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강서성(江西省) 사회과학원 대표단이 방한해 지난 17일 광주전남연구원과 공동으로 한국과 중국의 농업, 특히 차 산업 발전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우리나라의 차 재배 규모가 100만㎢인데 비해 강서성은 200배인 2억㎢로서 중국내에서도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명·청시대에는 전체 성 세금의 절반 이상을 차 세금이 차지할 정도로 번영을 누렸으나 최근에는 커피 등 대체 음료의 확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데 2009년도 차산업 규모가 7500억 원 인데 비해 2017년에는 3400억 원으로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커피산업은 작년 6조 3000억 원 규모로 매년 비약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 1인당 연간 차 소비 규모도 80g으로 아일랜드 2960g, 영국 2240g, 일본 1140g에 비해 비교 자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왜소한 실정이다.

중국은 차의 고향으로 세계 각국의 차 문화는 중국에서 유래되었다. 1606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자바에서 마카오로 이전하면서 최초로 차를 유럽에 수출하였다. 특히 영국은 오후 티타임이라 부르는 다과회가 유행함에 따라 중국에서의 차 수입이 급증하였다. 영국은 이로 인한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인도의 아편을 중국에 수출하는 3각 무역을 발달시켰는데, 이는 유명한 아편전쟁으로 발전하였다. 미국의 독립은 영국의 식민지 미국에 대한 가혹한 차세 부과에 따른 보스턴 차 사건으로 촉발된 만큼 차는 세계사의 중요한 흐름에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차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이유는 다도(茶道)가 하나의 예술이며 정신 수련에 좋기 때문이다. 차는 마음이 편안하고 주변 환경이 조용하고 유유자적해야만 진정한 맛을 알 수 있다. 불교는 민간에 차 마시는 풍습을 널리 보급하는데 일조하였다. 불교 신자들의 수양 생활의 중요한 일환이 좌선이다. 불교의 선종(禪宗)은 좌선 방법으로 다도를 매우 중요시했다.

당송시대 다도는 중국의 사대부, 관리들의 필수교양으로 자리 잡았으며 손님을 초청해 차 품평회를 갖는 것이 유행하였다. 차 맛뿐 아니라 물맛, 다구의 아름다움도 같이 평가해 일류 다구는 같은 무게의 황금보다 더 비쌌다고 한다. 중국 당나라 시대 재상 이덕유는 무석 지방에서 나는 혜천수로 차를 끓이길 좋아해 혜천수를 항아리에 담아 봉하게 한 후 무석에서 장안까지 1300km 이상 거리를 역참을 이용해 운송하게 하였다. 유일한 예외는 북송시대 개혁가 왕안석으로 다도의 문외한이어서 정적으로부터 소인이라고 비판받는 빌미를 제공하였다.

차 애호가이자 북송 4대 서예가중 한 명인 채양이 하루는 왕안석을 초청해 절품차를 골라 손수 다구를 씻고 물을 끓여 차를 타서 대접한 뒤 칭찬을 얻고자 했다. 생각지도 않게 왕안석이 기침약을 꺼내 찻잔에 넣어 같이 타 마시자 채양은 아연실색하여 멍하게 앉아 있었다고 한다.

중국의 차 산업은 현재 자극성 있는 커피 등 대체 음료의 수요 급증으로 인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의 명차에는 그에 걸맞은 전설이 있는데, 이러한 스토리텔링 발굴을 통해 차가 아닌 문화를 판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좋은 차나무는 높고 험한 절벽 위에서 야생으로 자란 것을 최고로 친다. 중국 안탕산의 차는 원숭이를 이용 찻잎을 채취하는데 ‘원숭이 노예 차 : 후노차’로 스토리텔링에 성공하여 관광객 유치와 함께 절품차로 비싸게 파는 데 성공하였다.

보성군에서도 차산업 관련 스토리텔링을 위해 보성 녹차 축제, 차 관련 길 조성, 세계 차 식물원 건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스트레스 많은 일상에서 벗어나 이번 주말에는 보성 녹차밭을 찾아 한잔의 차로 여유로움을 즐기는 작은 사치를 누려봄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