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曹操, 155-210)는 안휘성 박주에 해당하는 패국 초현 출신이다. 위나라를 건국했고 유비, 손권과 함께 삼국시대의 주역이다.

그에 대한 인물 평가는 후한 말 인물평의 대가인 허소의 “치세에는 능신이요 난세에는 간웅”이라는 말에 잘 나타나 있다. 조부인 조등은 일찍이 환관으로 궁중에 들어갔다. “궁중 생활 30여 년 동안 네명의 황제를 실수 없이 잘 섬겼다”고 한다. 조등의 양자가 조조의 아버지인 조숭이다. 부유한 환관 집안에 태어난 덕에 어려서부터 학문에 열중할 수 있었다. 그는 평생 외모와 신분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환관 집안 출신이라는 점, 얼굴이 못생겼다는 점 때문에 가문과 외모를 중시하는 후한 말 정국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4대에 걸쳐 삼공을 배출하고 “얼굴에 위용이 서려있다”는 평을 받은 원소가 최대 라이벌이 된 것은 어쩌면 숙명이었는지 모른다.

그는 20세에 관계에 입문했다. 이후 수도 낙양의 치안을 책임지는 자리로 승진했는데 야간 외출 금지령을 어긴 당대의 실력자 환관 건석의 숙부를 몽둥이로 때려죽여 낙양 주민이 공포에 떨었다고 한다. 그의 매서운 성품을 잘 보여주는 일화다.

184년 황건의 난이 발생했다. 황건적을 진압하기 위한 의용군에 조조도 참여하였다. 반란 진압의 공으로 산동성 제남국의 장관이 되고 원소와 함께 신진기예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소제가 황제가 되자 생모인 하태후의 오빠인 하진이 실력자가 되었다. 하진은 환관 주살 계획을 세웠지만 실패해 암살되고 정국은 혼란에 빠졌다. 그 틈을 타고 동탁이 실권을 차지하고 헌제를 옹립했다.

폭정을 일삼는 동탁을 타도하기 위한 반동탁 동맹을 주도했으며 청주병 30만명을 조직해 막강한 군사력을 확보하였다. 이후 원술, 유비, 여포 등을 차례로 격파하고 200년 관도 전투에서 원소를 대파해 중원지역을 평정하였다. 208년 적벽싸움에서 유비·손권 연합군과 싸웠으나 대패했다. 위·오·촉의 천하쟁패가 계속되는 삼국 정립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는 탁월한 정치인이었다.

특히 인재에 대한 욕심이 컸다. 210년 구현령(求賢令)을 반포하여 천하의 인재를 널리 구하였다. “천하에 묻혀 있는 인재를 찾아내라. 오직 능력만으로 천거하라. 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중용할 것이다”고 천명하였다. 순유, 순욱, 정욱, 곽가, 가후, 최염 등 당대의 인재들이 수도에 몰려들었다. 그의 인재관은 한마디로 불념구악(不念舊惡)이었다. 과거의 원한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적의 편에 있던 가후와 장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자신의 집안을 능멸한 진림도 기꺼이 참모로 기용하였다. 신분이나 지위 가문에 상관없이 인재를 발탁했다.

둔전제는 실사구시적 국정운영의 모범 사례다. 전란이 수십년 이어져 인구와 농업 생산력이 크게 줄었다. 군인과 백성들이 기아에 시달렸다. 식량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민심이 이완되고 천하통일도 도모할 수 없었다. 농토를 개인에게 나누어 주고 수확량에 따라 징수해 식량 증산에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5년 만에 곳간은 가득 찼고 백성들은 생업을 즐겼다”고 한다.

그는 뛰어난 시인이었다. 아들 조비와 조식과 함께 중국 문화사에 우뚝 선 건안문학을 세웠다. “천리마는 늙어 마굿간에 매여 있지만 마음은 천리를 치달리고, 열사 비록 몸은 늙었으나 커다란 포부는 그치지 않네.” 유명한 보출하문행에 있는 시구다. 특히 사언시에 뛰어났다. 청나라 왕부지는 “조조가 지은 시는 매우 뛰어나고 의미심장하다. 특히 노랫말보다 음률이 감동적이다”라고 평했다. 당시의 비참한 사회 현실을 시로 표현하여 현실주의적 시세계를 잘 보여준다. 자신의 이상을 드러내는 시가 많고 낭만주의적 색채가 강하게 느껴진다. 높은 산에 오르면 시를 짓고, 전쟁터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은 그의 모습에서 시심에 젖은 대인의 풍모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권력에 대한 도전에는 한없이 비정했으니 복황후를 죽이고 순욱을 자살로 내몰고 헌제를 핍박하였다. ‘적어도 영웅’이라는 소설가 루쉰의 말처럼 그는 삼국시대를 빛낸 역사의 주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