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그룹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이 상속세 납부 시한을 앞두고 이 회장의 재산 60%가량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공헌 계획을 공개했다. 12조 원대 규모의 상속세는 올해부터 5년간 분납하고, 1조 원의 사재를 출연해 의료 분야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술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방대한 ‘이건희 컬렉션’의 국가에 대한 기증이다. 총 2만3000여 점의 작품 가운데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등 고미술품 2만1600여 점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게 된다. 의재 허백련과 김환기·천경자·이중섭 등 근대 대표작가 작품 1600여 점은 국립 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작가들의 출신 지역인 광주 시립미술관과 전남 도립미술관 등지에 보내기로 했다.

이번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은 귀한 문화자산을 해외로 유출하지 않고 국내에 보존함은 물론 시민들의 문화 향유에 기여하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국립 중앙박물관과 국립 현대미술관은 물론 광주 시립미술관과 전남 도립미술관 역시 수많은 걸작을 기증받아 소장함으로써 박물관·미술관의 품격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

이번 ‘이건희 컬렉션’의 국가 기증을 보면서 미술품 기증 활성화를 위해 미흡한 제도 보완에 대한 공론화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앞으로 미술품 평가액에 대한 세금 공제나 ‘상속세 물납세’ 도입 방안을 검토하자는 것이다. 이번 삼성 일가의 미술품 기증이 척박한 한국사회의 문화예술 기증 풍토를 바꾸고, 소장 예술품을 시민들과 함께 향유하겠다는 기업인들의 문화적 사회공헌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