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줍는 노인들 안전장구 외면…위험 안고 일한다
2025년 02월 12일(수) 20:40
광주시·자치구 매년 교통안전용품 지원하지만 “주는 줄도 몰라”
지원물품 다양화 하고 교통안전 교육·지원사업 홍보 강화해야

최근 광주시 동구 금동에서 한 폐지 수거 노인이 교통안전용품을 착용하지 않은 채 차도를 통행하고 있다.

광주지역에서 ‘폐지 수집’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들이 여전히 안전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광주시와 5개 자치구에서 매년 수천만원 예산을 들여 이들에게 교통안전용품을 지원하고 있으나, 실제로 활용하는 이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폐지 줍는 노인들은 교통안전 용품을 주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수령해도 활용을 하지 않고 있어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광주일보 취재진이 광주시 일대에서 만난 폐지 줍는 노인들은 하나같이 야광조끼, 삼각대, 자전거 후미등, 형광안전장갑, 안전띠(야광 끈) 등 교통안전용품을 이용하지 않고 있었다. 이들 품목은 지자체에서 구입해 나눠주는 것이다.

대다수는 밤에 위험한 어두운 색의 패딩 점퍼와 모자, 장갑을 착용하고 있었으며 리어카 또한 녹슨 철제 뼈대만 남아 어두운 곳에서는 식별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차도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고령에 반응속도도 느려 교통사고에 취약한데도 정작 안전 대책이라고 제공한 교통안전용품조차 활용도가 낮은것이다.

이들은 지자체에서 교통안전물품을 나눠주는 사실을 몰라서 못 받거나, 지원을 받더라도 필요성을 못 느껴 착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구 양림동에서 만난 A(86)씨는 조끼 등 안전용품 없이 일상복만 입고 자전거를 끌고 폐지를 줍고 있었다. 자전거에 후미등이나 반사지 등은 붙어 있지 않았고, 안전띠가 아닌 새까만 고무 노끈을 쓰고 있었다.

A씨는 “3년째 자전거 타고 다니며 폐지를 줍고 있는데, 안전용품에 대한 필요성을 못느낀다”며 “자전거로 차도를 다니는 것에 있어서도 큰 위험을 못느끼겠다. 안전용품을 착용하거나 입지 않아도 차들이 알아서 천천히 가거나 피해 가더라”고 말했다.

서구 쌍촌동에서 만난 B(68)씨는 “구청에서 안전물품이나 장갑, 마스크를 주는 줄 몰랐다. 준다고 하면 지금 당장구청에 가겠다”며 “밤에 당연히 위험하고, 파지 줍고 있는데 다른 차가 와서 들이받으려고 한 적도 있다. 우리 같은 사람은 몰라서 못찾아 먹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지난 2016년부터 폐지 수집 노인들에게 교통안전용품을 제공해 왔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2~5월 폐지수집노인을 전수조사한 결과 광주에서 활동 중인 폐지 수거 노인은 616명으로, 광주시는 매년 2000만원씩 예산을 투입해 안전조끼 2735벌, 안전장갑 9655켤레, 손수레용 삼각대 1800개 등을 지원했다.

또한 자치구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한 안전띠 350여개, 자전거 후미등 100여개, 경광봉 44개 등을 제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폐지 줍는 노인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지원 물품을 ‘몰라서 못 받는’ 사례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 행정복지센터나 고물상을 통해서만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지원 사업을 알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교통안전용품 지원을 받으려면 지자체에 직접 신청을 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폐지 수거 노인 대다수가 생계가 팍팍하고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폐지를 수집하고 있어 일일이 지원 신청을 할 여유를 갖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광주시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안전용품 착용을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개인이 착용하지 않는 문제를 해소할 뚜렷한 대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폐지 수집 노인들이 기관 등에 등록된 것도 아닌데다 소재를 찾기 어려워 홍보가 잘 안 되니 결국 폐지를 매수하는 고물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에서 ‘소재 파악이 어렵다’는 등 회피할 것이 아니라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교통안전 교육과 지원사업 홍보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사자 대부분이 70~80대 고령인 만큼 교통 안전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려면 더욱 세심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최근에는 폐지 수집 노인들의 지원 물품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그들이 자주 이용하는 방한·방열 물품 등을 다수 포함시키는 등 변화를 주고 있다”며 “폐지 수집 노인들에게 실제 수요가 있고 자주 활용할 만한 지원 물품을 더 고민하고 교통안전 홍보 방안을 고심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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