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司馬遷)은 섬서성 한성현 출신으로 무제때 활약한 사관이다. 생애에 관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없다. 중국인이 가장 애독하는 사기(史記)의 저자로 중국 역사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무제때 낭중이 되었고 BC 108년 아버지 사마담에 이어 태사령에 취임했다. 부친 사마담은 20년간 사관으로 근무하였지만 무제의 태산 봉선 의식에 참여하는 것이 불허되었다. 사마담은 이를 천후의 한으로 여겼다. 임종 시 아들 사마천에게 상고 이래의 중국사를 서술해 줄 것을 유언했다. “내가 태사령의 직위에 있으면서도 천하의 역사를 폐기하고 말았다. 내가 죽으면 너는 태사의 직책을 잇게 될텐데 아버지의 뜻을 잊지 말아라.”

아버지 사후 태사령에 임명되어 태초력 편찬에 나서는 등 전도양양한 그에게 이릉 사건은 인생의 대반전을 가져왔다. 이릉은 명장 이광의 손자인데 이사장군 이광리의 참모로 흉노전쟁에 참여했다가 적의 포로가 되었다. 사마천은 이릉의 흉노 투항을 변호하다가 무제의 노여움을 사서 생식기가 거세되는 궁형(宮刑)에 처해졌다. BC 99년의 일이다. 그는 ‘이것이 내 죄란 말인가! 몸은 망가져 쓸모가 없어졌구나’라며 후세에 이름을 날릴 기회가 사라진 것을 크게 비관하였다.

궁형을 당한 그는 환관이 되어 궁중에서 무제를 섬기고 후에는 중서령으로 영전되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경험하게 된다. 궁형 사건 이후 회고적 인간으로 변모하여 백이, 숙제, 오자서 등 역사적으로 불우했던 인간에 대해 깊은 동정심을 갖게 된다. 또한 역사를 쓰는 일에 진력함으로써 선비로서의 치욕을 견디고 마음의 평온을 얻으려 노력했다. 북송의 재상 구양수는 사기를 “세상에서 뜻을 잃은 자가 마음에 맺힌 것을 깊이 생각하여, 감격 발분하는 것을 오로지 문장에 나타낸 저서”로 높이 평가하였다.

사기는 절망의 책인 동시에 명예회복의 책이기도 하다. 태사공자서에는 “정본은 명산에 비장하고 부본을 수도에 두어 후세의 성인군자를 기다리고자 한다”고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BC 93년 사형을 앞둔 임안에게 보내는 서한에서는 “정말로 만일 이 역사서를 완성하여…영원히 전하고…유포하는 일이 가능하다면, 그때야말로 내가 받았던 치욕을 보상받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아무리 내 몸이 여덟으로 찢긴다 하여도 결코 후회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며 명예회복의 의지를 밝히고 있다.

사기는 영원한 고전으로 그의 이름을 청사에 남겼다. 총 130권으로 본기, 표, 서, 세가, 열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기, 세가, 열전은 사마천의 독창적 창조물로서 기전체 서술방식의 표본이 됐다. 제왕의 기록인 본기는 황제가 못되었지만 사실상 황제 지위에 오른 항우나 여후도 포함하였다. 공자의 춘추필법의 정신을 계승하여 “역사는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사기의 백미인 열전에는 정치인, 군인, 상인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포함되었다. 춘추나 전국책 같은 기존의 역사서와는 달리 역사를 움직이는 인간 존재를 형상적으로 묘사해낸 독창적 역사서술 방법을 채택하였다. 사기의 배경이 되는 춘추전국시대와 진말한초시대는 개성 있고 실력 있는 개인의 존재가 강조됐던 시대였다. 유협 열전, 자객 열전, 화식 열전에는 역사의 뒷전에서 역할을 담당한 역사 주체에 대한 애정이 잘 드러나 있다.

사기는 24사 중 군계일학으로 애정의 감정서술이 뛰어나다. 53만자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20여년에 걸쳐 서술된 역작이다. 후대 사서가 유학적 논리에 크게 좌우되어 서술된 반면 사기는 독립된 입장에서 완성되었다. 역사는 인간이 만들어 낸 것으로 인간의 행위가 역사 서술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사관이 잘 반영되어 있다. “제가 당한 수치를 생각할 때마다 등에 식은 땀이 흥건하게 흘러내려 옷을 적시곤 합니다” 그의 심경을 잘 보여주는 글이다. 마오쩌둥은 평소 사기를 즐겨 읽었다. 등장인물의 혁명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오직 좋은 역사서를 남긴다는 일념이 궁형의 치욕을 극복케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