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충격에 전남 농민이 운다
2025년 07월 15일(화) 20:15
정부, 관세협상 앞두고
농축산물 개방 시사
농도 전남 타격 불가피
농민단체 등 강력 반발

한미 상호관세 협상을 앞두고 정부가 농산물 분야 개방 검토 가능성을 시사해 농민의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15일 보성군 복내면 한우농가의 축사 전경.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통상당국이 미국과 본격적인 관세협상을 앞두고 농축산물 개방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전남지역 농축산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전남의 경우 전국에서 쌀 생산량이 가장 많고 한우 축산두수 역시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미국산 소고기와 쌀 수입이 확대될 경우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15일 통상 당국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협상에서 에너지·농산물 등 자국 상품 구매 확대, 각종 ‘비관세 장벽’ 문제 해결 등을 집중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산물 분야에서 미국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허용, 쌀 구입 확대, 감자 등 유전자변형작물(LMO) 수입 허용, 사과 등 과일 검역 완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지역 농축산업계는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대미 협상 타결을 위해 농산물 분야의 전향적 검토 가능성도 필요하다’고 언급한 점을 주목한다.

그동안 우리정부는 미국측과 협상과정에서 농수축산물 개방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농축산물 개방을 공식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여 본부장은 “우리가 미국뿐 아니라 동남아나 어느 나라와 통상 협상하든 농산물이 고통스럽지 않은 협상이 없었고, 그러면서 우리 산업 경쟁력은 또 강화됐다”면서 “농산물 부분도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민감한 부분은 지키되 그렇지 않은 부분은 협상의 전체 큰 틀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올해 국가별 무역장벽(NTE) 보고서를 통해 미국 11개 주에서 생산한 감자, 미니 당근, 딸기, 냉동 라즈베리·블랙베리 수입을 요구 사항으로 반영한 만큼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농민단체와 한우생산자협회는 여 본부장의 발언을 두고 쌀과 소고기 등 일부 농산물의 경우 미국이 원하는 대로 양보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만약 우리 정부와 미국과의 협상이 이른바 ‘민감한 부분’으로 분류되는 쌀과 소고기 수입 확대로까지 이어진다면 전남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전남의 쌀 생산량은 70만 9000t으로 전국 생산량(358만 5000t)의 19.8%를 차지하는 전국 최대 쌀 생산지다.

최근 이상기후로 작황이 좋지 않는 데다 쌀 가격마저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산 쌀 수입이 확대될 경우 쌀 재배 농가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전남의 축산 두수도 전국 347만4000두 중 62만두로 경북(75만두)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한우를 키우는 농가만 해도 1만5000 농가나 된다.

농민단체와 한우생산자협회 등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16일 오후 전남도의회에서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전농광전연맹은 이날 “이재명 정부는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계획을 중단하라”며 “이재명 정부는 송미령 장관을 임명함으로써 스스로 반농업농민 정부임을 자임했으며 이제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로 국민건강과 기후위기 대응, 식량주권을 포기한 정권으로 낙인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무역장벽을 없애지 않으면 8월1일부터 모든 한국 상품에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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