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열기가 뜨겁다. 지난 4월 초부터 출판 기념회와 사무실 개소식, 출범식 등 다양한 행사들을 통해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의 입지자들이 지지를 직·간접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자신의 학력과 경력 등을 내세우고 경륜을 자랑하며 표를 요청하고 있다.

이런 선거 정국에서 필자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정신을 논하고자 한다. 다산은 당시 학자 군주이던 정조의 총애 속에 정치에 몸담았고, 그의 심성과 능력을 인정한 왕은 항상 후견인이었다. 그래서 정조 당시에는 다산에겐 큰 환란이 없었지만, 임금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며 고난이 시작되었다. 정계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천주교 대탄압사건(신유사화) 이후 주변 인물들의 참화와 함께 다산은 18년 동안의 기나긴 강진 유배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 긴 귀향 생활 중에서도 빛나는 보석을 만들어냈으니, ‘고을을 다스리던 지방관들의 큰 가르침’이 되는 ‘목민심서’ 48권이 그것이다. 이처럼 다산은 비운의 유배지를 창조적 공간으로 활용하여 백성과 관리를 위한 저술에 여생을 바쳤다. 그는 한쪽 어깨가 마비되고 안경에만 의존하는 상황에서도 붓과 벼루에 의지해 저술을 이어갔다. 유배 생활 이후에도 자신의 학문을 마무리하여 실학사상을 집대성했다. 뿐만 아니라 평생 지은 책이 500권이 넘고 시도 2460편이라는 데는 고개가 숙여진다.

다산이 75세로 일생을 마칠 때까지 폐인이 되도록 저술에 몰두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인간 세상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후세에 꼭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릇 세상을 떠난 뒤에도 다산의 사상이, 가르침이 지금도 늘 회자되는 것은 그의 가르침이 동서고금에 거쳐 옳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6월 지방선거에 지역사회 일꾼으로 나선 후보자들은 다산의 다음과 같은 정신으로 임해야 하리라.

다산 선생은 실학을 집대성한 거물답게 세상을 보는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정했다. 그 핵심은 세상 속의 삶의 기준으로, ‘시비(是非) 기준’과 ‘이해(利害) 기준’을 내세웠다. 시비 기준은 옳고 그름에 관한 것으로서 공적(公的)이고 객관적이며, 이해 기준은 이롭고 해로움에 관한 기준으로서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다. 그런 관계 속에 4가지 등급으로 나누었다. ‘등급1’은 옳은 것을 지키면서 이익을 보는 것, ‘등급2’는 옳은 것을 지키면서 손해를 보는 것, ‘등급3’은 그른 것을 지키면서 이익을 보는 것, 그리고 ‘등급4’는 그른 것을 지키면서 손해를 보는 것이다. 그런데 다산 자신은 스스로를 ‘등급2’로 평가했다. 이는 자신을 스스로 의인(義人)으로 평가했다기보다는 대의 명분상 옳음을 끝까지 지키며 평생을 소신을 갖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것을 자식들에게 가르침으로 남기고자 편지글로 설파했을 것이다.

여기에서 ‘등급2’의 정신은 우리가 꼭 본받아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들이 법을 지키며 공무를 수행하는 일은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뉴스에 오르내린다. 즉 많은 공직자가 ‘등급3’과 ‘등급4’의 경우로 처벌 받는 일이 많기 때문인데, 매년 부정과 횡령, 탈법과 편법 등으로 일그러진 모습이 선출직 공직자들에게도 많다는 것이 더더욱 문제이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부패 공화국’임을 늘 확인하고 있지 않은가? 그들이 바로 서야 지역 사회가, 나라가 바로 설 수 있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 기간에 다산의 정신을 논해보는 것이다.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는 등 한반도에 화해와 평화의 훈풍이 불고 있다. 일제 강점기의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문제가 4대 강국의 이해 관계에 따라 결정되는 비극의 현실에 이제 종지부를 찍고 우리 스스로 나라의 운명을 결정지을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이번 6월 지방선거에서도 우리는 지역 사회의 발전을 주민 스스로 결정지을 기회를 맞고 있다. 지연과 학연, 혈연 등에 얽매이지 말고 오직 다산의 정신으로 활동할 인물을 선출해야 한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통치자는 백성을 위하는 일을 할 때만 존재의 이유가 있다”는 다산의 외침을 되새기고, 유권자들은 지역의 진정한 일꾼을 뽑아 후회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