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장로 붐비는데…텅 빈 ‘K-POP 스타의 거리’
2024년 11월 24일(일) 20:05
시, 수 십억 투입…BTS 제이홉 팬메시지 조형물 등 콘텐츠 조성
유행 지난 노래·반복되는 영상 등 특색없는 ‘특화거리’ 시민 외면
전문가들 “소비 주체 면밀한 분석으로 방문객 유인 대책 세워야”

24일 광주시 동구 충장로 k-pop 스타의 거리가 주말임에도 한산하다. 거리 입구에는 방치된 쓰레기가 쌓여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광주시 동구 충장로와 금남로 방문객 증가추세와 맞물려 충장로 ‘k-pop 스타의 거리’ 활성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충장로 상인회 등에 따르면 충장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떨어지는 것과 맞물려 최근 충장로에서는 주말 공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유동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결과 충장로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2024년 1분기 31.02%, 2분기 25.3%, 3분기 24.97%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상인들은 광주시가 충장로 활성화를 위해 수십억원을 투입한 ‘k-pop 스타의 거리’는 방문객 유입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만성적인 콘텐츠 부족으로 방문객 자체가 적어 주변 상권 활성화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4일 방문한 k-pop 스타의 거리는 방문객이 드물어 한산했고, 그나마 한 두명 k-pop 스타의 거리에 들른 시민도 ‘경유’ 목적으로 지나갈 갈 뿐이었다. 같은 시각 바로 옆 골목인 충장로우체국 앞 거리가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을 이루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k-pop 스타의 거리 입구에는 주변 상인들이 내놓은 쓰레기 봉투 30여개가 방치돼 있고, 불법주정차 차량이 영상 전광판 벤치를 가로 막고 있었다.

시민 장문영(30)씨는 “k팝을 표방한 거리에서 최근 유행하는 ‘아파트’ 같은 노래가 나와도 모자랄 판에 유행이 한참 지난 노래가 나온다”며 “수개월 전에 봤던 영상을 오늘도 그대로 틀어주고 있고, 새로운 스타들이 업데이트되지도 않는 곳을 스타의 거리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k-pop 스타의 거리는 광주시가 지난 2021~2023년 사업비 37억원을 들여 조성한 특화거리다. 현재 BTS 멤버 제이홉의 팬메시지 조형물과 75명의 스타 핸드프린팅, k-pop 영상 전광판, 미디어파사드, 벽화, 홍보사인물(구 형태), 펜스형 포토존 등이 있다.

광주시는 지난해까지 4억 8000여만원을 투입해 경관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아이돌 핸드프린팅 등을 지속 추가해 왔다.

지속적으로 ‘콘텐츠 부족’ 비판을 들은 광주시는 올해 예산 5000만원을 들여 ‘k-pop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인근 충장로 상권 활성화 사업을 하고 있는 광주시 동구의 사업에 의존하는 수준에 그쳤다.

동구에서 최근 오픈한 ‘k-pop 공유카페’를 이용해 협업 공연을 하고, 충장상인회 ‘라온페스타’ 내 프로그램인 ‘케이팝 충장스타’ 공연 시 협업하는 식이다. 동구가 추진하는 ‘충장축제’, ‘스트릿컬쳐 페스타’ 등 축제와 연계해 스탬프투어, 미션투어 등을 추진하기도 했다.

광주시는 오는 12월까지 광주시가 자체 추진하는 k-pop 공연을 인근 청소년삶디자인센터 입구 무대에서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정작 k-pop 스타의 거리와는 거리가 멀어 효과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상인들은 광주시의 k-pop 스타의 거리 활성화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최근 상인회 측에서 k-pop 스타의 거리 인근 건물 벽에 레이저를 쏴서 스크린을 만들고 k-pop 공연과 음악을 틀어주자는 안도 내놨으나 실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일성 충장로1·2·3가 상인회장은 “수십억원을 투입해 거리를 만들어놓고 활성화가 안 되면 무슨 소용이냐”면서 “광주시가 상인회와 더 긴밀히 소통하고 효과적인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물리적 시설을 세우거나 일회성 프로그램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소비 주체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거쳐 방문객을 유인할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영미 동신대 관광학과 교수는 “옛 전남도청을 이전한 이후 충장로는 상권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면서 방문객이 줄어들기만 반복했다는 점에서 최근 흥행하는 k-pop 키워드를 충장로로 끌고 온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k-pop 관련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를 파악하고, 이들이 충장로 k-pop 스타의 거리에 반드시 방문해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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