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봄은 ‘초록(Green)’이다. 남도 곳곳에서 겨우내 얼었던 땅을 뚫고, 아우성치며 솟아오르는 새 생명은 모두 초록색이다. 속살부터 물이 꽉 찬 나목들이 내미는 잔손짓도 초록이다. 아니다, 남도의 봄은 ‘빨강(Red)’이다. 못다 이룬 사랑을 각혈처럼 토해내는 동백꽃 피는 오동도, 백련사…. 그럼에도 봄은 사랑 가득한 ‘노랑(Yellow)’이며, 고결한 ‘하양(White)’이다. 산수유 꽃 흐드러진 구례 산동, 매화 꽃잎 하얗게 흩날리는 섬진강 매화마을, 해남 보해매실농원….
하여 남도의 봄은 그린 위에 레드와 엘로우, 그리고 화이트가 합창하는 꽃의 축제 마당이다. ‘2008 광주·전남 방문의 해’의 첫 번째 유혹, 남도 봄꽃 마을을 찾아간다.
◇ 레드(Red)=남도의 유혹은 피보다 선연한 동백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중 에메랄드빛 바다와 어우러진 선홍빛 동백이 섬으로 떠 있는 오동도는 동백꽃 여행의 일번지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오동도의 동백은 겨울부터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해 3월이면 절정을 이루는데 섬 능선을 따라 동백숲을 이뤄 장관을 연출한다.
광양시 옥룡면 백계산 옥룡사지의 동백숲도 오동도 동백숲에 견줄만하다. 신라 때 도선국사가 옥룡사를 창건하고 풍수지리설에 따라 보호수로 동백나무를 심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해발 400m의 야트막한 산자락에 동백 물결이 남실거린다.
강진 백련사 동백숲도 서러울 정도로 아름답다. 수령 300년 정도 된 1천500여 그루의 구불구불 키 자랑을 하고 있다. 백련사에서 다산초당까지 오솔길을 따라 하늘을 덮은 동백숲은 천연기념물 제151호. 다산과 백련사의 혜장선사가 함께 거닐며 나눴던 선문답(禪問答)이 지금도 동백나무 꽃잎 떨어지는 소리에 묻혀 아련히 들리는 듯하다.
◇엘로우(Yellow)=아직 가슴 시린 봄날 아침, 영원 불변의 사랑을 찾으려면 구례 산동으로 가라. 오는 20일부터 23일까지 지리산온천지구에서 열리는 ‘산수유꽃축제’에 가면 수천만 송이의 노오란 사랑이 그대를 다사롭게 맞이할 것이다. 축제의 주제는 ‘영원불변의 사랑을 찾아서’다.
축제기간 중 산수유 쿠키 만들기, 산수유 물들이기, 산수유 한지공예, 산수유 두부묵 만들기, 산수유꽃 사진 콘테스트 등 56개의 이벤트가 열린다. 김덕수 사물놀이 공연과 추억의 포크송, 탈춤 한마당, 좌도 농악 등 다채로운 공연도 곁들여진다. 〈문의 구례군 문화관광과 061-780-2224〉
◇ 화이트(White)=매화 꽃잎 하얗게 흩날리는 남도의 들녘에 서면, 비로소 애써 기다린 봄의 참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섬진강변의 매화마을, 해남의 보해매실농원이 벌써 어화둥둥 들썩이고 있다.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에선 지난 8일부터 매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매화는 축제가 끝나는 16일부터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주무대는 백운산 산비탈에 위치한 청매실농원. 2천500개가 넘는 장독과 대나무숲, 그리고 전라도와 경상도를 흐르는 섬진강이 청매화 백매화 홍매화와 어우러져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하동 읍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에 오르면 청보리밭을 배경으로 만개한 매화가 시골 새댁처럼 수줍은 미소로 반긴다.
〈문의 광양시 문화홍보담당관실 061-797-2221〉
해남군 산이면 예정리 보해매실농원도 빼놀수 없는 탐매(探梅)코스다. 1만4천여그루의 매화나무가 46만2000m²의 광대한 농원에 빼곡하다. 이곳에선 오는 22∼23일 제7회 매화꽃 사진촬영대회가 열린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며 4명의 모델이 참가하는 ‘모델 부문’과 풍경 가족 연인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자유 부문’ 등 2개 분야로 나뉘어 진행된다.
참가 희망자는 행사 전날까지 대회 인터넷사이트(www.bohaephoto.co.kr)를 통해 예약하거나 현장에서 신청하면 된다. 사진대회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꼭 연인과 함께, 가족과 함께 찾아가 보라.
/김주정기자 jjnews@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