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魯肅, 172-217)의 자는 자경으로 임회군 동성현 출신이다. 촉의 제갈량과 지략을 모아 조조의 남하를 막고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 중 한명이다.

삼국지 열전에 따르면 집안이 부유했고 천성이 베푸는 것을 좋아했다. 재물을 많이 풀어 가난한 이를 구제하고 인재들과 사귀는 것을 즐겼다. 일찍이 오의 실력자 주유와 친교를 맺었다. 주유는 손권에게 노숙같은 인재를 널리 구해야 큰 공업을 이룰 수 있다며 중용할 것을 건의했다. 손권은 노숙과의 술자리에서 천하의 정세를 물어보았다. 그는 “한나라 왕실은 다시 일어날 수 없고, 조조는 쉽사리 제거되지 않는다. 강동을 차지하고 천하의 변화를 살펴야 한다. 형주의 유표를 쳐서 장강 유역을 차지해 제왕이 되어 천하통일을 꾀해야 한다”는 단계적 천하통일론을 제시했다.

조조는 유종을 제압해 형주를 손안에 넣고 강동 지역을 차지하려 남하 준비를 서둘렀다. 촉의 제갈량과 오의 노숙은 두 나라가 힘을 합쳐 주적인 조조에 대항해야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오의 조정은 장소 등의 온건론과 주유와 노숙의 강경론이 격렬히 대립했다. 노숙은 “제가 조조에게 항복한다면 현령 정도의 벼슬을 받고 목숨은 부지할 수 있지만 주군은 항복하면 어떠한 대접을 받을지 상상할 수 없다. 전하로서는 철저하게 항전하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며 항전론을 주장했다. 결국 항전론이 채택되고 제갈량의 화공 전략에 힘입어 적벽에서 조조군을 대파할 수 있게 되었다.

적벽대전 이후 형주를 양분한 오와 촉은 매우 미묘한 상황에 빠졌다. 촉은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에 따라 형주를 기반으로 익주를 장악해 위·오·촉의 삼국정립을 추진하려 하였다. 주유 역시 형주와 익주를 장악하면 중원을 노릴 수 있다는 생각이 강했다. 주유는 촉을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노숙은 위에 대항하는 공동 파트너로 인식했다.

삼국지 노숙전에는 “그가 체격이 컸고 어려서부터 강력한 절조가 있었으며 특이한 계획을 잘 냈다”고 기록되어 있다. 주유가 익주를 칠 준비 중에 급서하면서 그가 오나라의 국정을 이끌었다. 217년 죽을 때까지 오와 촉은 비교적 원만한 외교관계를 유지했다. 양국의 국력은 위에 비해 한참 떨어지며 천하통일의 대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가능하다는 현실인식을 갖고 있었다.

제갈량의 목표는 ‘한 왕실의 부흥’이지만 그는 한 왕실의 부흥은 물건너 간 것으로 생각했다. 노숙과 제갈량의 천하삼분 구상의 키는 형주였다. 형주를 장악한 후 익주를 쳐 위나라와 한판 승부를 벌인다는 전략이었다.

그는 조조를 견제하기 위해 형주 전체를 유비에게 맡겼다. 유비는 이를 바탕으로 익주를 장악할 수 있었다. 반면에 조조에게는 재앙이었다. 조조는 충격을 받아 손에 잡고 있던 붓을 놓쳐버렸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러나 214년 유비가 촉을 장악하자 오와 촉의 관계가 험악해졌다. 양국관계 회복에 노심초사했던 그가 217년 세상을 떠나고 여몽이 뒤를 잇자 두 나라는 긴장관계에 들어갔다. 여몽은 주유처럼 반유비적 성향이 강했고 위나라와의 우호 관계 재건에 호의적이었기 때문이다.

유비가 익주를 평정한 후 오나라는 형주의 장사, 영릉, 계양군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유비는 거절했다. 양군은 익양에서 서로 대치했다. 노숙은 “우리 주군이 본래 땅을 빌려준 것은 그대들이 의지할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익주를 얻었으면서 형주를 돌려주려는 뜻이 없고 단지 세군만 돌려달라는 데도 명에 따르지 않고 있다”며 비난했다. 관우 측은 “땅이란 덕 있는 사람에게 속하는 것일뿐 어찌 영원히 가지려 하느냐”며 영토 양보의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후일 관우가 여몽에게 형주를 잃을 때까지 긴장 관계는 계속되었다.

217년 그가 46세에 세상을 떠났다. 손권은 “옛날 노자경은 일찍이 내가 제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는 형세 변화에 밝았다고 할만하다”며 슬픔을 참지 못했다. 그는 제갈량과 더불어 삼국정립의 국면을 형성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해낸 인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