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에서 북한 함경북도 온성(한반도 최북단)까지 산길을 이어 보면 ‘삼천리’가 되지요. 2019년 남북미정상회동으로 떠오른 통일 염원을 담아 그 길을 미리 걸어 본 것 뿐입니다. 한편으로 저처럼 은퇴 후 제 2의 인생을 살고 싶은 분들에게도 작은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해남 땅끝마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나종대(61·나사모산우회)씨가 최근 1350km 산행 종주길을 완주하고 그 과정을 기록해 책 ‘땅통종주’를 펴냈다.

‘땅통종주’는 땅끝마을과 통일전망대를 잇는 종주길이라는 뜻이다. 나씨가 직접 기획한 이 종주길은 월출산에서 출발해 무등산, 영취산, 속리산, 매봉산(태백), 설악산으로 이어진다.

나씨는 지난 2019년 4월 12일 해남 땅끝에서 출발해 2020년 11월 1일에 종주를 마쳤다. 무려 1년 8개월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앞서 백두대간 종주를 두 번 했었습니다. 한번은 산악회원들과 함께였고, 한번은 그 과정을 글로 기록하고 싶어 혼자서 했었죠. 하지만 남들도 많이 다니는 길에서는 좀처럼 나만의 글이 완성되지 않았어요. 처음 걷는 길을 걸어보자 결심한 결과가 이번 땅통종주였습니다.”

나씨는 코스를 총 65개 구간으로 나누고, 매달 2~4개 구간을 꾸준히 걸었다. 산행은 주로 1박2일 동안 20km여를 걷는 식으로 진행됐다. 새벽부터 분주히 산길을 오르고, 해가 지면 마지막 위치를 GPS로 기록한 뒤 근처 소도시에서 숨을 골랐다. 태백산맥 구간에서는 한 번에 3박 4일동안 100km 넘게 산행을 이어간 적도 있었다.

크고 작은 해프닝도 많았다. 하루는 산중 외딴 가옥에서 키우는 목줄 없는 개 3마리가 맹렬한 기세로 달려든 적도 있다. 전자호루라기를 불고 등산스틱으로 물리치려 해도 개들은 좀처럼 물러나질 않았고, 결국 수풀이 우거진 숲을 뚫고 새 길을 만들어 가야 했다. 멧돼지 무리를 마주쳐 옴짝달싹 못하게 되거나 심한 감기에 든 채 힘들게 발걸음을 뗀 적도, 다리에 쥐가 난 채 길까지 잃어버린 경험도 있다.

“힘든 여정이었죠. 무엇보다도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힘듭니다. 혼자서 산을 타다 보면 무서운 것은 물론 잡생각도 많아지고, 지독하게 외롭기도 하거든요. 그럴 때마다 저를 믿고 이해해 준 아내의 모습을 떠올리며 힘을 냈습니다.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일주일 단위로 철저하게 산행 계획을 세워둔 것도 도움이 됐죠.”



나씨는 이 모든 과정을 잡지 ‘사람과 산’에 20회에 걸쳐 연재하고, 이를 묶어 책 ‘땅통종주’를 출간했다. 어릴 적부터 책 한 권을 발간하는 게 꿈이었다는 그는 “삶의 큰 목표 하나를 이룬 것 같아 뿌듯하고, 자부심도 느낀다”고 웃었다.

나씨는 광주 나사모산우회 소속으로 12년 동안 산을 올랐다. 나사모산우회 회장, 산행대장 등으로도 활동했으며 현재 산우회 고문 역할을 맡고 있다.

“광주상고를 졸업한 뒤 41년동안 회사생활에 집중해 왔습니다. 이제는 그간 꿈꿔왔던 일을 마음껏 하고 싶어요. 나이가 있으니 땅통종주 때처럼 무리하진 않겠지만, 산행을 계속하며 글도 쓰고, 사진도 찍으며 산악 작가로서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