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걷는 관리의 왕래가 끊이지 않는다. 또 수령과 이속의 침탈은 속도(屬島)가 더욱 심하니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 수 없다. 임자도와 같이 백성이 집을 버리고 이산하는 경우가 많으니 어장 및 소금가마 또한 많이 버려진다. 삶의 의지가 아주 쓸쓸하며 매우 탄식할 만하다.”(1901년 9월 1일)

20세기의 문을 열던 1901년, 60대의 한 개화사상가가 신안 지도로 유배를 왔다. 그는 1907년 유배가 풀릴때 까지 자신의 일상생활과 섬지역 백성들이 겪는 사회적 양상 등을 일기에 기록했다.

신안문화원은 향토사료 조사 사업 일환으로 구한말 개화사상가인 운양 김윤식(1835∼1922) 선생의 일기인 ‘속음청사(續陰晴史)’ 가운데 현 신안군 지도읍에서 6년 동안의 유배생활 기록을 뽑아 ‘지도 유배일기’를 최근 펴냈다.

발간 작업에는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최성환 교수를 비롯한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10명이 참여했으며 한학자인 김정섭·김형만씨의 감수를 거쳐 2년만에 완성됐다.

이 책에는 지난 1902년 지방 관리들의 폭압으로 발생한 임자도 민란과 신안군의 최초 근대식 교육기관인 지명학교의 설립과 초기 운영상황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는 등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걸궁놀이’와 ‘줄다리기’ 등 다른 기록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섬주민의 다양한 민속 문화에 대한 목격담도 포함돼 있다.

이 책에는 걸궁놀이에 대해 “마을사람들이 뜰에서 징과 북을 치며 무동(舞童)을 태우고 소란스러웠다. 걸궁(乞窮)놀이라 하는데 장차 각 마을을 두루 돌며 돈과 쌀을 구한다고 한다”고 묘사돼 있다.

한편 신안군과 신안문화원은 현재 김령(1805∼1864)의 유배일기인 ‘간정일록(艱貞日錄)’ 발간작업을 벌이고 있다.

/서부취재본부=조완남기자 wn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