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 야생차축제

‘백사 청송(白沙靑松)’ 의 고장. 경남 하동에는 두 길이 있다. 끝없는 백사장과 신록이 한데 어우러진 섬진강 물길이 첫 번째고, 벚꽃 가득한 쌍계사 꽃길이 바로 두번째다. 봄의 한 가운데 서서 어디 갈만한 데가 없을까 하고 고민하다 보면 어디선가 상쾌하고 짙은 다향(茶香)이 코끝에 맺히는 듯 다가서는 곳. 그곳이 하동이다. 하동은 보성과 더불어 우리나라 차의 고향이면서 ‘웰빙의 고장’이다.
▲하동 야생차 축제= 하동 화개는 우리나라 차시배지(茶始培地)로 차 재배에 알맞은 기후와 토질을 가지고 있다. 다경(茶經)에 차나무는 바위틈에서 자란 것이 으뜸이라 했는데 하동의 차나무는 경사진 골짜기의 바위틈에서 자라는 야생의 것들로 직근성으로 뿌리가 곧게 내리기 때문에 옮겨 심으면 죽어 옛날 여자가 시집갈 때 차씨를 정절의 상징으로 혼수속에 담아갔다.
특히 하동은 지리산 국립공원과 한려해상의 수려한 자연경관속에 청정한 섬진강이 어우러지고, 불교음악인 범패의 발생지로 천년의 향기가 살아있다.
올 하동 차 축제의 백미는 지난해 한 통에 1천300만원에 낙찰된 천년녹차를 직접 마셔볼 수 있는 것이다. 수령이 1천년 된 야생차나무(경남 지정기념물 제264호)에서 딴 차잎(우전)으로 만든 ‘천년차’는 오는 17일∼20일까지 4일간 녹차 시배지인 하동군 화개면과 진교면에서 열리는 ‘하동야생차축제’에 주인공으로 나선다.
이 귀한 차는 사전 신청 후 현장추첨을 통해 선발된 100명에게 직접 체험할 기회가 주어진다. 하동군은 귀한 천년차의 이미지 손상을 막기 위해 당첨자에게도 3만원을 받을 방침이다. 참가 신청은 15일까지다. 문의 하동군 웰빙 이벤트팀 055-880-2375.
이외에 직접 녹차를 만들어 보는 체험행사 ‘내가 만든 왕의 녹차’ , 녹차씨 모형을 찾는 보물찾기 놀이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준비돼 있다.
▲쌍계사와 칠불사=벚꽃 하면 떠오르는 쌍계사는 워낙 유명한 사찰. 거기서 10㎞ 정도 더 올라가면 칠불사(103년·수로왕 62년)가 자리하고 있다. 칠불사는 인도로부터 직접 수용한 불교의 성전이다. 가락국 김수로와의 일곱왕자 전설이 담겨 있는 칠불사는 예로부터 동국제일선원이라 해 금강산 마하연 선원과 더불어 우리나라 2대 참선도량으로 불려 왔다. 또 차(茶)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인물인 초의선사가 1828년 이곳 칠불사에 머물며 하동의 차를 토대로 다신전을 저술하기도 했다. 현재는 하동 관광의 대표적인 곳으로 각광받고 있다.
▲화개장터= 하동에 오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화개장터다. 소설가 김동리는 전남 구례에서부터 경남 하동·함양에 이르기까지 두개도를 잇는 큰 장인 화개장터 안의 인간군상을 보고 ‘역마’를 썼다.
소통과 거래가 빈번하지 않았던 그 옛날을 회상하면서 화개장은 국경무역과도 비슷한 교류터 역할을 했다. 호남과 영남 두 문화간, 또 산촌과 강촌을 이어주는 중요한 이음새로써 자리 해왔던 것이다. 지금도 ‘전상도 경라도’의 화개장터를 직접 가보면 사람냄새 풀풀나는 장터를 느낄 수 있다. 화개장에는 사람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하동의 섬진강 재첩국과 구례 지리산 도토리묵의 진득하고 구수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