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광(?∼BC 68)은 산서성 임분현 출신으로 한 무제 때의 정치인이다. 흉노 정벌의 영웅인 곽거병의 이복동생으로 일찍부터 무제를 측근에서 섬겼다.

무제의 말년은 무고사건으로 점철되었다. 무제가 발탁한 강충은 희대의 간신배였다. 무제가 처음 그를 인견하였을 때 기이한 옷차림으로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감찰관으로 기용된 강충은 황제만이 지나갈 수 있는 도로를 황태자의 심부름꾼이 거마로 달리는 것을 적발하였다. 이 사건으로 황태자의 미움을 사게 되었다. 후환이 두려워진 강충은 황태자 무고사건을 일으켰다. 모함에 빠진 황태자 유거는 강충을 제거하고 무제에게 반기를 들었다. 황태자는 싸움에 패해 도망치다가 목을 매 자살했다.

BC 87년 무제가 오작궁에서 죽었다. 8세 불능이 즉위하니 소제다. 무제는 곽광, 김일제 및 상관걸 3명에게 소제의 보좌를 부탁했다. 무제는 유불능의 생모를 주살함으로써 외척의 정권 농단을 사전에 방지했다. 그녀가 곽광 반대세력과 연합할 경우 왕권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무제가 그녀를 죽인 것은 잔혹한 일이지만 사직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소제 2년 흉노 출신의 김일제가 병사했다. BC 80년 무제의 아들인 연왕 단이 후계 체제에 불만을 품고 모반했다. 곽광은 모반을 진압하고 연루된 상관걸 일족을 모반죄로 처형했다.

그는 열아홉 살에 궁에 들어가 20여년 동안 무제를 보좌했다. 그는 실로 충직하고 부지런하며 만사에 신중을 기했다. 어느날 황궁에 변고가 일어났다는 보고를 받았다. 옥새를 지키는 것이 가장 긴급하다고 생각하고 옥새를 관장하는 상부새랑을 불러 옥새를 내놓게 했다. 상부새랑은 “옥새를 지키는 것이 신의 직책이다. 죽어도 사사로이 옥새를 넘길 수 없다”고 저항했다. 다음날 변고가 없자 그는 상부새랑의 녹봉을 올려주며 “그대가 이처럼 옥새를 지키는데 내가 무슨 걱정을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모두가 그의 공평무사함에 감복했다고 한다.

소제 치세의 최대 난제는 경제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의 문제였다. 잦은 대외 전쟁으로 재정이 거덜 난 상태다. 물가는 폭등했고 민생은 어려워졌다. BC 81년 염철 회의가 소집되었다. 철과 소금의 전매제, 균수법과 평준법 등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졌다.

BC 74년 소제가 후사 없이 죽었다. 그는 창읍왕 유하를 황제로 옹립했다. 유하는 부녀자를 희롱하고 상중에도 음주가무를 하여 조정의 신임을 잃었다. 그는 창읍왕을 폐하고 가신 200여명을 처형했다. 창읍왕 측의 쿠데타를 사전에 알고 선제공격을 가한 것이다. 한서 곽광전에는 “당연히 끊을 것을 끊지 못하다가 도리어 이 난을 당한다”라는 기록이 있다.

비운의 황태자 유거의 손자인 유병이가 후임 황제로 선택되었다. 그는 옥중에서 성장해 18세가 되었다. 하급 관리 허광한의 딸과 결혼해 아들을 두었다. 그가 23년간 재임한 명군 선제다.

선제 취임후 조상의 묘를 찾아가는데 그가 선제 옆자리에 앉아 수레를 몰았다. 후에 선제는 당시를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듯 했다”고 회고했다. 곽광의 위세가 천자를 능가할 정도였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선제에게 계수귀정(稽首歸政) 즉 머리를 땅에 대고 정권을 돌려드리기를 간청했다. 선제는 “대소사는 곽광에게 먼저 보고한 후 결정한다”고 전권을 일임했다.

BC 68년 그가 병사했다. 선제는 즉위 7년째 되자 허황후가 낳은 아들을 황태자로 세웠다. 이어 신하가 황제에게 직접 상소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곽씨의 세력을 지방으로 전근시켜 군권을 약화시켰다. 궁지에 몰린 곽씨 일족은 정변을 일으켰지만 실패하고 모두 주살되었다.

무제는 죽기 직전 곽광이 누구를 후사로 세울것인지 묻자 “어린 아들을 세울 것이니 당신이 주공이 되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전심전력을 다해 황제를 보좌하고 국정을 살폈다. 그러나 집안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일족이 주살되는 비극을 피해가지 못했다. 자치통감의 저자 사마광은 “곽씨 일족의 죄는 죽어야 마땅하지만 곽광의 충훈은 기려야만 할 것”이라고 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