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혜성처럼 등장한 ‘스타’에 대중들은 열광한다. 과거에 길거리 캐스팅과 잡지 표지모델, 광고 등을 통해 부상했다면 요즘은 오디션 프로그램과 연예 기획사의 육성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다. 우선 유명기획사 연습생이 되려면 일명 ‘아이돌 고시’를 통과해야 한다. 일부는 수년간의 ‘무명’ 시절을 열정과 끊임없는 연습으로 견디며 뒤늦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스타로 급부상했다가 음주운전과 마약, 성추문, 대형 스캔들 등으로 인해 한순간에 바닥으로 추락하기도 한다. 네티즌의 무차별적인 악플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도 다수다.

선망하는 직업 1위로 연예인을 꼽는 초·중고생들, 208만 명에 달하는 오디션 참가자, 7000대 1을 뛰어넘는 연예기획사 연습생 선발 경쟁률…. 최근 ‘연예인의 겉과 속’을 펴낸 대중문화 평론가 배국남 씨는 연예인 광풍이 몰아치는 한국을 ‘연예인지망생 공화국’, ‘스타공화국’이라 표현한다. ‘연예인, 얼마나 아니?’라는 부제를 붙인 이 책은 총 9장으로 나눠 연예인 지망 열풍의 현주소를 비롯해 한국 대중문화 핵심을 이루는 연예인들의 명암과 연예기획사의 스타육성 시스템, 연예인의 존재기반인 팬덤 등에 대해 속속들이 파헤친다. 대중문화 전문기자로 연예계 현장을 30여년간 취재한 저자의 경험과 대학에서 연예인·스타론을 강의하며 축적한 연구의 결과가 오롯이 녹아있다.

최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그랜트 파크에서 열린 ‘롤라팔루자 뮤직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 <빅히트뮤직 제공>

저자는 연예인의 정체성에 대해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 코미디와 예능 프로그램 같은 문화 콘텐츠의 형식과 내용을 구성하고 문화상품의 흥행을 좌우하는 대중문화의 핵심적 역할을 하며 문화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주역이자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한류의 주체”라고 말한다.

한국 대중문화의 변천사와 명멸하는 스타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저자는 연예인 지망생 증가와 연예기획사의 약진 등에 대해 심도있게 진단한다. 1990년대 이후 대중문화 시장이 급성장하고, 연예기획사가 ‘스타시스템의 핵심 주체’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여러 방송사에서 경쟁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제작하면서 연예인 지망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연예인의 성공은 모두에게 보장되지 않는다. 수십만 명의 연예인 지망생 가운데 엄청난 부와 명예를 부여잡은 스타 비율은 불과 0.01%. 미국 할리우드 역시 12년 동안 2만 명의 단역배우중 스타 대열에 합류한 이는 12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5억 원대 43만6590원. 한 미니시리즈의 스타급 배우와 6등급 배우의 회당 출연료는 극단적이다.

저자는 “대중문화와 한류의 화려한 성공과 스타와 대형 연예기획사의 찬란한 성취의 이면에는 연예인 지망생 공화국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고 지적한다. 성매매 강요와 금품 갈취 등 연예계 데뷔를 꿈꾸는 젊은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범죄 또한 늘고 있다. ‘연예인 지망 광풍의 또 다른 얼굴’이다.

BTS 노래와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 ‘K-컬쳐’가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신간 ‘연예인의 겉과 속’은 대중문화 팬들과 한류 팬들의 연예인과 스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줌은 물론 연예계 지망생, 대중문화 연구자, 문화산업종사자 모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저자는 “연예기획사와 대중매체 그리고 연예인 메이커들이 스타 시스템의 문제를 개선해 경쟁력 있는 시스템과 건강한 연예인 문화를 구축하길 진정으로 희망한다”고 메시지를 던진다.

<신사우동 호랑이·1만8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