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項羽, BC 232∼BC 202)는 진시황 사후 유방과 천하 패권을 다툰 무장이었다.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서초 패왕이 되었지만 해하 전투에서 유방에게 패해 자살로 삶을 마감한 비운의 영웅이었다.

항우는 초나라 명장 항연의 후손으로 숙부 항량의 손에 길러졌다. 어려서 학문이나 검술을 배웠으나 크게 진전이 없었다. 항량이 화를 내자, “글은 그것으로 이름을 쓰기에 족할 뿐이고 검은 일인의 적이라 배울 것이 못된다. 병법을 배우겠다”며 응답했다.

진나라 말기 도처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항량과 거병해 세력을 키웠다. 강소성에 근거지를 두었는데, 군사가 6만∼7만 명에 달했다. 이때 안후이성 출신의 지략가 범증이 참모가 되었다. 항량은 산동성 정도 싸움에서 전사하고 항우는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게 되었다.

이후 그의 활약상은 거칠 것이 없었다. 관증을 장악하고 진 수도 함양을 점령해 BC 206년 진나라를 멸망시켰다. 진나라 멸망 후 스스로 서초패왕이라 칭하고 유방을 파·촉·한 등을 다스리는 한왕으로 임명했다.

유방의 야심을 눈치챈 범증은 “유방은 관중에 들어간 지금, 재물은 물론 여자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있다. 당장 공격해야 한다”며 유방 제거를 강력히 건의한다.

이를 눈치챈 유방의 사과로 화해의 자리인 홍문지연(鴻門之宴)이 열린다. 항우쪽의 암살 시도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되었다.

장군 번쾌는 “큰 일을 할 때는 사소한 것은 조심할 필요 없으며, 큰 예절은 작은 겸양 따위는 문제 삼지 않는다”며 급히 탈주토록 했다. 범증은 “항우의 천하를 탈취하는 것은 틀림없이 유방일 것이다”며 땅을 쳤다.

이후 4년간 천하 쟁패전이 계속되었다. 팽성 전투에서 열 배나 되는 유방 군대를 대파했다. 유방은 타격을 입었지만 관중 지방의 인력과 물자를 여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용맹한 경포가 유방측에 투항했다. 경포는 팽성의 남쪽에 근거하고 있어서 남방 방어진을 상실했다. 판세가 서서히 유방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한신의 이탈이 결정적인 타격을 가했다. 귀족 출신의 항우에게 한신은 신분 낮은 집안 출신일 따름이다. 유방은 한신에게 천하를 함께 나누자고 제안했다. 큰 봉지를 나누어줌으로써 한신과 팽월을 끌어들여 해하의 전투에서 항우를 사면초가로 몰아넣었다. “힘은 산을 뽑고 기세는 세상을 덮어도 때가 이롭지 않아 추가 나아가지 않는구나”며 구슬프게 해하의 노래를 불렀다. 항우는 오강 앞에서 자결했다. BC 202년 31세의 나이였다.

그가 패망한 원인은 무엇일까.

포악한 성격이 거사를 그르쳤다는 주장이 많다.

국지전에는 용맹스러웠지만 중요한 전투에서 실패한 것도 몰락의 원인이 되었다. 결정적인 형양의 전투와 해하의 전투에서 패하였다. 특히 진나라 멸망 후 요충지인 한중의 주도권을 넘겨준 것은 결정적 패착이다. 물자가 풍부한 한중지역은 유방에게 군사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귀중한 토대가 되었다.

유방은 오만불손했지만 한신·진평 등 인재를 포용해 세력을 확장했다. 반면에 항우는 범증 한 사람의 충성심 조차 의심했다. 결과는 자멸이었다. 가장 큰 결점은 자존심이 강해 직언을 싫어하고 부하를 믿지 않았던 점이다. 한신을 제대로 대접해 주지 않아 떠나게 만들었다.

한신은 “아무리 계책을 많이 내놓아도 써주지 않았다.”고 절규했다. 참모인 범증도 의심했다. 범증이 떠날 때 “천하의 대국은 이미 정해졌다”며 결정타를 가했다.

“나는 거병한 후 지금까지 8년 동안 몸소 70여 회나 싸웠다…. 하늘이 나를 멸망시킨 것이다”

이는 항우가 한 최후의 말이었다. 사마천은 그를 제왕으로 인정해 열전 편이 아닌 〈항우 본기〉에서 다루었다. 그는 실패한 불세출의 영웅이었다.

〈초당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