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諸葛亮, 181-234)은 산동성 기남현 출신으로 자는 공명이다. 후한 말 유비를 도와 위·오·촉의 3국 시대를 탄생시킨 주역이다.

후한 말은 “사방 1척의 땅, 한 사람의 백성조차 한나라의 것은 아니다”라는 말처럼 유래없는 난세였다. 그는 형주의 융중이라는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학문에 정진하였다. 당시 형주에는 중원의 전란을 피해 많은 인재들이 몰려들었다. 최주평, 서원직, 맹공위, 방사원 등이 함께 공부한 학우들이었다.

그는 멸망 직전의 한 황실을 부흥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형주의 명사인 황사언은 그의 재능을 꾀뚫어 보고 자신의 딸을 시집보냈다. 그의 처는 추녀여서 당시 사람들은 “공명에게 아내 고르는 법만은 배우지 마라. 볼품없이 못생긴 추녀를 얻을테니”라고 흉을 보았다고 한다.

그에게 웅비의 기회가 온 것은 유비의 ‘삼고초려’ 덕분이었다. 207년 유비와 공명이 만나게 된다. 이때 유비는 47세, 공명은 27세였다. 유비는 201년부터 형주의 유표 휘하에 들어갔다. 뛰어난 참모를 찾던 그는 공명의 초가집을 세 번이나 찾아간다. 제갈량전에는 “이리하여 유비는 마침내 제갈량을 방문했는데, 세 차례나 찾아간 뒤에야 비로소 만날 수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는 유비에게 천하삼분지계를 내놓는다. 유비가 형주와 익주를 차지하여 조조와 손권과 정립한다는 계책이다. 오나라의 손권과 연합하여 위에 대처하고 천하통일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가 남긴 융중대(隆中對)에는 “만약 형주와 익주를 동시에 차지한다면 지형적 장애에 의존하고 … 손권과 사이좋게 지내면서 내치에 힘쓸 수 있다”고 표현되어 있다. 유비의 막료가 된 공명의 최우선 과제는 조조를 상대하는 일이었다. 그 유명한 적벽대전은 그의 계책에 힘입어 조조의 참패로 끝난다. 이후 여세를 몰아 형주를 차지하고 유장이 다스리던 익주까지 병합하여 그가 구상한 천하삼분의 구도가 실현되었다.

이후 유비의 촉나라는 관우의 죽음, 이릉 전투 대패 등으로 위기에 빠져들었다. 형주를 지킨 관우는 조조군을 치기 위해 강릉에 주둔한 대군을 빼다가 역습을 당해 오나라에 죽임을 당한다. 이릉 전투 역시 오의 맹장 육손의 계략에 빠져 참패로 끝나고 말았다.

223년 유비는 백제성에서 임종을 맞이한다. “귀하의 재능은 조비의 십배다. 만약에 대를 이을 내 자식이 보좌할만하면 이를 보좌해주고, 만약 재능이 없으면 귀하가 스스로 대신하라”는 유언을 남긴다. 공명은 “신은 고굉의 힘을 다할 것이다”라며 충성을 맹세한다.

촉나라의 운명은 그의 어깨에 달려 있었다. “모든 힘을 다해 죽은 후에야 그만둔다”는 ‘국궁진췌 사이후이’의 각오로 국정에 올인했다. 먼저 주적인 위나라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뒤틀어진 오나라와의 외교관계 정상화가 시급했다. 사신 등지를 보내 군사동맹을 회복시켰다.

중원 진출의 교두보인 한중 지방 경영에 온 힘을 쏟았다. 사람들을 이주시켜 경작을 장려해 한중 지역을 활성화시켰고 안정적인 군량미 조달의 기틀을 마련했다. 촉나라 배후에 있는 남만 지방을 정벌해 배후를 안정시켰다. 맹획을 7번 잡았다가 7번 풀어주는 칠종칠금(七縱七擒)의 전략으로 민심을 복속시켰다.

227년 그는 후주 유선에게 출사표를 올리고 북벌에 나선다. 출사표는 정감과 논리를 두루 잘 갖춰 사람들을 깊이 감동시킨다. 유협은 “뜻을 다하고도 문리가 잘 소통되어 표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높이 평가하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5번의 북벌은 모두 실패로 끝나고 234년 오장원의 진중에서 운명한다.

그는 성신(聖臣)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주군에게는 충신이었고 뛰어난 정치가였으며 백성을 아낀 애민가였다. 무엇보다도 청렴결백한 처신으로 후세의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유선에게 올린 상소문에서 “신은 뽕나무 800그루와 밭 15경을 갖고 있어 자손들의 살림에는 부족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무덤은 관이 들어가면 족하고, 입던 옷으로 염을 하며 다른 부장품은 넣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