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웹툰 ‘미생’ 시즌3 연재 앞둔 작가 윤태호
2025년 02월 11일(화) 00:00 가가
“인생에 완생(完生)은 없다, 꿈꾸면서 나아갈 뿐”
보성에서 한달 살기하며 ‘이끼’ 드라마화 작업
상반기부터 미생 시즌 3 연재 시작할 계획
평단 “웹툰 스토리텔링 예술의 영역까지 견인” 찬사
윤태호의 ‘노마드’적인 도전과 실험은 현재진행형
보성에서 한달 살기하며 ‘이끼’ 드라마화 작업
상반기부터 미생 시즌 3 연재 시작할 계획
평단 “웹툰 스토리텔링 예술의 영역까지 견인” 찬사
윤태호의 ‘노마드’적인 도전과 실험은 현재진행형


윤태호 작가는 올 상반기에 평행우주에 사는 ‘장그래’를 주인공으로 하는 ‘미생’ 시즌3으로 이야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최근 ‘보성 천연염색공예관 숨’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웹툰 ‘이끼’ 드라마화 사전작업을 한 윤 작가.
윤태호(56) 작가는 지난 2012년부터 2024년까지 12년의 시간을 웹툰 ‘미생(未生)-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와 함께 했다. 어려서부터 프로기사를 꿈꿨으나 입단에 실패하고 대기업 종합상사에 인턴으로 들어간 주인공 청년 ‘장그래’의 고군분투(孤軍奮鬪) 생존기는 연재 당시 직장인을 비롯한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1993년 데뷔한 작가는 그동안 ‘야후(1998년)’와 ‘이끼’(2008년), ‘내부자들’(2010년), ‘인천상륙작전’(2013년), ‘파인’(巴人·촌뜨기)(2015년), ’미생’, ‘어린(魚鱗)’(2022년) 등 “‘지금 이곳’이 요구하는 현재성이 강한 이야기”를 담은 개성적인 작품들을 꾸준하게 발표해 오고 있다. ‘보성 천연염색공예관 숨’에서 ‘전라남도 한달 살기’를 하며 웹툰 ‘이끼’ 드라마화 작업을 하고 있는 윤태호 작가를 만났다.
◇보성에서 한달 살기, ‘이끼’ 드라마화 작업= “거의 제 작가 인생에서 역대급으로 글을 제일 많이 쓰고 있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자료와 책을 엄청 갖고 왔는데 그것도 많이 읽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생활의 밀도가 두 달 동안 어마어마하게 높아졌습니다.”
윤태호 작가는 지난해 11월 말 처음으로 분당 작업실을 벗어나 새해 1월 말까지 2개월 동안 보성에 머물렀다. 전남 문화재단의 제안으로 ‘전라남도 한 달 살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그는 보성군 복내면 반석리에 위치한 ‘보성 천연염색공예관 숨’(이하 ‘숨’)에 레지던시 작가로 입주해 웹툰 ‘이끼’(2009년)를 드라마로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에 전념했다. 시나리오 전 단계인 ‘트리트먼트(Treatment) 작업’이다. 자는 시간(새벽 4~오전 9시)을 제외한 하루 대부분을 ‘이끼’ 드라마화 작업에 오롯이 쏟았다. 수면시간이 짧지만 공기가 좋아 푹 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웹툰 ‘이끼’는 작가에게 의미 깊은 작품이다. 작가의 첫 웹툰 연재작으로 ‘대한민국 만화대상’(우수상)과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대통령상)를 안겨줬다. 또한 웹툰을 원작으로 2010년 영화화(감독 강우석)돼 관객 335만 명을 기록했다. 인기 높은 웹툰 원작은 드라마·영화·뮤지컬 등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One-Source Multi-Use)이다.)
-웹툰 ‘이끼’를 드라마화 하기 위한 ‘트리트먼트(Treatment) 작업’은 무엇인가요?
“‘미생’ 시즌2가 끝나 지금은 그림 작업보다는 다음 작품을 글 작업 위주로 하다 보니까 노트북과 스마트패드만 있으면 이걸로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트리트먼트 작업’은 시나리오로 가기 전에 디테일하게 써보는 겁니다. 시나리오가 대사까지 완벽하게 다 돼있는 거라면 트리트먼트는 대사도 필요한 것만 쓰고 상황중심, 플롯 중심으로 씁니다.”
-‘미생’ 시즌3을 올 상반기에 시작하신다고 예고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미생’은 (앞으로 시즌3, 4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은) 작가로서의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하게 하는 하나의 세계”라고 하셨습니다. 평행우주에 사는 장그래를 주인공으로 한 ‘미생’ 시즌3가 어떠한 내용으로 전개될지 궁금합니다.
“(‘미생’ 시즌3는) 아직 구체적인 소재나 직종이나 이런 것들은 공개를 안했고요. 올 상반기부터 연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평행우주처럼 장그래가 과거로 다시 돌아가서, 바둑을 그만 뒀을 때로 돌아가서, 종합상사가 아니라 다른 직종으로 취업했을 때 이야기로 하려고 합니다.”
-바둑용어인 ‘미생’(未生) 두 글자, 장그래와 함께 12년을 달려왔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완생’(完生)이란 무엇인가요? 작가님 역시 ‘미생’을 완결하며 마련한 특별 인터뷰에서 유창혁 9단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인터뷰나 강연 때 꼭 나오는 질문이 그거예요. 하도 물어보니까 도대체 바둑의 고수는 어떤 대답을 하실까 싶어가지고 여쭤봤거든요. (제 질문에) ‘완생은 있을 수가 없죠. 사람 자체가 미완성이라서 계속 완생을 꿈꾸면서 가는 거죠’라고 답하셨어요. 저도 똑같은 생각이에요. 완생은 되는 게 아니라 추구하는 거죠. ‘어떤 모습의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면 지금 당장 현실에서 내가 ‘짠’하고 되는 게 아니라 그런 사람과 닮고자 ‘쭉’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완생이라는 것은 추구의 대상이지 어떤 성취의 대상이라고 보면 안 될 것 같아요. 불교에 선문답(禪問答)이라고 하나요. 깨달으면 또 질문이 나오는 거잖아요. 계속해서 깨닫고 깨달아도 끝이 없는 것처럼 미생이라는 것도, 완생이라는 것도 또 다른 질문이 앞에 생기는 것이고, 계속해서 내가 채워지지 않는 뭔가가 있는 것이겠죠.”
◇평행우주에 사는 장그래, ‘미생’ 시즌3 시작=홀로 분투하며 만화계에 입문하는 윤 작가의 10·20대 시절은 ‘미생’ 주인공 장그래와 닮았다. 광주 태생인 작가는 초·중학 시절을 서울과 군산에서 보내고 고교 2학년 때 광주로 돌아왔다. 미대를 가고 싶었으나 낙방하자 서울로 올라갔다. 어렵사리 허영만 작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2년, 데생을 직접 하는 허 작가를 떠나 조운학 작가 밑에서 3년을 수련했다. 25살이던 1993년 아동만화 ‘비상착륙’으로 데뷔했다.
그러나 4개월 만에 스토리가 빈약함을 깨닫고 연재를 중단하고 조운학 작가 문하생으로 다시 들어갔다. 이때 ‘도대체 창작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최인호 소설가의 시나리오 전집과 송지나 작가의 드라마 ‘모래시계’ 대본을 필사했다. 이런 담금질 과정을 거쳐 1996년 성인 코믹만화 ‘혼자 자는 남편’으로 재데뷔했다. 이후 작가는 ‘야후’를 통해 자기색깔을 분명히 드러내며 ‘이끼’, ‘내부자들’, ‘인천상륙작전’, ‘파인’, ‘미생’, ‘어린’ 등 ‘윤태호만의 결이 드러나는’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하게 된다.
◇“웹툰 스토리텔링을 예술의 영역까지 견인”=만화 평론가들은 윤태호 작가의 작품 특징에 대해 공통적으로 ‘사회성 짙은 소재’와 ‘만화적 상상력’을 꼽는다. 여기에는 ‘광범위한 자료 수집과 취재에 바탕을 둔 작품의 리얼리티, 드라마틱한 이야기 구성력, 탁월한 연출력,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김봉석 ‘미생론’, ‘미생 메이킹스토리’ 중)이 바탕에 깔려있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저서 ‘윤태호’에서 “웹툰 스토리텔링을 예술의 영역까지 견인했다”고 분석한다.
그는 무엇보다 ‘지금, 여기’의 ‘현재성’을 중시한다. 윤 작가는 장인을 모델로 삼은 민주화운동 시리즈 ‘사일구’(창비 刊)를 통해 “세대 간 반목과 갈등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 ‘오늘’의 이야기”를 한다.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어린’(2020~2022년 카카오웹툰 연재) 역시 “자기만의 극지(極地)에서 자기 비늘이 벗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앞서 작가는 2013년(남극연구 체험단)과 2019년(K-루트 프로젝트) 두 차례 120일 동안 남극에서 체류한 바 있다.
윤태호 작가의 ‘노마드’(Nomad)적인 도전과 실험은 현재진행형이다. ‘잃어버린, 나의 비늘을 찾아서’라는 부제를 붙인 ‘어린’ 제87화에서 주인공 이온이 바다에 빠져 고래와 조우하는 에피소드에서는 브람스의 ‘교향곡 1번 다단조 작품번호 68-1 악장’이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웹툰 이미지와 클래식이 어우러지는 시각과 청각의 공감각적인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인랑’(5화)과 ‘설국열차’(5화) 프리퀄(Prequel) 작품에서도 작가의 노마디즘(Nomadism)과 독창적인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윤 작가는 출판만화가로 14년, 이어 웹툰 작가로 18년을 활동하고 있다. 항상 새로운 소재와 구현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그의 차기작은 무엇일까? 올 상반기에 선보일 ‘미생’ 시즌3에 이어 재미를 안겨주면서도 한국사회를 통찰하고, 윤태호만의 고유한 어법과 그림체를 가진 신작 작품들을 기대한다.
/글=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윤태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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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바둑기사를 꿈꾸던 ‘장그래’가 입단에 실패한 뒤 대기업 종합상사에 인턴으로 첫 출근하는 웹툰 ‘미생’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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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출간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윤태호 작가(왼쪽에서 세번째) <창비 제공> |
“‘미생’ 시즌2가 끝나 지금은 그림 작업보다는 다음 작품을 글 작업 위주로 하다 보니까 노트북과 스마트패드만 있으면 이걸로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트리트먼트 작업’은 시나리오로 가기 전에 디테일하게 써보는 겁니다. 시나리오가 대사까지 완벽하게 다 돼있는 거라면 트리트먼트는 대사도 필요한 것만 쓰고 상황중심, 플롯 중심으로 씁니다.”
-‘미생’ 시즌3을 올 상반기에 시작하신다고 예고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미생’은 (앞으로 시즌3, 4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은) 작가로서의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하게 하는 하나의 세계”라고 하셨습니다. 평행우주에 사는 장그래를 주인공으로 한 ‘미생’ 시즌3가 어떠한 내용으로 전개될지 궁금합니다.
“(‘미생’ 시즌3는) 아직 구체적인 소재나 직종이나 이런 것들은 공개를 안했고요. 올 상반기부터 연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평행우주처럼 장그래가 과거로 다시 돌아가서, 바둑을 그만 뒀을 때로 돌아가서, 종합상사가 아니라 다른 직종으로 취업했을 때 이야기로 하려고 합니다.”
-바둑용어인 ‘미생’(未生) 두 글자, 장그래와 함께 12년을 달려왔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완생’(完生)이란 무엇인가요? 작가님 역시 ‘미생’을 완결하며 마련한 특별 인터뷰에서 유창혁 9단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인터뷰나 강연 때 꼭 나오는 질문이 그거예요. 하도 물어보니까 도대체 바둑의 고수는 어떤 대답을 하실까 싶어가지고 여쭤봤거든요. (제 질문에) ‘완생은 있을 수가 없죠. 사람 자체가 미완성이라서 계속 완생을 꿈꾸면서 가는 거죠’라고 답하셨어요. 저도 똑같은 생각이에요. 완생은 되는 게 아니라 추구하는 거죠. ‘어떤 모습의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면 지금 당장 현실에서 내가 ‘짠’하고 되는 게 아니라 그런 사람과 닮고자 ‘쭉’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완생이라는 것은 추구의 대상이지 어떤 성취의 대상이라고 보면 안 될 것 같아요. 불교에 선문답(禪問答)이라고 하나요. 깨달으면 또 질문이 나오는 거잖아요. 계속해서 깨닫고 깨달아도 끝이 없는 것처럼 미생이라는 것도, 완생이라는 것도 또 다른 질문이 앞에 생기는 것이고, 계속해서 내가 채워지지 않는 뭔가가 있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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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현지를 찾아 중고차 사기 사례를 취재하고 있는 윤 작가(오른쪽에서 두 번째) |
그러나 4개월 만에 스토리가 빈약함을 깨닫고 연재를 중단하고 조운학 작가 문하생으로 다시 들어갔다. 이때 ‘도대체 창작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최인호 소설가의 시나리오 전집과 송지나 작가의 드라마 ‘모래시계’ 대본을 필사했다. 이런 담금질 과정을 거쳐 1996년 성인 코믹만화 ‘혼자 자는 남편’으로 재데뷔했다. 이후 작가는 ‘야후’를 통해 자기색깔을 분명히 드러내며 ‘이끼’, ‘내부자들’, ‘인천상륙작전’, ‘파인’, ‘미생’, ‘어린’ 등 ‘윤태호만의 결이 드러나는’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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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운학 작가 문하생 시절의 윤태호 작가(1992년). |
그는 무엇보다 ‘지금, 여기’의 ‘현재성’을 중시한다. 윤 작가는 장인을 모델로 삼은 민주화운동 시리즈 ‘사일구’(창비 刊)를 통해 “세대 간 반목과 갈등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 ‘오늘’의 이야기”를 한다.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어린’(2020~2022년 카카오웹툰 연재) 역시 “자기만의 극지(極地)에서 자기 비늘이 벗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앞서 작가는 2013년(남극연구 체험단)과 2019년(K-루트 프로젝트) 두 차례 120일 동안 남극에서 체류한 바 있다.
윤태호 작가의 ‘노마드’(Nomad)적인 도전과 실험은 현재진행형이다. ‘잃어버린, 나의 비늘을 찾아서’라는 부제를 붙인 ‘어린’ 제87화에서 주인공 이온이 바다에 빠져 고래와 조우하는 에피소드에서는 브람스의 ‘교향곡 1번 다단조 작품번호 68-1 악장’이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웹툰 이미지와 클래식이 어우러지는 시각과 청각의 공감각적인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인랑’(5화)과 ‘설국열차’(5화) 프리퀄(Prequel) 작품에서도 작가의 노마디즘(Nomadism)과 독창적인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윤 작가는 출판만화가로 14년, 이어 웹툰 작가로 18년을 활동하고 있다. 항상 새로운 소재와 구현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그의 차기작은 무엇일까? 올 상반기에 선보일 ‘미생’ 시즌3에 이어 재미를 안겨주면서도 한국사회를 통찰하고, 윤태호만의 고유한 어법과 그림체를 가진 신작 작품들을 기대한다.
/글=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윤태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