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상여(司馬相如, BC 179-117)는 사천성 성도 출신으로 자는 자경이다. 한 무제때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한부(漢賦)의 황금시대를 연 인물로 평가된다.

그의 본명은 견자인데 전국시대의 유명한 재상이었던 인상여를 존경하여 상여로 개칭했다고 한다. 경제때 황제를 호위한 기마병으로 복무한 적이 있다. 문학을 사랑한 양 효왕이 수도 장안을 방문하자 그의 식객이 되었고 저명한 문인들과 교류하였다. 효왕 사망 후에는 낙향하여 사천성 임공현 현령으로 있는 친구 왕길에게 의탁하였다.

그가 유명해진 것은 음악에 조예가 깊은 탁문군과의 사랑이야기 때문이다. 그녀는 임공현의 거부인 탁왕손의 여식으로 일찍이 남편을 잃고 친정에 돌아온 과부였다. 그는 왕길에게 그녀와의 만남을 주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왕길은 그를 자신의 관사로 이주시키고 매일 손수 그의 거처를 방문하고 극진히 대접하였다. 소문은 얼마 안있어 탁왕손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는 왕길에게 사마상여의 사람됨을 물었다.

왕길은 그의 재능과 집안 등을 과장하여 탁왕손의 관심을 끌었다. 탁왕손은 그를 자신의 집 연회에 정중히 초대했지만 사마상여는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완곡히 사양했다. 탁왕손은 간곡히 참석해줄 것을 사정하였고 그는 마지못해 참석하였다. 호기심이 발동한 탁문군은 병풍 뒤에 숨어 몰래 훔쳐보았다.

그는 거문고로 봉구황(鳳求皇)이라는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곡에는 누군가를 사모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었고 음율에 밝은 그녀는 그 은근한 뜻을 금방 알아챘다. 이후 그는 그녀의 하녀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그녀에게 전했다. 그녀는 과부의 신분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를 찾아와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였다. 다음날 둘은 그의 고향인 성도로 줄행랑쳤다. 탁문군의 유명한 심야의 도피 일화다.

빈털터리인 사마상여는 임공현으로 돌아와 작은 술집을 차렸다. 그는 손님을 접대하고 그녀는 손수 술을 팔았다. 귀한 몸으로 가난한 생활을 함께 한다는 홍분당허(紅紛當墟)의 고사가 탄생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탁왕손은 부득이 둘의 결혼을 인정하고 상당한 재산을 주었다.

평소 문학에 심취한 무제는 어느날 그가 쓴 자허부(子虛賦)를 읽고 크게 감동하여 “짐은 어찌 이 사람과 같은 시대에 살 수 없을까”라고 말하였다. 무제는 그를 친견하였다. 그는 친견 자리에서 “자허부는 제후를 위해 쓴 것으로 기백이 협소하다. 영명한 황제를 위해 한편의 글을 올리고 싶다”고 말하고 상림부를 지어 바쳤다. 그는 중랑장에 임명되었다. 그는 동방삭·매고·임조 등과 함께 무제의 대표적인 문인이 되었다. 「대인부」 「애진이제부」 등이 대표작이다.

서남쪽 지방의 이민족이 한나라에 복속해오자 무제는 그를 특사로 파견해 호의를 표했다. 사절단을 이끌고 장안을 출발해 사천성을 경유하였다. 장인 탁왕손은 가난한 사위가 귀인이 되어 나타나자 자신의 허물을 사과하였다고 한다.

그의 시문은 화려하고 기상이 넘쳐났는데 이것이 한부의 일반적 특징이 되었다. 반면에 「장문부」는 지아비에게 버림받은 아녀자의 슬픔을 완곡하게 묘사했다. 무제가 이 글을 읽고 크게 감동받아 사랑이 식은 진 황후를 다시 총애하게 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그가 나중에 한 소녀를 첩으로 들이려고 하자 탁문군은 벽두음이란 시를 지었는데 “님이 다른 마음을 품었으니 서로 헤어져야 하겠네”라는 구절이 있다. 그가 이 시를 읽고 크게 깨우쳐 첩을 맞이하려는 계획을 접고 평생 탁문군과 해로 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총 29편의 부를 지었지만 현재는 4편이 남아있다. 말년에 건강을 헤쳐 사직하고 무릉으로 이사갔다. 병인은 당뇨병으로 보인다. 당나라의 시성 두보는 시 「궁대」에서 사마상여 부부의 사랑을 “탁문군이 요즘 새로이 과부되어 호화스러운 집 붉은 문을 닫았더니 사마상여 재주 뛰어나, 은하수에 견우직녀 두 별 만나듯 했구나”와 같이 묘사했다. 사마천은 「사마상여 열전」에서 “상여의 글에는 공허한 문자와 함부로 하는 말이 많으나 그 주된 뜻은 절약과 검소함으로 귀결된다“고 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