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번째 보름달이 뜨는 정월대보름은 설을 보내고 열닷새 만에 돌아오는 세시 명절이다. 어릴 적에 정월대보름 날이면 오곡찰밥과 온갖 나물들이 상 위에 차려지고 호두나 땅콩 같은 부럼을 깨 먹으면서 밤새 가족들과 수다를 나눴던 추억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정월대보름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변한다고 한다. 하룻밤 숙면과 고운 눈썹을 바꿀 수는 없는 법, 차라리 잠 못 이룰 보름밤을 마음껏 즐겨 보는 건 어떨까. 정월대보름을 확실하게 지새울 수 있는 곳이 우주도시 고흥에 있다.

2013년 1월 30일 오후 4시,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가 고흥 하늘을 힘차게 날아올랐다. 이후 우주항공도시로 주목받은 고흥에는 다양한 우주 관련 시설들이 들어섰다. 그 중 별과 달을 관측할 수 있는 천문대 두 곳이 문을 열었다. 바로 내나로도에 자리 잡은 ‘덕흥천문대’와 녹동항 근처에 문을 연 ‘우주천문과학관’이다. ‘덕흥천문대’가 교육 중심의 전문적인 시설이라면 ‘우주천문과학관’은 천체 기술과 별자리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 및 체험시설로 여행자들이 자주 찾는 고흥의 관광명소다.

주관측실 반사망원경

고흥우주천문과학관은 도양읍 장기산 정상에 자리 잡고 있다.

천문대답게 최첨단 800mm 주 망원경을 비롯해 200mm 크기의 보조 망원경 9대와 12개의 교육용 망원경, 그리고 돔스크린이 설치된 천체투영실과 야외 전망대 등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는 전문 장비를 갖추고 있다. 밤에는 성운·성단 등 각종 별자리를, 낮에는 태양 흑점을 관측할 수 있다. 특히 오목거울을 사용하는 800mm 반사망원경은 전국적으로 몇 개 없는 귀한 장비로 사람 눈의 1,300배가 넘는 집광력을 가지고 있어서 정확한 별자리 관측이 가능하다.

고흥우주천문과학관 겨울별자리. <고흥군 제공>

고흥우주천문과학관의 정식 개장시간은 오후 2시다. 밤이 되기 전인 오후 2시부터 5시40분까지 태양관측이 가능하다. 5시40분 이후에는 태양의 고도가 낮아서 관측이 힘들기 때문에 오후 6시 40분까지 일종의 브레이크타임을 갖는다. 태양이 완전히 지평선 너머로 지고 별이 뜨는 6시 40분부터 다시 문을 여는 이곳은 밤 10시까지 시간대별로 별자리 설명과 천체관측이 이뤄진다.

별 관측을 하러 갈 때에는 맑은 날 중에서도 그믐날을 골라야 더 많은 별을 볼 수 있다. 계절에 따라서 관측 시간표가 달라지기 때문에 헛걸음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방문 전에 시간표를 확인해야만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별자리 설명을 사전에 듣고 관측을 하면 안 보이던 별들이 눈앞에서 반짝이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천문과학관 직원들이 눈높이에 맞춰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기 때문에 별자리 구경하는 재미도 배가 된다. 음력 1월에 가장 명확하게 보이는 별자리는 시리우스, 오리온자리, 큰개자리, 작은개자리 등으로, 그리스로마신화 속 별자리 전설들이 정월대보름의 운치를 더해줄 것이다.

고흥우주천문과학관 체험프로그램.

천문과학관 1층과 2층은 별자리와 관련된 다양한 전시와 체험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특히 2월에는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위해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선착순 약 30인 내외로 사전 신청을 받아 주말 오후 2시 50분부터 시작되는 정규프로그램에 이어서 만들기 체험이 가능하다. 만들기 체험은 하루 전에 신청해야 한다.

두원운석.

우리나라 천문학의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역사관에는 해시계·물시계 등이 전시돼 있고 별자리 역사를 재미있는 이야기와 영상으로 소개하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특히 역사관에는 1943년 고흥 두원면에 떨어진 ‘두원운석’이라는 아주 특별한 암석이 있다. 일제 강점기 시절에 일본 관리가 일본으로 가져간 것을 1999년에 되돌려 받았다고 한다. 아쉽게 진품은 한국지질연구원에 있는 관계로, 고흥에 있는 건 똑같이 만든 복제품이지만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는 그만이다. 천문과학관 야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고흥 녹동항과 고흥 앞바다 야경도 참 멋지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사진=정지효 작가 1018hyohy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