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량(張良, ?∼BC 189)은 백수건달 유방을 한 제국의 황제로 만든 최고의 책사다. 장량이 없었다면 한 고조 유방도 없었을 것이다. 한신·소하와 함께 건국 3걸로 불린다.

그는 전국시대 한나라 귀족 가문의 후손으로 자는 자방(子房)이다. 진시황이 한나라를 멸망시킴에 따라 멸문지화를 당하였다. 일찍부터 反진 거사를 획책하였다. BC 218년 천하를 순시중인 진시황 암살을 기도한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反진 기치를 내건 유방의 진영에 백여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투항했다. 둘은 처음부터 의기가 투합했다. 항우를 꺾고 천하를 통일하기 까지 둘은 형제처럼 부부처럼 늘 운명을 같이 했다. 그는 용모가 뛰어나 아녀자처럼 보였지만 병법에 조예가 깊고 담력과 식견도 남달랐다. 특히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이 뛰어났다. 유방이 고비마다 위기를 벗어나 세를 키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탁월한 안목과 지략 때문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암살 실패 후 도피 중 황석공으로부터 태공병법서를 배워 전략의 진수를 전수받았다고 한다.

그의 지략이 발휘된 첫 번째 사태는 항우가 유방을 죽이기 위해 초청한 홍문(鴻門)의 연회였다. 그는 유방을 제거하려는 항우의 계략을 사전에 파악해 절체절명의 순간에 유방을 지체 없이 엄호해 사지를 벗어날 수 있게 하였다. 그는 유방이 도망친 사실을 뒤늦게 항우에게 알렸고 유방이 남긴 선물을 전달했다. 유방 살해 계책이 실패로 돌아가자 항우의 참모 범증은 칼을 빼들어 선물을 깨트려버리며 “어린아이 하고는 대사를 도모할 수가 없구나. 항우의 천하를 빼앗을 자는 반드시 유방일 것이다. 우리는 이제 다 그의 포로가 될 수 밖에 없구나”라며 안타까워했다.

팽성전투에서 유방이 압도적인 병력에도 불구하고 항우에게 참패했다. 그는 용맹한 항우에게 대항하기 위한 계책으로 한신·팽월·영포가 힘을 합치는 통일전선을 제시했다. 유방은 그의 건의를 수용했고 점차 판세는 유방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한신이 제나라를 평정한 후 자신을 제왕으로 임명해 달라고 주청했다. 유방은 격노했다. 그는 유방을 설득해 한신을 왕으로 임명토록 하였다. “한나라는 지금 불리한 입장에 있다. 한신이 왕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를 왕으로 세워 제나라를 지키게 하는 것이 낫다. 그러지 않으면 반란이 일어날 것이다”고 주장했다.

항우와의 최후 결전을 앞두고 경포, 한신 등을 끌어들이기 위해 공천하(共天下) 구상을 제시한 것도 그였다. 공천하는 천하를 공동으로 향유하자는 제안으로 유방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만약 한신이나 팽월 등에게 큰 땅을 내준다면 그들은 각자 전투에 참가할 것이다. 그러면 초나라 군을 가볍게 격파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유방은 그들에게 흔쾌히 땅을 나눠줄 것을 약속했다. 그들이 병력을 이끌고 유방군에 가담함으로써 해하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고 천하통일을 도모할 수 있었다. 그의 통찰력이 빛을 발했다.

천하통일 후 수도를 어디로 할 것인가를 두고 중신 간에 격론이 벌어졌다. 낙양과 관중이 경합하였다. 유방 휘하 장수 상당수가 중원이나 남방 출신으로 낙양을 지지하였다. 참모 누경은 지리, 경제, 정치 기반 등을 고려할 때 장안이 최적지라고 주장했다. 낙양은 땅이 좁고 메말랐으며 방어하기가 어렵다고 역설했다. 그는 누경의 지지해 뜻을 관철했다. 관중이 물과 말이 풍부하고 반란에도 대처하기가 쉽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천하통일 후 공신인 유후에 책봉되었다. 그러나 병을 핑계로 집에 머물면서 정사에 관여하지 않았다. BC 189년 장안에서 병사했다. 유방이 한신, 경포, 팽월 등 공신을 대대적으로 숙청했지만 그는 무사했다. 그 모습이 마치 맑은 시냇물이 세상을 피해 졸졸 흘러내리는 것과 같았다고 한다. 유방은 자신이 천하를 통일한 이유로서 “군영 안에서 계책을 세워 천리 밖의 전쟁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것에서 자신이 장량에 못 미친다”고 강조했다. 사마천은 장량의 공적은 하늘의 뜻이었다고 평가하였다. 그는 진실로 뛰어난 유방의 책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