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기초생활수급자인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40대가 음식물을 잇따라 훔치다 경찰에 붙잡혀 구속될 처지에 놓였다.

20일 광주북부경찰은 농막에 침입, 음식을 훔치는 과정에서 주인을 폭행한 혐의(준강도·특수절도)로 A(4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14일 새벽 5시께 광주시 북구 석곡동 무등산 주변 농막에 들어가 빵·음료수·캔맥주 등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A씨를 발견한 농막 주인을 가지고 있던 우산으로 때린 혐의도 받고 있다. 다만 농막 주인의 상처는 깊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농막 절도사건 이후 A씨는 집에 거주하지 않은 채 무등산 자락을 돌아다니며 생활하다 지난 18일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된 사실도 몰랐고 돈이 없어서 먹을 것을 훔쳤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2차례 더 비슷한 범행을 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재범 우려가 큰 점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북구 등에 따르면 A씨는 2013년부터 광주시 북구 청풍동에 주소지를 두고 부모와 함께 생활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던 중 2015년 부모가 사망하면서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가 돼 매월 50만원 수준의 기초생활비와 쌀과 김치 등 음식이 제공됐다. 하지만,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A씨는 입금된 현금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다만 광주에 살고 있는 형제들이 가끔 방문해 A씨를 살폈다. 또한 광주북구정신건강센터도 정기적으로 A씨 집을 방문했으나 대인 기피증이 있던 A씨는 행정기관 등 주변 도움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구 관계자는 “A씨가 부모를 여읜 뒤 보살핌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2020년 집 리모델링을 해주고 정기적으로 찾아가 안부를 살피는 등 노력해왔는데 이러한 사건이 빚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