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국민적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광주시와 전남도의 대응이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을 줄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사능검사를 하기 보다 단순히 검사 대상 품목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고정돼 있는데 검사를 할 수 있는 기기를 늘리기보다는 검사 대상만 늘리는 것으로는 실질적인 대응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7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시는 올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대응계획’으로 방사능 검사대상 품목을 기존 400개에서 410개로 늘리기로 했다. 내년에는 10개를 더 늘려 총 420개를 검사대상으로 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검사 대상은 유통식품(광주시 5개 자치구 유통 가공식품 및 농·수산물 150개)과 서부농수산물 도매시장 유통 수산물(130개), 학교급식 식재료(가공식품, 농·수산물 80개)과 로컬푸드(40개) 등 4개 항목이다.

확대되는 검사대상은 학교급식 식재료로, 80개였던 검사대상이 올해 90개로 늘고 내년에는 100개로 늘린다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로컬푸드 검사대상을 줄이고(40개→20개) 도매시장 수산물 검사대상을 20개 늘리기로 했다. 전남도도 검사 대상을 올해 90개에서 내년 270개로 늘리기로 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지자체와 교육청에서 방사능 검사 의뢰가 들어오면 산하 기관인 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을 맡기고 있다.

문제는 검사대상만 늘었을 뿐이라는데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방사능 검사 기계는 각각 2대뿐이다.

한가지 품목을 검사하는데 1건당 1만초(약 3시간)가 소요되지만, 검사장비는 늘리지 않고 검사대상만 늘려 실질적으로 검사대상에 대한 검사주기만 늘었기 때문이다.

결국 검사대상만 늘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방사능 검사를 확대해 불안감을 줄이기 보다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주시는 “식약처에서 수산물 비중을 늘리고 전체 검사 건수는 줄이는 방식을 권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1건당 분석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목표 건수의 상향 조정은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남도 역시 “의뢰를 맡길 때 수산물을 직접 구매해야 하고 검사 비용도 추가로 들기 때문에 검사 건수가 180건 가량 늘어난 것은 큰 변화”라는 입장이다.

방사능검사 전담 연구원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현재 보건환경연구원은 방사능 취급 허가를 받거나 전문 지식을 갖고 검사하는 것이 아닌 ‘업무 분장’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종필 광주환경연합 사무국장은 “현재 광주·전남은 영광군에 한빛원전이 있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우려까지 더해 방사능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며 “연구원 내 전문성을 키우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검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전남도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방사능 물질 자체를 취급하는 것이 아닌 물질 내부에 있는 방사능을 살펴보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자격증은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검사 방법의 확대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광주시와 전남도 모두 감마핵종 분석(요오드, 세슘) 방식의 검사를 하고 있다.

감마핵종 검사는 방사능 사고 지역이나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방사능을 쉽고 빠르게 검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플루토늄, 스트론튬, 삼중수소 등은 알파·베타 핵종 검사로 하는데 감마핵종 검사에서는 이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샘플링 자체가 어느 정도 신뢰를 갖는지가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단순히 검사대상이 늘어났다고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현재는 생활 속 방사선 위험을 우려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라, 저준위 폐기물(방사능 단계가 낮은 폐기물)의 방사능 수치까지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감마핵종 뿐 아니라 베타핵종(삼중수소)까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