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빛가람 혁신도시에 자리한 열두 개 공기업·기관 가운데 여섯 곳이 2020년 상임 임원 연봉을 올렸고, 다섯 곳은 기관장 업무추진비를 전년보다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기업이라면 실적 악화로 임금을 줄이거나 감원할 상황인데도 일부 공기업·기관은 오히려 적자와 당기순이익 감소에도 임원 연봉이나 기관장 업무추진비를 올린 것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나주 혁신도시 12개 공기업·기관 가운데 5개사가 적자 전환하거나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했다. 하지만 당기 순이익이 663억 원 가량 줄어든 한전KPS(주)의 경우 임원 연봉을 평균 5600만 원 넘게 인상했다. 이로 인해 상임 임원은 전년(1억2593만 원)보다 44.7% 증가한 1억8227만 원의 연봉을 받게 됐다. 지난해 나주 혁신도시 12개 공기업·기관들의 임원 연봉 인상률은 0.4%(평균 연봉 1억6392만 원)였다.

취업 준비생들에게 공기업·기관들은 고임금과 안정적 고용 특성 때문에 ‘꿈의 직장’ 또는 ‘신(神)의 직장’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공기업은 낙하산 인사와 방만 경영 등으로 물의를 빚은 적이 많았다. 한데 그 어느 곳보다 엄격하게 요구되는 공기업 윤리마저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적자에도 임원 연봉과 기관장 업무추진비를 올리는 이 같은 공기업·기관들의 행태는 청년 세대를 좌절케 하며 시민들의 눈에도 곱게 보일 리 없다.

경영 상황이 악화됐는데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자구 노력 대신 임원들의 연봉 등을 인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들의 연봉이나 업무추진비 등이 누구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공적 부문을 담당하는 공기업·기관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