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지하수’ 경고 2년째 방치한 광산구
2025년 07월 16일(수) 00:20
광주 광산구가 하남산단 지하수에서 1급 발암물질이 기준치의 수백 배 이상 검출된 사실을 알고도 2년째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무신경 행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 같아 충격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문제의 발단은 광주시가 2019년 사업비 10억원을 광산구에 주며 하남산단 지하수 오염 실태를 조사해 대책을 세우라는 지시에서 시작됐다. 한국농어촌공사는 광산구의 의뢰로 2020년 2월부터 2023년 6월까지 하남산단 171개 지점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TCE(트라이클로로에틸렌)와 PCE(테트라클로로에틸렌)가 기준치의 최대 466배와 284배나 넘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두 물질은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주로 탈지제나 금속 세척용 공업용 유기용제로 사용된다.

농어촌공사는 오염된 지하수가 주거지역을 거쳐 풍영정천으로 흐를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와 함께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광산구에 제시했지만 광산구는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하남산단 인근에는 광주 최대 주거단지인 수완지구가 있다. 당시 농어촌공사 조사에선 수완지구 관측정 5곳 중 4곳에서도 TCE와 PCE가 생활용수 수질기준을 4~5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어떻게 지하수 오염 조사를 맡긴 자치단체가 대책이 시급하다는 보고서를 받고도 2년 동안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것이 지방 행정의 현실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어제 사과문을 내고 감사를 시행해 문제의 원인과 과정, 처리 결과를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분명하게 책임을 묻고 근본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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