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12월 ‘슬로 시티’(Slow City)로 지정된 신안 증도가 연륙교 개통 이후 몰려드는 피서객과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육지인 신안군 지도읍과 증도를 연결하는 길이 900m의 증도대교가 지난 3월 개통되면서 ‘느림과 여유’의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섬문화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연륙이후 섬주민들의 육지 나들이가 수월해진 반면 이번 피서철에는 지난해에 비해 피서객이 5배, 쓰레기는 4배가량 증가하며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연륙교 개통으로 당일이 아닌 장기로 머무르는 피서객도 증가했다.

지난 14일 하루에만 차량 2000여대, 피서객 1만여명이 증도를 찾았다. 지난해 피서철에 매일 8t이던 쓰레기는 30t으로 크게 늘었다.

송림이 우거져 야영하기 좋은 우전 해수욕장은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하지만 우전 해수욕장과 해송 숲속에 조성된 길이 6㎞·너비 2m 가량의 웰빙 산책로에는 텐트 600여개가 빽빽하게 들어서 걷기조차 힘들다.

또 산책로에 조성된 50∼100년생의 소나무 주변에는 피서객들이 버린 각종 쓰레기들이 널려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백사장에도 밤새 캠프파이어 등을 한 피서객들이 제대로 뒷정리를 하지 않아 검은 재가 곳곳에 흩어져 있고 군데군데 깨진 병들이 위태롭게 방치돼 있다.

갯벌 체험장도 갯벌로 이어지는 다리의 난간이 일부 부서져 폐쇄되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더욱이 ‘금연의 섬’으로 선포된 섬에는 피서객들의 담배꽁초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어 군의 ‘청정 섬 만들기’ 노력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증도면사무소는 매일 인부 8명을 동원해 쓰레기 수거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밀려드는 피서객들의 공중도덕 실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상률 증도면장은 “휴가도 못가고 쓰레기를 치우면서 버리지 말아달라고 설득하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연륙교가 개통되면서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신안군은 증도대교 입구에 3만413㎡(9200평)의 부지에 75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건설하고 있다. 연말부터 승용차 대신 전기 셔틀버스와 자전거·우마차 등으로만 증도를 여행하게 할 계획이다.

/서부취재본부=조완남기자 wn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