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왔던 봄이 암표범 처럼 발톱을 세운 꽃샘추위로 인해 잠시 주춤거리고 있다. 그렇지만 양지바른 골짜기, 섬진강이 휘감아 도는 언덕배기에는 이미 완연한 봄을 느끼게 한다. 매화, 산수유, 동백등 봄을 상징하는 꽃나들이는 다음주를 기약하고 이번주는 대자연의 봄 잔치를 미각으로 느끼게 해주는 산골의 봄 전령사를 맞으러 가보자.
성큼 다가왔던 봄이 암표범 처럼 발톱을 세운 꽃샘추위로 인해 잠시 주춤거리고 있다. 그렇지만 양지바른 골짜기, 섬진강이 휘감아 도는 언덕배기에는 이미 완연한 봄을 느끼게 한다. 매화, 산수유, 동백등 봄을 상징하는 꽃나들이는 다음주를 기약하고 이번주는 대자연의 봄 잔치를 미각으로 느끼게 해주는 산골의 봄 전령사를 맞으러 가보자.
오는 봄을 오감으로 느낀다고 하지만 미각을 통한 봄맞이처럼 생생한 것도 찾아보기 힘들다.
산골의 봄기운을 통째로 전하는 ‘고로쇠’는 피아골, 화엄사 계곡 등 지리산 골짜기에서 밤낮으로 달짝지근한 수액을 토해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부드러워지는 훈훈한 봄바람 속에 달콤하게 입안에 달라붙는 고로쇠 한 잔은 온 몸에 산골의 봄 기운을 고스란히 전한다.
경칩(3월 6일)부터 마시는 고로쇠는 봄을 느끼며 겨우내 움츠렸던 찌뿌둥한 기분을 함께 씻어내기에 그만이다.
지리산 자락 중 고로쇠 산지로 유명한 곳은 구례군 지리산 피아골 계곡의 마지막 동네인 직전마을. 경칩 무렵 이 마을 사람들은 고로쇠 수액 채취로 고사리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이다.
단풍나무과의 고로쇠 나무에 작은 구멍을 내고 채취한 수액은 뼈에 이롭다고 해 ‘골리수(骨利水)’ 라고도 불린다. 해발 700∼1,000m 고지대에 자생하는 수령 30∼100년생 고로쇠나무에서 채취하는 수액은 칼슘, 마그네슘, 칼륨, 망간 철 등 다량의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어 골다공증, 신경통, 위장병, 피부미용 등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몸안에 나쁜 물질을 배출시키는데 효과가 있고 산후조리,원기회복에도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딱히 이같은 영양소가 없다고 할 지라도 한 잔, 두 잔, 세 잔 거푸 들이키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다 보면 몸에서 불순물이 빠져나가고 새로운 봄기운을 담을 수 있도록 정화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고로쇠 채취는 일교차가 큰 아침에 이뤄진다. 고로쇠 나무는 바람이 잦아들고 온도차가 큰 날 수액을 쏟아낸다.
고로쇠 수액은 마시는 방법이 쉽지 않다. 체내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고로쇠 수액 한말(18ℓ)을 3∼4명이 밤새도록 마셔야만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매년 이맘때면 지리산 자락의 민박집 등에서 밤새 고로쇠 수액을 마시는 사람들로 진풍경이 연출된다.
민박이 어려우면 고로쇠 물을 구입해와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게임등을 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가진다면 더욱 좋다. 어떤 이들은 고로쇠 물을 더 잘 마시기 위해 마른 오징어를 가져와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밤을 새기도 한다.
광양에서는 다압면 매화마을에서 고개를 하나 넘어 만나게 되는 진상명 비평리 날마을(비촌)이 고로쇠 명산지로 알려졌다.
고로쇠 여행의 적지인 지리산 자락에는 곳곳에 거찰이 자리하고 있어 단조로울듯한 여행을 유익하게 한다. 화엄사, 천은사, 쌍계사, 실상사, 대원사 등 봄기운 가득한 사찰을 찾아 마음을 정갈히 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