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기 조선대 기초교육대학 교수] 다시 금남로를 생각하며
2018년 05월 18일(금) 00:00 가가
해마다 5월이면 광주는 무척 아프다. 38년 전 국가 폭력으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희생되고, 그 아픔이 완전하고 제대로 풀어지지 않아서이다. 게다가 올해는 그동안 차마 말하지 못하던 반인도적 죄악들이 드러나고 있어 그 아픔의 무게감이 더해 간다.
그날의 함성과 야만의 중심에는 금남로가 자리하고 있다. 보통 길에는 사람들의 숨결과 역사, 문화, 그리고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삶이 남아있다. 사실 빛고을의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 금남로이다. 조선 중기의 명장인 금남 정충신의 봉호(封號)로부터 그 이름을 따온 금남로는 빛고을의 심장부였다.
지금이야 금남로 하면 당연하다는 듯이 5·18항쟁이 기억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일제 시기에는 ‘명치정(明治町)’이란 이름의 거리 한가운데는 전남도청이 자리 잡았다. 1947년에 일본 이름을 없앤 뒤 금남로라 하고 길도 넓히며 오늘에 이르렀다. 관공서, 은행, 언론사, 문화시설, 호텔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광주 사람들의 발걸음이 제일 붐비는 곳이었다. 또한 바로 옆의 충장로와 함께 광주 사람들의 일상이 만들어지던 거리였다. 금남로는 전남도청으로 상징되는 지배의 공간이며 동시에 권력의 잘못에 대항하는 저항의 공간이었다. 그야말로 지배와 저항이 교차하던 거리였다.
금남로의 역사에는 5·18항쟁만이 있었던 게 아니다. 어쩌면, 5·18항쟁은 이전부터 쌓여온 저항의 역사가 모아진 결과이다. 광주 사람들은 늘 금남로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옳지 못한 것에 저항했다. 1960년 4월 19일 오후 금남로는 교복 입은 고등학생들로 가득 찼다. 그전까지 ‘반공 궐기 대회’를 했음직한 학생들이 “이승만 하야”를 외치며 광장 앞으로 모여들었다. 경찰은 곤봉을 휘두르고 최루탄과 소방차의 물대포를 쏘며 학생들의 시위를 막아섰다. 그날 밤 경찰이 발포하여 지금의 금남공원 앞에서 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쓰러졌다. 4·19혁명을 이룬 뒤로도 시민들은 금남로에 모여들었다. 오늘의 ‘미투운동’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축첩(蓄妾) 출마자’를 반대하는 여성들이 시위하고 ‘남북학생회담’을 추진하던 학생들이 모인 곳도 금남로이다.
5·16군사쿠데타에 좌절한 사람들은 다시 금남로에 모였다. ‘굴욕’이라는 단어에 꼭 들어맞게 진행된 한일회담에 반대했다. 어느새 전남도청 앞 광장은 박정희 정권의 하야를 권고하는 시민들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박정희 정권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을 투입시켜 금남로의 함성을 억눌렀다. 못다 이룬 꿈은 여기에서 멈춰지지 않았다. 학원이 박정희 정권의 군홧발에 질식될 무렵 이것에 반대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학생들은 금남로에 모여 학원 자율화를 외쳤고, 박정희 정권은 이내 군대를 동원해 학생들의 외침을 짓이겼다.
1979년 ‘10·26’이 터져 유신 독재가 몰락하자 사람들은 금남로에 모여 민주주의를 외쳤다. 집회를 열고 횃불을 들며 ‘5·16군사쿠데타’의 허수아비를 불태웠다. 손에 잡힐 것 같았던 민주주의는 ‘유신의 적자’들에 의해 가로막혔다. 군인들이 대학을 점거하고 모든 집회 및 시위는 금지됐다. 언론은 검열이라는 재갈에 물려 침묵과 왜곡을 강요당했다. 학생들은 5월 18일 오전 ‘계엄 해제’를 외치며 금남로를 내달렸다. 이날 오후 4시경 금남로에 공수부대원들이 발을 내딛으며 상황이 급변했다. ‘태양의 후예’들은 국민을 보호하지 않고 되레 곤봉과 총검을 휘둘렀다. 사람들을 붙잡아 옷을 벗기고 무자비하게 두들긴 뒤 끌고 갔다. 5월 21일 오후 군은 전남도청 앞 금남로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발포했다. 분노한 시민들은 쓰러진 사람들을 부축하고 총을 들어 군에 맞섰다. 정부와 군은 광주 시민들을 ‘폭도’로 몰고 의로운 저항은 ‘내란’이나 ‘폭동’으로 깎아내렸다. 5월 27일의 ‘상무충정작전’으로 시민들의 항쟁은 일단 멈춰졌다.
1980년대 내내 금남로는 시민들이 쉽게 모일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전두환 정권은 사람들이 금남로에 모이는 것을 두려워했다. 경찰이 거리를 막고 최루탄과 화염병이 거리를 뒤덮었다. 1987년 6월항쟁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5월이다. 여전히 광주의 5월은 푸르른 날씨만큼이나 아프다. 그리고 아직 5·18의 진상이 ‘빙산의 일각’밖에 드러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금남로가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며, 특히 이 땅 모든 힘없는 사람들의 눈물과 아픔을 담아내는 거리이기를 바래본다. 금남로의 역사 속에 5·18항쟁만이 있지 않았고, 그날의 분노와 함성이 어느 한 사람만의 외침이 아니었듯이.
그날의 함성과 야만의 중심에는 금남로가 자리하고 있다. 보통 길에는 사람들의 숨결과 역사, 문화, 그리고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삶이 남아있다. 사실 빛고을의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 금남로이다. 조선 중기의 명장인 금남 정충신의 봉호(封號)로부터 그 이름을 따온 금남로는 빛고을의 심장부였다.
1979년 ‘10·26’이 터져 유신 독재가 몰락하자 사람들은 금남로에 모여 민주주의를 외쳤다. 집회를 열고 횃불을 들며 ‘5·16군사쿠데타’의 허수아비를 불태웠다. 손에 잡힐 것 같았던 민주주의는 ‘유신의 적자’들에 의해 가로막혔다. 군인들이 대학을 점거하고 모든 집회 및 시위는 금지됐다. 언론은 검열이라는 재갈에 물려 침묵과 왜곡을 강요당했다. 학생들은 5월 18일 오전 ‘계엄 해제’를 외치며 금남로를 내달렸다. 이날 오후 4시경 금남로에 공수부대원들이 발을 내딛으며 상황이 급변했다. ‘태양의 후예’들은 국민을 보호하지 않고 되레 곤봉과 총검을 휘둘렀다. 사람들을 붙잡아 옷을 벗기고 무자비하게 두들긴 뒤 끌고 갔다. 5월 21일 오후 군은 전남도청 앞 금남로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발포했다. 분노한 시민들은 쓰러진 사람들을 부축하고 총을 들어 군에 맞섰다. 정부와 군은 광주 시민들을 ‘폭도’로 몰고 의로운 저항은 ‘내란’이나 ‘폭동’으로 깎아내렸다. 5월 27일의 ‘상무충정작전’으로 시민들의 항쟁은 일단 멈춰졌다.
1980년대 내내 금남로는 시민들이 쉽게 모일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전두환 정권은 사람들이 금남로에 모이는 것을 두려워했다. 경찰이 거리를 막고 최루탄과 화염병이 거리를 뒤덮었다. 1987년 6월항쟁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5월이다. 여전히 광주의 5월은 푸르른 날씨만큼이나 아프다. 그리고 아직 5·18의 진상이 ‘빙산의 일각’밖에 드러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금남로가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며, 특히 이 땅 모든 힘없는 사람들의 눈물과 아픔을 담아내는 거리이기를 바래본다. 금남로의 역사 속에 5·18항쟁만이 있지 않았고, 그날의 분노와 함성이 어느 한 사람만의 외침이 아니었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