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하버시티, 빅토리아피크, 디즈니 랜드 등 관광의 도시 홍콩을 대표하는 관광지를 소개했다. 이번에는 한발 더 들어가 그들의 삶을 만나본다. 그들의 문화와 이야기가 있어 더 풍성한 홍콩여행이다.

◇금붕어 시장과 삼수이포=화려한 홍콩 도심을 벗어나 구룡의 외각으로 걸음을 옮겨본다.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엿보기에 가장 좋은 곳은 역시 전통시장이다. 몽콕시장은 관광객들에게는 많이 알려진 곳이다. 금붕어 시장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색색의 관상용 어류가 투명한 비닐 봉지에 담겨 가지런히 진열대에 걸려있다. 다양한 물고기들이 유유히 작은 세상을 돌며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곳. 익숙하게 툭툭 봉지를 돌려 물고기를 담는 상인들의 손길에도 한참 눈길이 간다. 열대어는 물론 거북이, 가재 등도 느릿느릿 걸음을 하고 있다.

없는 게 없는 삼수이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하철 MTR 삼수이포역 D2 출구 쪽에 펼쳐진 넓은 시장은 관광객들에게는 아직 덜 알려진 곳이다. 거대한 전자상가이자 만물상자다.

컴퓨터, 핸드폰, 충전기, 선풍기 등 각종 전자기기가 즐비하다. 상점과 노점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풍경이 독특하다. 고온다습한 기후 탓에 웃통을 벗어젖힌 채 장사를 하는 상인들도 이곳의 풍경이다.

남자들이 좋아할 전자기기들만 잔뜩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 큰 길가로는 옷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서있고 만화 캐릭터가 인쇄된 대형 타월, 우산 등 생활용품도 빠지지 않는다. 온갖 잡동사니를 펼쳐놓고 흥정을 벌이고 있는 고물상과 전통악기인 얼후도 만날 수 있는 그야말로 작은 홍콩이다.

시장에 먹을 게 빠질리 없다. 즉석에서 잡아주는 오리, 생선. 열대 과일이 풍성하게 쌓여있는 주스 가게까지, 더운 걸음이 지치지 않는 볼거리 가득한 여행이다.

◇삶과 예술이 만나는 소호(Soho)=할리우드로드 남쪽(South of Hollywood Road)에서 앞글자를 딴 소호(soho)는 홍콩의 번화가이자 빛나는 밤거리로 유명하다. 이곳에 낮을 밝혀줄 새로운 명소가 생겼다.

지난 4월 예술가들의 창작지원센터로 탄생한 PMQ(Police Married Quarters). 한때 학교였던 이곳은 1951년 경찰가족 기숙사로 다시 문을 열었다. 훌륭한 인물이 많이 배출된, 풍수지리학적으로 명당으로 꼽는 자리를 정부가 홍콩시민에게 기증해주면서 예술의 중심지로 재탄생한 것이다.

서울 인사동의 쌈지마켓과 비슷하다. 개관 두 달 만에 70만 명 이상이 다녀간 이곳에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선정된 100여 명의 디자이너가 이곳에 상주하면서 예술의 꽃을 피우고 있다. 그들의 상상력에는 틀이 없다. 옷, 가방, 생활용품 등에 예술이 입혀져서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얼마 전까지는 이곳이 팬더 세상이 되기도 했다. 동물보호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프랑스 작가 파를로 그란지언(Paulo Grangeon)의 1600마리의 팬더가 전시되면서 이곳의 디자인은 팬더에 집중되기도 했다.

빵집, 디저트 카페, 음식점, 술집도 곳곳에 위치해 있다. 홍콩산 수제 맥주로 갈증을 채우고 다시 눈길을 빼앗겨본다.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면 소호의 밤이 깨어난다. 영국이 지배했던 홍콩, 헐리우드로드에 그들의 취향에 맞춘 카페와 고급 레스토랑들이 밀집했다. 주머니 사정이 부담스럽다면 롼콰이퐁 거리가 있다. 반짝이는 네온 사인 불빛 아래 사람들이 흥겹게 술을 즐긴다. 거리를 향해 툭 터진 술집들, 자리를 잡지 않더라도 편의점에서 산 맥주 하나를 들고 홍콩의 밤을 즐길 수 있는 밤의 거리다.

◇맛과 시간을 즐긴다. 딤섬과 와인=배우 전지현이 연기한 천송이가 이곳의 음식 문화에 ‘치맥 바람’을 일으켰다고 한다. 튀긴 음식을 선호하지 않는 이들이지만 한류 열풍에 빠진 홍콩 사람들로 한국 치킨집이 인산인해다. 맛의 문화, 현지의 맛을 지날 칠수 없다. 딤섬과 와인은 빼놓지 말자.

딤섬은 ‘먹는다’보다는 ‘즐긴다’가 어울리는 음식이다. 한국사람들은 딤섬을 ‘중국식 만두’로 알고 있지만 우리가 흔히 하는 만두는 딤성의 일부일 뿐이다. 80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음식들이 딤섬으로 불린다. 딤섬은 홍콩의 식무화인 ‘얌차(飮茶)’의 한 모습이다.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간단히 풍미를 즐기는 음식이 딤섬이다. ‘먹는다’가 아닌 ‘즐긴다’가 더 어울리는 이유다.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한 개를 받은 딤섬 전문점 ‘팀호완’은 현지인들은 물론 관광객들도 줄을 서서 찾는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진짜 딤섬을 만나보자. 우리에게 익숙한 새우 딤섬, 새우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찬물에 튀기듯 오랜 시간 물에 굴리고 굴린다. 입에 톡터지는 새우의 통통한 아삭함이 ‘아 이게 진짜구나’라는 탄성을 부른다.

홍콩에서 와인을 빼어놓을 수 없다. 롼콰이퐁에는 그윽한 향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가게가 많다. ‘캘리포니아 빈티지’도 유명한 와인바다. 이름대로 캘린포니아산 와인 만이 모여있는 곳. 이곳에는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와인자판기가 설치되어 있어 카드를 사용해 자신이 직접 원하는 와인을 골라 맛을 볼 수 있다. 2.6온스(74g)나 5온스(142g)등 취향에 따라서 양도 조절해 구입할 수 있다.

이밖에 홍콩 여행의 자세한 팁은 홍콩관광청(www.discoverhongkong.com/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