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武帝·BC 156-BC 87)는 한왕조 제7대 황제로 본명은 유철. 55년간 황제로 있으면서 전한 왕조의 융성을 이끌었다. 그가 즉위할 수 있었던 것은 궁내 여자들의 알력 때문이었다. 무제의 부친인 경제는 처음에 율희라는 후궁이 낳은 유영을 황태자로 삼았다. 경제의 누이 장공주가 자신의 딸을 황태자 영과 결혼시키려 했다.

그런데 율희는 장공주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어 그녀의 요청을 거부했다. 화가 치민 장공주는 또 다른 후궁인 왕부인과 짜고 율희를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왕부인이 낳은 유철이 대신 황태자에 임명되었다.

무제는 16세때 즉위했다. 즉위 초기에는 어머니와 할머니가 버티고 있어 소신껏 개혁정치를 펼 수 없었다. 특히 할머니 두태후는 유가의 학문을 싫어했다. 그는 의욕적인 황제였다. 전국 각지에서 현량방정하고 직언극간할 수 있는 선비를 추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두태후가 세상을 떠나자 본격적으로 유교 중심의 정치체제를 확립할 수 있었다.

재임기간 내내 인재추천령을 자주 반포하였다. 동중서의 건의에 따라 유학을 국가통치 이념으로 확립하였다. 수도에 태학을 세워 유능한 인재를 교육시켜 관리로 발탁했다. 효렴(孝廉) 제도를 실시해 효심있고 청렴한 인물을 천거받았다.

문제와 경제의 재정절감에 힘입어 황제에 취임했을 때 국고가 넘쳐났다. 적극적인 대외 정벌에 나섰다. 대장군 위청과 곽거병이 대외 정복전쟁의 주역이었다. 위청은 황후인 위자부의 남동생이었고 곽거병은 조카였다.

오랜 세월 두통거리였던 북방의 흉노에 대한 정벌에 나섰다. BC 129년 위청은 상곡에서 출격하여 용성까지 쳐들어가 승리를 거두었다. 건국 후 70여년 만에 처음으로 장성을 넘어 그 이북으로 진격한 것이다.

이후 오르도스 지방을 회복했고 감숙성에 출격하여 대승을 거두었다. 그는 일곱 번 원정에 나가 흉노군과 싸웠다. 후반기의 대 흉노 전쟁은 곽거병이 주도했다. BC 121년에는 세 번이나 출병했다. 이후 4년간 여러 차례 싸움에 이겨 흉노세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그러나 곽거병은 불과 2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무제가 가장 사랑한 신하의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무제 즉위 25년째 해였다.

장건이야말로 무제의 서역 경영의 뜻을 실천한 인물이었다. 산시성 한중 출신으로 무제의 명을 받들어 13년간 흉노국, 대월지국, 대하국에 체류하면서 엄청난 서역 정보를 갖고 귀국하였다.

무제는 다시 천축에 파견하여 교류를 트게 하였다. 중국의 서남 지방이 개척되는 계기가 되었다. 포도, 옥 등 진귀한 재물이 수입되었다. 무제가 탐을 낸 대완국의 명마인 한혈마(汗血馬)가 수입된 것도 이때였다. 이 당시에 확보된 중국 영토가 오늘날 중국인 영토 관념의 기초가 되었다.

무제 후반은 지나친 대외 정벌로 국고가 고갈되는 힘든 시기였다. 낙양 출신의 경제관료 상홍양이 대대적인 경제개혁의 중책을 맡았다. BC 119년 철과 소금의 전매제가 도입되었다. 군수법과 평균법을 만들어 대상인의 폭리를 막는데 노력하였다. 통화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오수전이라는 새로운 화폐도 발행하였다.

치세가 말년에 접어들자 각종 무고가 성행하였다. 사실을 왜곡하는 투서와 진정으로 많은 중신들이 피해를 입었다. 재상의 절반 이상이 처형될 정도로 사회 분위기가 암울해졌다. 황태자 유거가 강충의 무고로 희생된 것이 가장 극적인 예다.

역사학자 왕리췬에 따르면 그는 여섯가지를 새롭게 확립한 황제였다.

첫째로 유가사상을 국가의 통치사상으로 삼았다. 둘째로 교육기관인 태학의 설립으로 인재를 양성했다. 셋째로 중국의 판도를 크게 확장했다. 넷째로 서역과의 교통로를 개척했다.

다섯째 황제의 연호와 기원을 사용했다. 여섯째 황제 최초로 자아비판을 했다. 한서를 저술한 후한의 반고는 그를 웅재대략의 인물로 높이 평가했다.

요지카와 고지로 교토대 교수는 무제의 시대를 “너무도 위풍당당한, 지극히 시끌벅적 했던 사기”로 정의했다. 그는 황제 독재 체제의 완성자였다. 칭찬이 반, 비난이 반인 개성있는 황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