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천불국(海天佛國) 동방어도(東方漁都)’
관음불교의 성지이자 세계 3대 어항 중 하나인 중국 절강성 주산시 보타(普陀)를 일컫는 말이다.
보타는 오대산·아미산·구화산과 함께 중국 불교의 4대 명산 중 하나인 보타산을 품고 있어 연간 3백만명에 이르는 한국의 불자들이 이곳 관음도량을 찾고 있다. 또 중국 진한(秦漢)시대부터 한반도와 바닷길로 왕래한 해상 실크로드의 중심으로 효녀 ‘심청’의 중국 고향이기도 하다.
당시 ‘심청’을 대신해 공양미 삼백석을 홍법사에 바쳤던 보타의 심가문(沈家門)은 지금도 ‘심가문진(鎭)’이라는 행정구역과 해양박물관으로 남아 옛 시절의 영화를 말해주고 있다.
보타 관광은 크게 거대한 해수관음상과 불긍거관음원 등 관음불교 유적이 산재해 4계절 불사와 향화가 끊이지 않는 12.5㎢의 보타산 불교문화, 1999년부터 실크로드 등 특별한 주제로 국제 모래조각전이 열리는 여름 휴양지 주가첨(朱家尖), 김용(金庸)의 무협소설 ‘사조영웅전’의 한 배경이자 촬영지인 도화도(桃花島), 밤마다 11.5㎞ 부두에 해산물 포장마차가 등불을 켜는 심가문 어항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거대한 배 모양의 불단 위에 선채로 안치된 33m 높이의 금박 해수관음상은 종교를 떠나 세계를 향한 ‘해양입국’의 의지를 과시하는 듯 하며, 관음상을 싣고 가던 배가 멈춰 움직이지 않아 그 자리에 절을 세웠다는 불긍거관음원은 의상대사가 비슷한 과정으로 관음보살을 친견해 관음상을 모셨던 양양 오봉산 낙산사를 저절로 떠올려 준다. 특히 섬 끝자락에 ‘신라초’로 명명된 암초를 보면 해로를 따라 동남아를 오갔던 선인들의 발걸음이 얼마나 잦았는지 짐작해 볼 수도 있다.
황하처럼 탁한 바닷물이 7∼8월이면 에메랄드빛으로 거짓말처럼 변해 샹하이 부자들의 별장촌이 들어선 주가첨과 무협지에서 피안의 세계로 묘사되는 도화도를 둘러보면 천혜의 자연이 인간에게 베푸는 청심정혼(淸心精魂)의 혜택에 가슴 벅차지 않을 수 없다.
사나흘 여정에 발걸음이 무거워 질 무렵 안락한 호텔에 짐을 풀고 어스름 해변에 나서면 끝이 보이지 않는 어선 불빛을 따라 늘어 선 포장마차가 갖가지 해물 안주를 펼쳐놓고 관광객을 맞이한다.
생조기와 갈치·꽃게 등을 잡는 이 심가문 어항의 어선들 가운데 상당수는 불법어업으로 우리 해경의 단속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입맛이 씁쓸하다.

/곡성=김계중기자 kjkim@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