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족 행사의 달이다. 어린이날 나들이에 이어 어버이날엔 부모님과 함께 외식을 하며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특히 오늘(5월 21일)은 ‘성년의 날’과 함께 ‘부부의 날’이 함께 있는 특별한 날이기도 하다.

‘부부의 날’은 부부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가자는 취지로 지난 2003년 국회에서 ‘부부의 날 국가기념일 지정에 관한 청원’이 결의되면서 2007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둘(2)이 하나(1)된다’는 의미에서 21일로 정했다고 한다.

‘부부의 날’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치열한 전쟁 끝에 성을 함락한 장군이 성에서 벌벌 떨고 있는 사람들에게 명령했다. “이제부터 이 성안에 있는 모든 남자는 포로가 돼 노예로 끌려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와 여자들은 모두 생명만은 살려 주겠다. 성 밖으로 나갈 때 자기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 한 가지씩만 가지고 나가도록 하라.” 적군의 장수가 명령한 대로 여자들은 가장 귀하게 여기는 물건을 챙기기 시작했다. 어떤 여인은 금반지를, 어떤 여인은 은수저를 챙겼는데 아주 작은 체구의 한 여인은 자기 몸보다 더 큰 보따리를 두 팔로 안고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 나왔다.

검문을 하던 적군이 보따리를 확인해보니 병든 남자 한 사람이 들어 있었다. 적군이 화를 내면서 “누구냐?”고 물어보니 여인은 “비록 병들고 늙었지만 저에게 있어 남편보다 더 소중한 보물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러니 제발 나가게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감동한 적군은 남편의 약값에 보태 쓰라고 돈까지 손에 쥐어주며 내보내 주었다고 한다.

중국 전한의 회남왕 유왕이 저술했다고 알려진 ‘회남자(淮南子)’에는 ‘태산지고(泰山之高), 배이불견(背而弗見). 추호지말(秋毫之末), 시지가찰(視之可察)’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태산이 아무리 높아도 등지면 보이지 않고, 깃털 끝도 자세히 살피면 눈에 보인다는 뜻으로, 아무리 가까운 부부 사이라고 할지라도 잘 살피고 서로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21일은 또한 53번째 맞이하는 ‘광주시민의 날’이다. ‘광주시민의 날’은 1986년 광주가 기초자치단체에서 광역자치단체로 승격한 11월 1일을 기념, 매년 행사가 열려왔다. 그러나 이 날짜가 광주를 대표하는 상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5월 21일을 ‘광주시민의 날’로 기념하게 됐다. 5월 21일은 광주 사람에게는 매우 큰 의미가 있는 날이다. 1980년 5월 당시, 무장한 시민군이 옛 전남도청(광주시 동구 광산동 일원)에 입성한 날이기 때문이다. 계엄군의 집단 발포에 맞서 목숨을 걸고 민주 성지를 지켜낸 이들의 희생을 기리고, 피 흘려 이뤄낸 민주 사회를 잊지 않기 위해 2010년부터 이날을 ‘광주시민의 날’로 지정한 것이다.

광주시는 매년 이 역사적인 날을 기념해 나라의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분연히 떨치고 일어선 광주시민의 정신을 기리고, 시민 역량을 하나로 결집시켜 광주 공동체 구현과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로서의 성장을 다짐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이번 정부에 와서야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온전한 가치를 평가받고 있고, 광주의 5월에도 ‘평화의 바람’이 불어올 것이라는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진실이 적지 않다. 광주의 5월도 마찬가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명확한 진상 규명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5월을 완성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앞서 언급한 회남자의 어구와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 익숙한 것이어도 다시 한번 잘 살피고, 들리지 않는 소리에도 귀 기울여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광주시민의 날’과 ‘부부의 날’을 기념하며 부부는 부부대로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기회를 갖고, 광주시민은 광주 정신을 담아 만들어진 시민의 날인만큼 광주시민으로서의 자긍심과 긍지를 느끼며 진정한 의미의 광주 발전에 힘을 모을 수 있는 날을 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