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李斯·?∼BC 208)는 진시황을 도와 천하를 통일하고 제국의 초석을 닦았다. 초나라 상채(지금의 하남성) 출신으로 한비자와 함께 순자에게 학문을 배웠다.

그는 젊어서 말단 관리를 지냈다. 어느날 관청 변소의 쥐들이 더러운 것을 먹다가 사람이나 개가 가까이 가면 몹시 무서워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나 곳간의 쥐들은 쌓아놓은 곡식을 먹으며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는 “사람이 어질거나 못났다고 하는 것은 이런 쥐와 같아 처해 있는 환경에 달렸을 뿐”이라며 탄식했다. 사마천의 ‘이사 열전’에 나오는 일화다.

그는 순자에게 “지금은 제후들이 서로 세력을 다투고 있는 때여서 유세가들이 정치를 맡고 있습니다. 진왕은 천하를 집어삼키려 합니다. 이는 지위나 관직이 없는 선비가 능력을 펼칠 때입니다”라며 진나라에서 입신출세할 뜻을 밝혔다.

재상 여불위는 재능을 알아보고 왕의 시위관으로 삼았는데, 좋은 계책을 계속 내놓자 측근으로 삼았다. 그는 통일을 위해서는 적국에 내부분열을 일으켜야 한다고 건의했다. 진왕은 각국의 제후와 결탁하고 군주와 신하 사이를 이간시켰다. 이로써 6국 정벌의 기반이 구축되었다. 그는 객경에 임명되었다. 이 직책은 타국 출신자에게 내리는 지위 가운데 재상에 버금가는 자리다. 여불위가 추방된 후에는 사실상 재상 역할을 수행했다.

함양과 하남의 낙수 사이 운하 건설을 둘러싸고 토착세력과 외부세력 간의 갈등이 심화되었다. 타지방 출신들을 추방하는 축객령(逐客令)이 발표되었다. 그에게는 커다란 정치적 위기였다. 그는 간축객서(諫逐客書)를 올렸다.

그는 “폐하께서는 지금 백성들을 버림으로써 적국을 도와주려 하고 있습니다. 빈객들을 쫓아버림으로써 제후국들을 강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고 주장하였다. 진왕은 축객령을 폐기했다.

위기를 벗어난 이사는 천하통일의 계책을 건의했다. 속전속결로 밀어부치고 한나라부터 공격해 세력을 넓히는 단계적 통일론을 제시했다. 막강한 군사력을 앞세운 초토화 전략과 내부분열을 조장하는 계략을 병행했다. BC 221년 천하통일이 완성되었다.

그는 통일제국의 기초를 닦는데 올인했다. 황제제 도입, 도량형 통일, 문자통일 등 거대한 개혁을 밀어부쳤다. 황제 독재를 뒷받침하기 위한 군현제 도입도 그의 구상이었다. 승상 왕관은 왕자들을 지방에 왕으로 봉하는 봉건제를 건의하였다.

그는 전국시대 여러 악의 근원은 왕과 제후의 존재였다고 반박하고 어렵게 평정한 나라에 왕후를 임명하면 전란이 다시 초래될 수 있다며 직접 통치할 것을 역설했다. 전국을 36개 군현으로 나누어 황제가 직접 관료를 임명하는 중앙집권제가 도입되었다.

BC 210년 하북성 사구에서 진시황이 급사했다. 환관 조고는 장남 대신에 차남 호해를 후계자로 세울 것을 6번에 걸쳐 끈질기게 설득했다. 그는 설득에 굴복해 조서를 바꾸는데 동의했다. 장성 축성을 위해 파견된 장남 부소와 장군 몽염은 그와 불편한 관계였다. 그들은 자살했고 호해가 2세 황제가 되었다.

조고의 칼날은 이제 이사에게로 향했다. 그는 모반죄에 연루되었고 모진 고문으로 없는 죄를 자백하였다. BC 208년 함양 시장터에서 요참형에 처해졌다.

이사의 처형으로 진 제국은 뿌리부터 흔들리며 폭풍우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는 통일 제국의 초석을 닦은 명 참모이며 경륜있는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권력에 집착해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해 일신을 망가뜨렸다.

사마천은 그가 “군주에게 아첨하고 법령을 엄하게 하며 형벌을 가혹하게 하였다”며 “그렇지 않았더라면 주공이나 소공과 어깨를 겨룰만하였다”며 안타까워 했다.

<초당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