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소년오지탐사대 네팔·티벳 탐사기 (상) 네팔
2007년 08월 22일(수) 19:09 가가
오르락 내리락 고행 75km “삶이 그런거야”
대한산악연맹의 ‘2007 한국청소년오지탐사대’ 네팔·티벳탐사대가 7월 26일부터 23일동안 네팔 서부와 티벳의 산군에서 탐사 및 봉사활동을 벌였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모두 19명으로 구성된 이번 탐사대에 광주·전남에서는 최학곤 순천금당고 교사(단장), 이병철 예당고 교사(대장), 광주대산악부 박행수씨(등반대장) 등 3명이 참여했다. 이병철 대장의 탐사기를 네팔과 티벳편으로 두 차례 나눠 싣는다.
해발 2,950m에 자리한 시미코트는 네팔 서부 트레킹의 출발점으로 현지에선 히든 히말(Hidden Himal)이라 칭할만큼 장쾌한 계곡과 능선을 자랑한다.
이 곳에 자리한 히말모델보딩스쿨(Himal Model Boarding School)은 우리의 유치원 과정과 비슷한 보육 코스와 5년의 학제시스템 아래 130여명의 어린이들이 공부하고 있다. 아울러 SLC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민들에게도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원정대는 본격적인 탐사활동에 앞서 학생들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국문화 홍보, 현지문화 체험 및 교류, 봉사활동에 나섰다. 대원들은 엽서를 활용한 한국 소개와 풍선놀이, 그림놀이, 제기차기, 태권도 시범 등을 펼쳤다. 교장선생님은 “한국 사람이 이 곳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고 반가워했고 호기심 덕분인지 주민들이 대거 몰려 한바탕 마을축제로 진행됐다. 현지 어린이들도 우리를 위해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처음엔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어려워하던 대원들과 주민들은 어느새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면서 금세 하나가 됐다. 학용품과 축구공 전달을 끝으로 행사를 마무리할 무렵 헤어지기가 아쉬워 눈가가 붉어질 정도였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본격적인 탐사에 나섰다. 목적지는 나라패스다. 마을 뒤 해발 3,200m의 언덕에 오르니 계곡 아래 힘찬 물살에 돌들이 가루가 되어 회색빛을 띤 카날리강(Humla Karnali River)이 거대한 아나콘다처럼 구불구불 흘러간다. 시미코트에서 나라패스를 거쳐 티벳으로 가는 길은 이 강의 흐름과 함께 해야 한다.
다라푸리(Dharapuri·2,270m)의 초록풀밭인 콜라캠프(Khola Camp)와 캐르미(Kerm), 톰코트(Tumkot·3,068m)에서 각각 야영을 하며 길을 재촉한다. 대원들은 한 낮 기온이 50도에 육박하는 폭염과 고산병에 대한 두려움, 트레킹 내내 간헐적으로 내리는 빗속에서도 도전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산길 곳곳에서는 염소와 야크의 행렬과 마주친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과 짐승이 다니는 길이 하나여서 비와 짐승 배설물은 뒤범벅이 되어 대원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하루 10∼20km, 해발 3,000m의 고지대를 오르내리는 탐사로는 대원들의 체력적 한계를 시험하곤 한다. 자칫 잘못하면 고소증세로 뇌수종과 폐수종에 걸릴 수 있다. 숨쉬는 것조차 이 정도 고도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고도를 높일수록 숨 쉬는 타이밍을 놓치면, 한 번씩 거친 숨을 몰아쉬어야 한다. 대원 한 명은 제대로 고소 적응을 하지 못해 티벳 타클라코트에서 5일간 폐수종으로 입원해야 했다.
드디어 네팔과 티벳의 국경인 나라(Nara)패스에 닿았다. 우리만의 정상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던져놓은 돌들이 모여 이제는 큰 제단이 되어버린 돌탑에서 오름이 본능이 되어버린 어린 산꾼들의 바람을 읽는다.
고개 위에 서니 저 아래 사람들이 마치 대자연이 서술해 가는 한 편의 시와 에세이의 쉼표나 마침점 처럼 느껴졌다.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 한 편의 서사시를 쓰고 있는 것이다. 지극히 높은 산 위엔 하얀 눈과 얼음이 가득하고, 낮은 곳에 사는 인간들은 그것을 닮아서, 하얗고 깨끗한 마음을 가져야 산에 오를 수 있는 것이고, 산에 올라서는 어울림으로 그 안에 동화되어 버리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나라패스를 통과하면 하염없이 내려가야 한다. 그렇게 힘들여 며칠을 올라왔건만, 이처럼 허무하게 내려갈 줄이야. 누군가 던진 한 마디가 귓가에 스친다. ‘삶이란 원래 그런 거야’
내려서는 길은 힐사로 이어진다. 중국 티벳자치구지역인 씨에라와는 철제다리로 연결된다. 시미코트를 출발해 엿새동안 지나온 길을 지도로 확인해 보니 75km, 참 많이도 걸어왔다.
/글=이병철 보성예당고 교사
/사진=2007 한국청소년오지탐사대
해발 2,950m에 자리한 시미코트는 네팔 서부 트레킹의 출발점으로 현지에선 히든 히말(Hidden Himal)이라 칭할만큼 장쾌한 계곡과 능선을 자랑한다.
이 곳에 자리한 히말모델보딩스쿨(Himal Model Boarding School)은 우리의 유치원 과정과 비슷한 보육 코스와 5년의 학제시스템 아래 130여명의 어린이들이 공부하고 있다. 아울러 SLC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민들에게도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원정대는 본격적인 탐사활동에 앞서 학생들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국문화 홍보, 현지문화 체험 및 교류, 봉사활동에 나섰다. 대원들은 엽서를 활용한 한국 소개와 풍선놀이, 그림놀이, 제기차기, 태권도 시범 등을 펼쳤다. 교장선생님은 “한국 사람이 이 곳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고 반가워했고 호기심 덕분인지 주민들이 대거 몰려 한바탕 마을축제로 진행됐다. 현지 어린이들도 우리를 위해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처음엔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어려워하던 대원들과 주민들은 어느새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면서 금세 하나가 됐다. 학용품과 축구공 전달을 끝으로 행사를 마무리할 무렵 헤어지기가 아쉬워 눈가가 붉어질 정도였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본격적인 탐사에 나섰다. 목적지는 나라패스다. 마을 뒤 해발 3,200m의 언덕에 오르니 계곡 아래 힘찬 물살에 돌들이 가루가 되어 회색빛을 띤 카날리강(Humla Karnali River)이 거대한 아나콘다처럼 구불구불 흘러간다. 시미코트에서 나라패스를 거쳐 티벳으로 가는 길은 이 강의 흐름과 함께 해야 한다.
다라푸리(Dharapuri·2,270m)의 초록풀밭인 콜라캠프(Khola Camp)와 캐르미(Kerm), 톰코트(Tumkot·3,068m)에서 각각 야영을 하며 길을 재촉한다. 대원들은 한 낮 기온이 50도에 육박하는 폭염과 고산병에 대한 두려움, 트레킹 내내 간헐적으로 내리는 빗속에서도 도전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산길 곳곳에서는 염소와 야크의 행렬과 마주친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과 짐승이 다니는 길이 하나여서 비와 짐승 배설물은 뒤범벅이 되어 대원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하루 10∼20km, 해발 3,000m의 고지대를 오르내리는 탐사로는 대원들의 체력적 한계를 시험하곤 한다. 자칫 잘못하면 고소증세로 뇌수종과 폐수종에 걸릴 수 있다. 숨쉬는 것조차 이 정도 고도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고도를 높일수록 숨 쉬는 타이밍을 놓치면, 한 번씩 거친 숨을 몰아쉬어야 한다. 대원 한 명은 제대로 고소 적응을 하지 못해 티벳 타클라코트에서 5일간 폐수종으로 입원해야 했다.
드디어 네팔과 티벳의 국경인 나라(Nara)패스에 닿았다. 우리만의 정상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던져놓은 돌들이 모여 이제는 큰 제단이 되어버린 돌탑에서 오름이 본능이 되어버린 어린 산꾼들의 바람을 읽는다.
고개 위에 서니 저 아래 사람들이 마치 대자연이 서술해 가는 한 편의 시와 에세이의 쉼표나 마침점 처럼 느껴졌다.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 한 편의 서사시를 쓰고 있는 것이다. 지극히 높은 산 위엔 하얀 눈과 얼음이 가득하고, 낮은 곳에 사는 인간들은 그것을 닮아서, 하얗고 깨끗한 마음을 가져야 산에 오를 수 있는 것이고, 산에 올라서는 어울림으로 그 안에 동화되어 버리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나라패스를 통과하면 하염없이 내려가야 한다. 그렇게 힘들여 며칠을 올라왔건만, 이처럼 허무하게 내려갈 줄이야. 누군가 던진 한 마디가 귓가에 스친다. ‘삶이란 원래 그런 거야’
내려서는 길은 힐사로 이어진다. 중국 티벳자치구지역인 씨에라와는 철제다리로 연결된다. 시미코트를 출발해 엿새동안 지나온 길을 지도로 확인해 보니 75km, 참 많이도 걸어왔다.
/글=이병철 보성예당고 교사
/사진=2007 한국청소년오지탐사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