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꽃길 =5월, 밀양에 가면 가장 먼저 이팝나무 꽃길 아래를 지나볼 것. 단장면 경남주유소에서 고례리 평리마을 가는 길에 5㎞ 길이의 이팝나무 가로수길이 펼쳐진다. 꽃터널이 그윽하게 이뤄질 정도는 못 되지만,소박하고도 수북하게 핀 이팝나무 꽃이 정겨운 길이다.
‘이팝나무’는 하얀 꽃더미가 그릇 가득 담긴 쌀밥 같다고 해 붙은 이름. 입하(立夏,양력 5월 5·6일께) 때 꽃이 핀다고 해 ‘입하목(立夏木)’이라고도 불린다.
양산 상북면 신전리, 김해 한림면 신천리와 주촌면 천곡리 등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오래된 이팝나무가 있는데,이 나무들에 공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이팝나무 꽃이 활짝 피면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다. ‘쌀밥꽃’이라 불리는 이팝나무 꽃이 한 해 농사의 결과를 점치는 역할을 한다는 것. 물이 많은 곳에서 잘 자라는 이팝나무의 식생을 보면 이 속설, 일리가 있다. 봄에 비가 촉촉이 와야 꽃도 활짝 피고, 벼농사도 잘 된다는 것. 요즘은 가로수로도 이팝나무를 심는다.
▲밀양댐 =평리마을은 대추로 유명한 팜스테이 마을. 도로변으로 대추나무 밭이 펼쳐진다. 밀양강 지류인 고사천과 백마산을 끼고 있어 마을 풍경이 아름답다. 평리마을에서는 이팝나무 꽃이 필 무렵에 ‘이팝꽃 작은 음악회’를 연다.
평리마을에서 차로 5분이면 밀양댐에 가 닿는다. 밀양댐은 지난 2001년 완공된 다목적 댐. 연간 700만㎾h의 전력을 생산하고 밀양과 양산, 창녕 지역에 용수를 공급한다.
댐은 인위적으로 물을 가두어 두는 장치. 물은 마음대로 흐르지 못하지만, 가두어 담을 수 없는 차창 밖 바람은 자유롭다. 산허리를 깎아낸 길 덕분에 차도 멈춤 없이 달릴 수 있는 곳. 밀양시 단장면과 양산시 원동면을 잇는 1061번 지방도는 드라이브 코스로 그만이다. 5월의 신록, 산빛이 아름답다. 길은 배내골까지 이어진다.
자녀와 함께라면 댐 아래 생태공원과 물 문화관에 들러보는 것도 괜찮겠다.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은 망향비와 정자가 있는 ‘망향 동산’. 커피, 옥수수, 뻥튀기 등을 파는 노점상들과 잠깐씩 차를 세워 쉬어가는 사람들의 나른한 발걸음이 있는 곳이다.
망향비에는 댐 건설로 수몰된 고야천 상류 지역의 주민을 위로하는 글귀와 함께 밀양 출신 학자 김종직의 시 구절이 새겨져 있다.
‘아홉 굽이 폭포마다 성난 우레 부딪치고/ 낙화는 가없이 물결 따라 쓸려가네/ 반생토록 몰랐어라 도원길이 어드멘지/ 오늘에야 만났거늘 조화옹이 시기하네.’
▲만어사 =서기 46년 가락국 수로왕이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는 만어사는 통도사의 말사.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차로 10분 정도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절이다. 만어사는 절집 자체보다 절 주변의 돌들이 볼 거리다. 검푸른 돌들의 바다. 너비 100m, 길이 500m에 이르는 너덜겅이 장관이다.
‘종석’이라고 불리는 만어사의 돌들은, 신기하게도 두드려 보면 경쾌한 쇳소리가 난다. 모든 돌에서 종소리가 나는 것은 아니다. 열에 한둘 정도가 특히 맑은 소리를 낸다.
“만어사라고 해서, 글자 그대로 바위가 1만 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이 돌들 보세요. 1만 개만 될까요?”
절에서 만난 스님이 묻는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돌을 앞에 두고, 숫자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 뵌다. 스님은 일행을 미륵전으로 안내했다. 미륵전에 모셔진 것은 미륵부처가 아니라 커다란 돌. 이름하여 미륵바위다.
전설에 따르면, 미륵바위는 만어산을 찾은 동해 용왕의 아들이 돌로 변한 것. 절 아래 돌들은 용왕의 아들을 따라 길을 나섰던 동해의 수많은 물고기들이라고 한다. 삼국유사에도 ‘어산불영(漁山佛影)’ 설화가 남아있다.
스님은 미륵바위에서 무엇을 보았느냐고 물었다.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고 했더니,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바위 정면을 비춰보라고 했다. 부처를 닮은 형상이 화면에 담겼다. 맨눈으로는 보지 못했던 것이다.
삼랑진 만어사에 가면 그대,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어 보라. 하찮아 보이는 돌덩이에서 부처의 그림자나 종소리를 발견할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부산일보 제공>
/글=이자영기자 2young@busanilbo.com
사진=김병집기자 b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