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욱(荀彧, 163-212년)의 자는 문약으로 영천군 영음현 출신이다. 조조의 참모가 되어 천하 쟁취의 기반을 갖도록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후한 순제와 환제 때 명성을 떨친 손속의 손자로 어릴 때부터 재주가 뛰어났다. 어렸을 때 관상을 잘 보던 하옹은 “제왕을 보좌할 재능을 갖고 있구나”라고 평한 바 있다. 189년 효렴에 천거돼 공직에 나갔다. 191년 조조에게 몸을 의탁했다. 조조는 “나의 장자방”이라고 기뻐하며 사마에 임명했다.

조조의 참모로서 헌제를 받아들이도록 건의한 것이야말로 조조를 여러 제후 가운데 으뜸으로 만들었고 천하 패업의 길을 닦아 준 셈이다. 196년 황건적에 시달린 헌제가 낙양으로 돌아오자 헌제를 영접하고 허도에 수도를 정하는 문제로 조조 진영이 논란에 휩싸였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는 “지금 천자의 수레가 수도로 돌아왔지만 낙양은 잡초만 무성하다. 진실로 이 기회를 이용해 천자를 받들어 백성들의 희망에 따르는 것이 큰 순리다.”며 천자를 모실 것을 적극 주장하였다. 조조는 낙양으로 가 천자를 받들었다. 조조는 대장군 순욱은 시중 겸 상서령이 되었다. 이를 계기로 조조는 천자를 끼고 제후를 호령하게 되었다.

이후 조조는 그와 군사와 국정에 관한 일을 상의하였다. 사람 보는 안목이 뛰어나다고 생각해 인재를 추천받았다. 순유, 종요, 곽가 등이 조조의 참모가 되었다.

원소와의 관도 전투에서 그의 지략과 혜안이 크게 빛을 발했다. 조조는 연주와 예주 두 지방을 지배했지만 원소는 공손찬을 패망시키고 유주, 기주, 병주 등 황하 이북 지역을 지배하에 두고 있었다. 공융 등은 원소와의 싸움은 이기기 어렵다며 반대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반론을 폈다. “원소의 군대는 많지만 군율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 참모 전풍은 강직해서 윗사람을 거역하고, 허유는 탐욕스러워 자신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인물이다. 심배는 독단적이면서 무모하고 봉기는 경솔하고 자신만을 믿는 인물이다. 안량과 문추는 단순히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무사에 불과해 군대를 지휘할만한 인물이 못된다”며 승리를 예견했다. 그가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내 이를 이용함으로써 열세를 우세를 바꿀수 있는 지략을 겸비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관도전투가 시작되었다. 원소는 군사력 면에서 우위를 점했고 조조는 식량이 다 떨어져 허도로 돌아가려했다. 그는 편지를 보내 “지금 식량이 적지만 그리 심각하지 않다. 정세를 살펴볼 때 원소의 세력은 고갈되어 반드시 급변하는 일이 생길 것이다. 이는 바로 뛰어난 계책을 사용할 때이므로 놓쳐서는 안된다”며 관도에서 버틸 것을 주장했다. 조조는 원소 있는 곳을 급습해 장수 순우경 등을 참수하니 원소는 퇴각했다.

203년 기주 청주 유주 병주가 조조의 수중에 들어왔다. 순욱은 일등 공신으로 황제에게 만세정후에 추천됐지만 그는 사양했다. 조조는 편지를 보내 “당신과 고락을 함께 해온 이래 국정을 보좌해 주었고 인재를 추천해 주었다. 은밀한 계략을 짜내기 위해 얼마나 많이 고심했던가.”라며 작위를 권하였다. 이천호의 식읍을 받았고 장남 순욱은 조조의 딸 안양공주와 결혼했다.

그러나 조조의 권세가 커짐에 따라 둘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그는 조조를 통해 한 황실의 재건을 꿈꾸었고 조조는 새로운 정권의 수립에 무게를 두었다. 212년 조조의 측근 동소 등은 조조의 작위를 국공(國公)으로 높이고 여러 특권을 부여토록 할 것을 그에게 상의했지만 단호히 반대했다. “조조가 의병을 일으킨 것은 조정을 구하고 국가를 안정시키기 위함이다.”는 것이 그의 뜻이었다. 조조는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얼마 후 조조가 그에게 찬합을 보냈는데 열어보니 아무런 음식도 들어있지 않았다. 뜻을 알아차리고 독약을 먹고 자살했다.

「순욱별전」에 따르면 그는 임종이 다가오자 각종 문서들을 다 태워버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의 뛰어난 계략과 비책이 후세에 전해질 수 없었다. 사마의는 “백수십년에 걸쳐 그만한 인재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높이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