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의(司馬懿, 179-251)는 위나라의 조조, 조비, 조예, 조방 4황제를 보좌했고 진 왕조의 기초를 닦았다.

자는 중달이며 하남성 온현 출신이다. 사마방의 둘째로 형 사마량을 포함해 8형제가 모두 뛰어나 사마팔달(司馬八達)이라 불렸다. 사마량은 인물 품평과 고전 해석에 능했다. 중신 최염은 일찍이 사마량에게 “당신 동생은 머리도 좋고 담력도 있어 당신 이상으로 장래가 기대되는 사람이다”라고 평하였다.

그는 조조의 출사 요청을 받아들여 208년 문학연에 취임했다. 조조는 그의 재능을 아껴 중책을 맡겼지만 한편으로는 경계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아들 조비에게 “그에게 우리 집안을 빼앗길 염려가 있으니 주의하라”는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그는 한중의 장노 토벌 때 본격적으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장노를 제압한 조조에게 “촉은 유비가 장악한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민심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 멸망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라며 정벌을 건의했다. 조조는 “인간의 욕망에는 끝이 없구나. 농서를 얻었는데 촉까지 바라겠느냐”며 건의를 물리쳤다.

219년 형주의 관우군이 위의 번성을 포위했다. 놀란 조조는 천도까지 고민했다. 그는 강남을 준다는 조건으로 오나라가 관우를 공격하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건의했다. 오의 협공으로 관우는 생포되어 처형되고 위나라는 위기에서 벗어났다.

223년 유비가 죽고 제갈량이 촉의 국정을 책임졌다. 5차례의 북벌이 시작되었다. 중원을 노린 제갈량의 도전과 위나라를 지키기 위한 사마의의 지략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227년 제갈량은 위나라에 투항한 맹달을 포섭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맹달이 배신하면 촉군과 맹달군이 합쳐 중원까지 일거에 치고 올라갈 계획이었다. 이를 눈치 채고 밤낮없이 달려 500㎞의 거리를 8일만에 주파해 맹달을 사로잡아 처형했다. 기가 꺾인 촉군은 가정의 싸움에서 져 첫 번째 북벌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가 직접 공명과 대적한 것은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전투였다. 네 번째 전투에서는 장합과 힘을 합쳐 촉군의 북상을 저지하였다. 둘은 마지막으로 234년 오장원 전투에서 대결했다. 식량 보급에 애로를 겪은 촉군은 속전속결을 원했지만 중달은 지구전으로 일관했다. 공명은 여성의 머리 수건과 머리 장식을 보내 중달이 싸움에 응하지 않음을 비웃었다. 그러나 이에 말려들지 않았다. 결국 공명은 오장원에서 54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위나라 최고의 중신이 된 그에게 돌아온 것은 조씨 왕족의 견제였다. 조상을 중심으로 한 조씨 세력이 권력에서 배제시켰다. 그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와신상담 때를 기다렸다. 조상의 측근이 그의 근황을 알아보러 찾아오자 말귀를 못 알아듣고 눈물을 흘리며 병들어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에 방심한 조상 일파가 수도를 비운 사이 249년 정변을 일으켜 일거에 정권을 장악했다. 권력은 두 아들 사마사, 사마소를 거쳐 손자 사마염에게 넘어갔다.

그는 뛰어난 지략가였다. 자신을 이기는 자가 최후의 승리자가 된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마음을 통제했고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역사가 자오위핑은 그를 “자기 통제의 승부사”로 평가했다. 조조는 그를 중용하면서도 경계하였다. “이리의 얼굴을 감추고 호랑이를 섬긴다”는 자세로 조조를 보좌해 잔인한 조조의 숙청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의 처세는 한마디로 ‘참고 감춘다’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결정적 순간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가차없이 행동에 나섰다. 조상 세력을 처단할 때에는 삼족을 멸하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이미 출가한 여자들까지 모두 죽였다. 시기가 많고 권모술수에 뛰어났다. 병문안을 온 청주지사 이상을 교묘한 연기로 속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권력을 행사하고 군대를 움직이는 능력 면에서 공명보다 한 수 위로 평가됐다. 공명이 후세 사람들의 끝없는 존경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는 권력을 찬탈한 인물로 묘사된다. 세속의 권력을 얻었지만 추상같은 역사의 단죄를 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