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병원 응급실·수술실 ‘셧다운’ 되나
2025년 02월 12일(수) 20:00
의정 갈등 응급의학과·마취과 등
전임의 35명 중 15명 재계약 안해
광주·전남 3월부터 응급실 뺑뺑이
주 1일 응급실 폐쇄 최악 상황 우려

의료대란이 1년째 계속되고 있는 12일 오전 광주시 동구 전남대학병원 응급진료센터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나명주 기자mjna@kwangju.co.kr

광주·전남을 대표하는 거점병원인 전남대병원 응급실과 수술실이 한계에 봉착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 발표로 촉발된 의정갈등이 1년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남대병원 필수진료과인 응급의학과와 마취과 전임의(펠로)들이 재계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남대병원 의대 교수들은 3월 초 응급실과 수술실 일부가 ‘셧다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2일 전남대병원 등에 따르면 1년 동안 근무하던 35명의 전임의 가운데 근로계약 계약갱신일(지난 6일) 이후 재계약을 하지 않은 전임의는 총 15명에 달한다.

문제는 새로운 전임의 모집(총 34명)에 5명이 지원했지만, 현장을 떠나는 의료진이 더 많다는 데 있다.

특히 의정갈등 1년간 현장을 지킨 전임의 재계약 만료일이 이달 말이라는 점에서 3월 의료 붕괴설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인력 이탈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수술실과 응급실이다.

재계약을 포기한 15명 중 마취과 전임의와 응급의학과 전임의가 각 3명씩에 달한다는 점에서다. 소화기 내과와 순환기 내과 등의 전임의 등도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남대병원에서는 수술은 마취과 의사 8명이 각 과마다 시간을 배당 받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임의 3명이 나가게 되면 각 과마다 수술 횟수도 조정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응급수술만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남대병원 교수들은 전망한다.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들은 응급실이 붕괴직전이라고 진단한다.

그동안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은 광주·전남 응급의료를 담당하면서 버텨왔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광주 서구을)의원이 발표한 설연휴 기간 전국 응급실 뺑뺑이 현황을 보면 전국 응급실 1차 재이송 96건 중 광주는 0건이고 전남은 2건에 그쳤다. 사실상 이들 병원과 의료진이 의료공백에도 최선을 다한 결과다.

 전남대 응급의학과 A교수는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전임의 3명과 전공의 한 명이 이달말 사직을 함에 따라 3월부터는 광주·전남에서도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다른 과의 경우 전임의들이 줄어들면 가장 먼저 응급실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응급실에 환자가 들어오면 해당과 전임의를 불러야 하지만, 현재 일부 과에서는 야간에 응급실의 콜(호출)을 받지 않는 상황도 빚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일부과에서는 오후 6시 이후 응급의학과 콜을 받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는 것이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의 전언이다.

 결국 응급환자가 응급실을 찾으면 해당과 진료와 처치가 불가능하고 응급의학과 진료진이 밤새 이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전남대병원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A교수는 “타 지역과 같이 일주일 중 하루씩 응급실 문을 닫는 최악의 상황으로 번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물리적으로 의료진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실상 뾰족한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한편 올해 전남대병원 올해 전공의 지원자는 2명(인턴)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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