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여기봉(52)씨가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원장 문인성)은 여씨가 지난 24일 전남대학교병원에서 간, 신장(좌·우)을 기증했다고 28일 밝혔다.

여씨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부터 극심한 두통을 호소했다. 급히 응급실을 찾았으나 여씨의 의식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원인은 뇌동맥류가 터져 발생한 뇌출혈이었다. 의료진은 뇌사 판정을 받은 여씨에게 깨어날 가망성이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아내 이희경(50)씨는 “평소 장기기증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장기 기증을 해야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며 “막상 깨어날 가망이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땐 믿기지 않았다. 생명을 살리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남편의 모습을 떠올리며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가 타인을 위해 기증을 결정할 때, 생명 나눔이라는 선순환의 고리가 시작된다고 믿는다”며 “우리 가족이 결정한 이 일이 다른 분들이 용기를 내는 데에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아들 시명씨는 “마지막 길도 역시나 헛되지 않게 아픈 사람을 살리고 가는 것이 아버지가 평소 바라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삶에 희망을 선물한 아버지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대구 출신인 여씨는 전기신문사 소속으로 25년 가량 기자로 근무했다. 지난해 2월 광주로 발령받아 1년 7개월여 동안 광주·전남·북 소식을 전했다.

유가족은 “고인은 아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옳고 그름에 대해 알려주었으며, 대의를 위해 본인을 희생하는 것에 결코 지나침이 없는 사람으로 커야 한다고 일러 주는 올곧은 사람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문인성 기증원 원장은 “그동안 생명 나눔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가족 동의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봉 님의 숭고한 나눔과 가족분들의 결정을 통해 분명 새로운 기회가 올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