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孔子)는 황제의 예우를 받았다. 공묘(孔廟)의 대성전(大聖殿)이 자금성의 태화전과 맞먹는 규모였다는 것 외에 공자의 묘비에 황제의 색인 노란색을 사용했다는 것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성인 중에 공자가 황제 대접을 받았다면, 산 중에는 태산(泰山)이 그렇다.
태산의 대묘천황전(岱廟天皇殿) 역시 대성전, 태화전과 함께 중국의 3대 건축물에 속한다. 태화전이 황제가 사는 곳이고, 대성전이 공자를 모신 곳이라면, 천황전은 태산의 사당인 것이다.
태산은 산동성의 성도(城都)인 제남과 공자의 고향 곡부(曲阜) 중간 지점인 태안(泰安)에 있다. 양 도시에서 차로 각각 1시간 쯤 걸리며 일조에서는 3시간 가량 가야 한다. 태산이 영산(靈山)으로 중국인들에게 특별 대접을 받는 이유는 뭘까.
태산 정상인 주봉은 옥황정(玉皇停)의 사원 바로 아래에는 중요한 포토 포인트가 한군데 있다. 태산이 오악 중 으뜸이라는 뜻의 ‘오악독존(五岳獨尊)’이 새겨진 비석. 오악은 중국의 5대 명산을 뜻하는 것으로 동악(東岳)인 산동성의 태산을 비롯해 서악(西岳)섬서성의 화산(華山), 중악(中岳)인 하남성의 숭산(崇山), 남악(南岳)인 호남성의 형산(衡山), 북악(北岳)인 산서성의 항산(桓山) 등이다.
태양을 숭상했던 중국인들에게 해뜨는 방향의 가장 높은 산은 상서로운 곳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진시황이나 한무제 등 중국의 역대 황제들은 태산에 올라 하늘에 제를 올리는 의식(봉선·封禪)을 치렀다. 봉선에는 종교적 의미 외에 세력 과시의 이유도 담고 있다. 공묘의 규모가 황제들에 의해 조금씩 커졌던 것과 같은 이치다. 높이는 해발 1545m로 그리 높지 않지만 태산이 오악 중 으뜸이 된 이유다. 유네스코는 절경과 곳곳의 문화재를 인정해 태산을 1987년 세계문화유산과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중국인들은 태산을 하늘과 동일시한다. 그래서 하늘로 가는 첫 번째 문이라는 뜻의 ‘일천문(壹天門)’이 등산로의 처음에 놓여 있다. 태산 정상의 사원은 옥황상제를 모셔놓은 곳, 하늘의 주인이 가장 높은 곳에 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태산은 몇 가지 등정로가 있지만 대부분 대묘천황전이 있는 남쪽 방향에서 오른다.
관광객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일천문이나 중천문(中天門)부터 걸어서 오르거나, 중천문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남천문(南天門)까지 간 뒤 오르는 방법 등이 있다. 모두 계단식으로 돼 있어 만만한 등산길은 아니다. 총 계단은 7천400여개에 달한다. 일천문에서 남천문까지는 6천666개의 계단이 있다고 한다. ‘하늘사다리(천제·天悌)’로 부르기도 한다.
계단 등정의 하이라이트는 18번의 구비가 있다는 십팔반(十八般)이다. 중천문과 남천문 사이에 있으며 길이는 약 1㎞, 계단 1천500여개로 전체 여정 중 큰 비중이 없는 것 같지만 해발 400m를 오르기 때문에 경사가 70∼80도에 달하는 가파른 길이다. 남천문에 오르면 거의 정상이라 할 수 있다. 총 등반 시간은 5∼6시간.
능선에 놓인 남천문을 지나면 천가(天街)가 등장한다. 호텔과 식당, 기념품 가게 등 상가들이 줄지어 있다. 하늘의 거리 사람들은 청나라 때부터 정착했다고 한다. 남천문에서부터는 사람이 갑자기 많아지고 관광지의 느낌이 난다. 옥황정까지 가는 길도 그리 가파르지는 않다.
곡부와 가까운 만큼 태산에도 공자의 흔적이 산재해 있다. 공자가 등산을 시작한 곳은 공자등임처(孔子登臨處)로 기념하고 있으며 정상에 올라 노나라를 보던 곳은 담로대(膽魯臺), 진나라를 살피던 곳을 진관봉(秦觀峰)으로 부른다. 혼란스러웠던 전국시대 태산에 올라 공자가 읊었던 글귀를 세겨봄직 하다. ‘태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아보인다(등태산이소천하·登泰山而小天下)’.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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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정상필기자 camus@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