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관한 ‘이차전지 소재 부품 시험평가센터’(이하 ‘시험평가센터’) 공모 사업에 충북도가 선정됐다. 이는 전남도가 주도적으로 기획해 올해 정부 예산에 반영한 사업이지만 정작 전남도는 선정되지 못한 것이다. 시험평가센터는 국내 최고 이차전지 연구·시험평가 기관인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이 총괄기관으로, 국내 전지 3대 제조사 모두 ‘수요 기업’과 ‘결과 활용 동의 기업’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사업을 기획하고 준비한 전남도를 제치고 기존 이차전지 산업과 대학·연구기관 등이 집적해 있는 충북도가 사업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에 이어 이번에도 또다시 충북도에 중요 연구개발 시설을 앗긴 셈이다. 어찌해서 번번이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걸까.

여기에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정부 공모사업 선정 평가에 국가균형발전 지표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 집적도나 산업 인프라 등으로만 평가할 경우 정부 공모사업 대부분이 수도권·충청권·영남권에 몰릴 수밖에 없다. 수요 기업과 기존에 구축된 설비·장비와의 연계 등에서도 이들 지역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점에서 전남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실제로 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5~2019년 최근 5년간 국가 연구개발 예산의 88.7%와 연구시설장비 예산의 82.8%가 수도권·충청권·영남권에 지원되고 있다. 이 같은 편중 지원은 지역 간 미래 성장동력 격차로 이어져 지역 불균형을 더욱 고착화하는 결과를 야기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가 공모사업 평가 기준에 ‘국가균형발전’ 항목을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또 국가연구개발시설 등 기반 조성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도 ‘국가균형발전’ 요소를 필수 항목으로 반영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