를 거절한다. 둘째 단계는 촉군과 오군이 이릉 일대에서 서로 대치하는 장면이다. 손권은 육손을 최고사령관으로 발탁해 전권을 준다. 그는 각 관문과 요충지를 굳게 지키면서 먼 원정으로 피로한 촉군이 지치기를 기다린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피로에 지쳐 방어가 허술해진 촉군 진영에 화공전을 펴 승리를 거둔다. 유비는 백제성으로 달아나 이릉대전은 오군의 대승으로 끝난다.

이릉대전은 그의 뛰어난 작전 능력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손권은 “나라 안의 일은 과인이 주장할 것이나, 나라 밖의 일은 모두 장군이 맡으라”며 전권을 주었다. 그는 여러 장군들의 주장을 물리치고 때가 이르기를 기다렸다가 화공으로 전세를 일거에 뒤집었다. 삼국지의 저자 나관중은 육손의 모습을 ‘치욕을 참아가며 중대한 책임을 맡았다’는 인욕부중(忍辱負重)으로 표현하였다. 이릉대전의 결과 강남 지방에 대한 오나라의 지배력이 공공해졌다. 반면에 촉나라는 전략 요충지인 형주를 잃어 형주와 익주를 발판으로 중원을 치려는 제갈량의 구상이 물거품이 되었다.

244년 그는 승상이 되었다. 그를 임명하는 조서에는 “천부적인 자질과 총명함이 있어 미덕을 빛냈으며, 장군으로 임명되어 나라를 보좌하고 재난을 없앴다.”고 기록되어 있다. 당시 조정은 태자 손등이 죽은 뒤 셋째아들 손화와 넷째아들 손패 지지 세력간의 싸움으로 시끄러웠다. 손권은 손화를 태자로 삼았지만 손패를 노왕으로 삼아 태자와 동등하게 대우해 갈등이 증폭되었다. 그는 태자와 노왕의 대우를 달리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오히려 무고를 받고 파직되었다. 건강을 헤쳐 63세로 유명을 달리했다. 진수는 삼국지 육손전에서 “육손은 충성스럽고 간절함이 지극하여 나랏일을 걱정하다 죽었으니 사직의 신하라고 할만하다”고 칭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