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劉備, 161-223)의 자는 현덕으로 위의 조조, 오의 손권과 함께 삼국시대를 연 주역이다.

그는 전한 경제의 아들인 중산정왕의 후손으로 북경 근처 탁현에서 출생했다. 유년시절 공부에는 크게 흥미를 못 느꼈고 사람 사귀기를 좋아한 한량이었다. 관우와 장비와 “한 해 한 달 한 날에 태어나지는 못했어도 한 해 한 달 한 날에 죽기를 원한다”며 도원결의(桃園結義)를 맺었다.

황건의 난이 그를 역사의 전면으로 이끌었다. 의용군 모집에 참가해 토벌의 공훈으로 부현장이라는 말직을 얻었다. 그는 공손찬의 휘하에 들어가 평원지방의 장관이 되었다. 이후 서주자사 도겸의 휘하에 들어갔는데 그가 병들자 유비를 후임 서주목으로 천거했다. 194년 드디어 서주목이 되어 전국의 군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196년 맹장 여포에게 속아 서주를 빼앗기고 조조에게 의지하는 신세가 되었다.

200년 관도전투에서 원소의 편에 섰지만 조조에게 대패해 결국에는 형주의 유표에게 몸을 의탁하게 되었다. 비육지탄. 할 일이 없이 놀고먹어 넓적다리에 살만 찐다는 뜻으로 이 시절 그의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고사다.

207년 삼고초려의 예로 제갈공명을 참모로 맞이한다. 그의 겸손한 인품이 공명의 마음을 움직였다. “내가 공명을 만난 것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은 이치다”라는 수어지교(水魚之交) 고사처럼 위대한 군신관계가 시작된다. 오나라를 정벌해 통일을 마무리 지으려는 조조의 기세를 저지하는 것이 시급했다. 공명은 오나라로 건너가 오·촉 동맹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끈 여세를 몰아 형주를 장악했고 익주까지 확보하게 되었다. 공명이 제시한 천하삼분지계가 실현된 것이다. 214년 형주로 들어가 익주목이 되고 중원 진출의 거점인 한중을 장악해 219년 한중왕이 된다. 221년 촉한의 초대 황제로 옹립된다.

그러나 형주를 방어하던 관우가 오나라의 계략에 속아 목숨을 잃고 촉나라는 이릉 전투에서 대패한다. 백제성으로 도망가지만 건강을 헤쳐 223년 숨을 거둔다. 그는 공명에게 “그대의 재능은 조비보다 열배나 뛰어나다. 반드시 나라를 안정시키고 통일의 대업을 이룩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태자가 보필 할 만하면 잘 지켜주고 그렇지 못하면 그대가 대신 나라를 다스려 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공명은 “제 생명이 붙어있는 한 성심껏 보좌하고 신하로서 절의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맹세한다.

그는 덕으로 권력을 얻었다. 일찍이 참모 방통에게 “조조와 나는 물과 불처럼 다르다. 그는 조급하지만 나는 느긋하고, 그는 폭력을 앞세우지만 나는 인의를 내세우며, 그는 속임수에 능하지만 나는 매사를 정성으로 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인의를 앞세운 정치가 그의 통치 비결인 셈이다. 구체적으로 공경과 너그러움과 신뢰를 통해 인의를 실천했다. 그는 서주목이 되라는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세 번이나 사양하였다. 그는 자신의 적조차도 용서하고 부하로 기용하였다. 한번 믿으면 끝까지 신뢰했다. 장판교 싸움에서 조자룡이 배신했다는 고자질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신뢰를 잃지 않았다. 참모 공명을 믿어 자신의 사후 정권을 그에게 맡겼다. 공명이 죽을때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충성한 것은 자신을 믿어준 주군에 대한 보답이었다.

면후심흑(面厚心黑). “얼굴은 뻔뻔하고 마음은 검다”는 뜻이다. 후흑학의 대가 리쭝우는 유비와 조조를 대표적인 면후심흑형 인물로 평하였다. 고비고비마다 그가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뻔뻔스러움과 탁월한 연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평생 전쟁터를 누볐지만 용병술에는 서툴렀다. 위 황제 조비는 “유비는 용병술에 밝지 못하다”고 혹평하였다.

역사가 진수는 그를 영웅의 그릇으로 평가했다. 홍의관후(弘毅寬厚). 넓은 식견과 강한 의지와 포옹력을 들었다. 그러나 “변통에 능하지 못하고 상황에 맞게 계책을 짜는 면에서 조조만 못하였으므로 천하의 한 귀퉁이만을 차지하고 큰 뜻을 펼치지 못했다”는 부정적 평가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