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무제 유수(劉秀 BC 6-AD 57)는 왕망의 신 왕조를 멸하고 한 왕조를 부활시킨 후한의 초대 황제다.

왕망은 시대착오적인 복고주의 정책을 폄으로써 왕조를 나락으로 내몰았다. 특히 토지와 노예 매매 금지는 한 왕조를 지탱해준 지방호족의 격렬한 반발을 초래했다. 잦은 기근으로 기아에 빠진 농민들의 반란이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됨에 따라 유수의 집안도 천하의 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왕망세력 중 녹미군과 적미군의 세력이 비교적 강성했다. 전염병이 창궐해 세력이 약화된 녹림군이 남양지방의 지배 호족 산하로 들어갔다. 남양 유씨 일족인 유현을 지도자로 옹립하니 갱시제다. 갱시제 휘하로 일족인 유연과 그의 동생 유수가 들어갔다.

“사관을 하려면 집금오요, 장가들어 처를 얻으려면 음려화라”는 말은 유수가 남긴 말이다. 평범한 호족의 일원인 유수가 졸지에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갱시제의 군대와 왕망의 진압군은 AD 23년 하북성 곤양의 전투에서 격돌했다. 왕망군은 제대로 된 지휘체계를 갖추지 못해 참패했다. 왕망은 두오군에게 피살되고 신 왕조는 멸망했다.

갱시군도 내부 분열이 일어나 갱시제는 명망이 높은 유연을 시기해 살해했다. 유수는 정면 대결을 피해 하북성을 근거지로 중앙 정권과 거리를 두고 독자 세력을 키워나갔다.

왕망을 몰아내고 장안을 점령한 갱시제는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국정을 혼란에 빠트렸다. 산동지방의 적미군이 장안을 공격해 갱시제를 몰아냈지만 식량부족으로 수많은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아비규환의 연속이었다. 유수는 적미군을 토벌하고 수도를 낙양으로 천도하여 36년 후한 왕조를 건국했다.

그는 “민심을 얻은 자, 천하를 얻는다”는 말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 황제가 되었다. 천하의 요새인 낙양을 차지한 것은 그가 추구한 유화정치의 대표적 성공 사례라 할 것이다. 당시 낙양성은 30만명이 지키고 있었다. 성을 지키고 있던 주제에게 투항을 권했지만 유수의 형 유연을 살해하는데 참여한 전력 때문에 보복이 두려워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는 사람을 보내 “큰일을 할 사람은 작은 원한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투항을 권유했다. 주유가 항복하자 친히 결박을 풀어주고 예의를 갖추어 후대했다.

그는 조정력이 탁월해 장군들 사이의 갈등을 잘 무마하였다고 한다. 장군 가복과 구순은 불구대천의 원수 사이였지만 둘을 불러 화해케 만들었다. 죽을 때 까지 둘을 공신으로 잘 대접했음은 물론이다.

신 왕조의 난정으로 도탄에 빠진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 세금을 낮추고 관리를 줄이는 등 행정간소화에 노력했고 전쟁이나 토목사업 등을 최대한 억제하였다. 그의 유화정치과 민생 중심의 정책 덕분에 천하는 빠르게 안정되어갔다. 흉노가 남북세력으로 내부 분열된 것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 국경의 긴장이 완화됨에 따라 내정에 올인할 수 있었다. 제위 후반에는 철저히 휴식으로 일관했다.

그는 민간에서 오랫동안 자랐기 때문에 민생의 어려움을 잘 이해했다. 오랜 관례에 따라 지방 특산물과 진기한 음식을 진상하는 관행으로 백성들이 불편을 겪었다. 그러자 “중앙부처는 각 지방이 보내온 산해진미를 절대로 받지 말 것이며, 감히 금령을 어기는 자는 엄벌에 처하겠다”는 조서를 내려 조정에 선물을 보내던 폐단을 없앴다.

특히 엄격한 법치주의에서 벗어나 죄를 지은 자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법을 집행하였다. 최대한 형량을 경감하고 장수를 경솔하게 처형하지 않아 지배체제의 안정을 꾀하였다. 그는 “공무는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처리하며 행동은 살얼음 위를 걷거나 깊은 연못앞에 선 것처럼 신중해야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부드러움으로 천하를 얻고 부드러움으로 천하를 다스린다”는 유도치국(柔道治國)의 통치철학을 철저히 신봉했다.

득롱망촉(得隴望蜀).

“농서 지방을 얻으니 촉나라가 탐난다”는 유명한 고사다. 그가 장군 잠팽에게 보낸 서한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는 부드러움으로 능히 강함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광무중흥(光武中興)의 태평성대도 그의 일관된 유화정치의 산물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