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학생들의 ‘코로나 블루’를 치유하고자 인천 교사들이 뮤지컬 배우로 나섰다.

인천 HPI극단은 최근 영암군과 영암교육지원청 초청을 받아 영암미암중, 시종중, 대불초, 삼호서초 4개 학교에서 교육 뮤지컬을 하고 있다. 주제는 ‘마음치료 영어뮤지컬’이다.

최지영(47) HPI극단 총괄이사는 “우리 전통극을 영어로 번역, 교육연극으로 재구성해 학생들이 직접 배우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프로그램은 1~2교시에는 전문 배우를 통해 연극을 배우고, 3~4교시에는 직접 무대에 올라 뮤지컬을 체험해 보는 순서로 진행된다. 초등학생은 상황에 따라 공연 관람만 하기도 한다.

최 이사는 “뮤지컬에서 아이들은 배역으로 자기를 투사시키고, 그 과정에서 성장하고 치유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코로나블루를 겪는 건 아이들도 똑같다. 공연을 통해 자신감과 행복한 에너지를 채워주고 싶다”고 말했다.

HPI는 행복한 나(Happy I)라는 뜻으로, 지난 2006년 결성됐다. 단원 12명은 연극영화과 전공 강사, 문화예술사 강사, 중등교사 자격증(영어) 소지자, 전문아역배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처음에는 연극에 관심 있는 교사들끼리 아마추어 극단으로 활동했어요. 그러다 영어교육 뮤지컬을 하는 교육 극단으로 발전했습니다. 15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뮤지컬이 교육뿐 아니라 마음치료도 된다는 걸 알았죠.”

HPI극단은 영암과 인연이 깊다. 지난 2016년 대불초 등 4개 학교에서 교육뮤지컬 ‘ANNIE’를 공연했으며, 지난해 12월에도 영암중 등 4개 학교에서 찾아가는 아트스쿨 ‘흥부네家 대박났네’를 진행했다.

HPI극단은 최근 영암에도 사무실을 열었다. 여기에는 영암을 교두보로 호남 지역에서 교육뮤지컬 수업을 함께하고 싶다는 의지가 깃들어 있다.

최 이사는 “대도시,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적 혜택을 접할 일이 적은 섬 지역 학생 등과 교류하고 싶다”며 “다문화·한부모 가정 등 소외계층이나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학생 등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HPI극단이 필리핀에서 진행한 교육뮤지컬 공연 장면.

국제 공연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HPI극단은 창단 초기부터 국내 초·중학생들을 이끌고 해외에서 공연해 왔다. 지난 2006년 청소년국제교류 프로그램으로 태국에서 선보인 ‘흥부&놀부’ 공연을 시작으로 필리핀, 캄보디아, 케냐 등지에서 공연했으며, 현재 미국·캐나다 교육 기관·단체와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최 이사는 “마음치료 뮤지컬을 함께 즐기며 아이들이 코로나19뿐 아니라 그간 가정·학교 등서 받은 심리·정서적 상처까지 모두 치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