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학생들의 대학 정시지원에서 ‘이과’ 수험생이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 1∼3등급 받을 받은 수험생 대부분이 이과생들이어서 이른바 교차지원으로 인한 ‘문과침공’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0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4학년도 수능 응시생 3198명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 수학 1등급 수험생 가운데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이 96.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확률과 통계 응시자는 3.5%에 불과했다.

통합수능 1년차였던 2022학년에는 수학 1등급 가운데 미적분·기하 응시자 비율이 86.0%, 지난해에는 81.4%였는데 올해는 사실상 1등급을 이들이 점령했다는 게 종로학원의 분석이다. 수학 2등급에서도 미적분·기하 응시자가 71.7%, 3등급에서도 71.4%를 차지했다.

이러한 현상은 확률과 통계의 경우 비교적 평이하게 출제된 반면, 미적분은 까다롭게 출제돼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11점 가량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수능에서 킬러 문항 논란의 중심에 있는 수학 영역 22번(4점)의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2번은 미분계수의 부호를 고려해 조건을 만족시키는 그래프의 개형을 추론하는 문제였다.

종로학원 분석 결과, 이번 수능 선택과목간 점수차를 분석한 결과 미적분을 선택한 수험생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148점으로 확률과 통계(137점)보다 11점 더 높았다.

표준점수는 개인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다. 통상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만점자의 표준점수, 즉 ‘표준점수 최고점’이 상승한다.

선택 과목별로 난이도가 다르면 같은 과목에서 만점을 받더라도 표준점수에서 차이가 나게 된다.

이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미적분의 표준점수가 문과생이 선호하는 확률과 통계보다 훨씬 높아지면서 이과생의 표준점수 고득점에 유리해졌다고 해석된다.

올해 수능 수학영역의 경우 원점수 기준으로 확률과 통계 100점이 미적분이 88점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는데 미적분을 택할 경우 서너 문제를 틀리더라도 확률과 통계 만점자만큼의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학 공통과목에서 자연계열 수험생과 문과 수험생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문계열 학생들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학 정시지원 방향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교차지원은 특정대학, 최상위권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1,2,3등급 대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윤영기 기자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