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2040] ‘나고야 소송 지원회’의 30년 활동에 경의를 보내며
2019년 11월 04일(월) 04:50 가가
임용철 위민연구원 이사·다큐 감독
1년 전인 지난해 10월 30일과 11월 29일 대한민국 대법원에서 역사적인 판결이 있었다. 일제 징용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며 일본 전범 기업으로 하여금 한국 원고들에게 배상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이에 일본 아베 정권은 우리나라 대법원이 이미 1965년 한일 협정으로 끝난 일을 뒤집었다며 수출 우대국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는 강수를 두었다. 이에 우리 국민들은 ‘노 재팬’(NO JAPAN)을 선언하고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맞대응하면서 일본과 경제 전쟁이 한창이다.
악화된 한일 관계의 단초가 되었던 작년 대법원 판결에 광주가 기억할 이름이 있다면 그것은 ‘나고야 소송 지원회’일 것이다. 민족적 자존심을 되찾기 위한 투쟁, 장장 20여 년에 이른 재판, 90이 넘은 고령의 원고 일곱 명이 예외 없이 광주·전남 출신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광주는 어쩌면 나고야 소송 지원회에 큰 빚을 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흔이 넘은 할머니들의 외로운 싸움을 처음에 시작했던 곳은 우리 정부도, 시민사회도 아닌 바로 ‘나고야 소송 지원회’였다.
지원회를 이끌고 있는 다카하시 마코토 회장이 근로 정신대 문제를 처음 접한 건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인 1986년경이다. 고등학교 세계사 교사였던 그는 나고야 지역의 역사를 조사하던 중 태평양 전쟁이 한창인 1944년 나고야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항공기 제작소에 ‘근로 정신대’라는 이름으로 강제 동원된 광주·전남 150명의 소녀들이 강제 노역을 치른 사실을 알게 됐다. 징용 피해자들의 연령이 20대 전후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불과 13~15살 나이 어린 소녀들의 존재는 역사를 가르치는 그로서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였던 것이다.
연고도 없는 광주·전남 땅을 밟은 건 그때부터다. 피해자를 수소문하기 위해 수십 차례 광주를 방문했고, 그 결과 이금주 태평양전쟁 희생자 광주유족회장과 손을 잡고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에 본격 뛰어들게 됐다. 1988년 미쓰비시 공장에 지진 희생자 여섯 명의 추모비를 세운 그는 그 후 10여 년에 걸친 준비 끝에 1999년 드디어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에 이르도록 주선했다.
무료 변론을 자처한 40여 명의 공동 변호단, 그리고 변호단 곁에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나고야 소송 지원회’가 있었다. 곤궁한 처지에 있는 할머니들이 10여 년에 이른 재판을 위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 지원회는 그때마다 할머니들의 항공료와 숙박비 등 일체의 체류비를 지원했다.
냉랭한 일본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활동에도 진력했다. 침략 전쟁을 반성하고 피해자들의 권리 회복을 촉구하는 음악회를 개최하고, 스스로 배우가 되어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길거리에 뿌린 선전물과 소식지만도 수십 만장. 차차 시민들의 발길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현재 회원만 1000여 명에 이른다. 재일 동포가 많을 것이라는 우리의 인식과 달리 99%는 순수하게 양심의 가책을 느껴 동참한 일본 시민들이다. 주부, 퇴직자, 교수, 자영업자, 교원 등 이들은 특별한 직책도 없이 매년 정기 회비를 내며 스스로 이 일에 떨쳐 나섰다. 그 세월이 무려 30년이 넘어간다. 그 사이 40대 팔팔하던 다카하시 마코도 회장도 어느 덧 백발이 되어 팔순을 바라보는 노인이 되고 말았다.
어쩌면 나고야 소송 지원회는 참 바보 같은 사람들이다. 일본법에 호소하며 최고재판소까지 재판을 진행했지만 1965년 한일 협정을 이유로 모두 패소하자 2007년부터 그들은 매주 금요일이면 여지없이 새벽 공기를 가르며 도쿄행 신간선 열차에 오른다. 나고야에서 도쿄까지의 거리는 360여㎞. 광주~서울이 300㎞인 것을 감안하면 서울보다 더 먼 거리다. 도쿄 한복판 시나가와 역과 미쓰비시 본사 앞에서 금요 시위(일명 금요 행동)를 벌여온 것이 내년 1월이면 500회째를 맞게 된다.
필자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기록하여 올해 ‘나고야의 바보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다. 10년 넘게 기록한 그 촬영 원본도 상당히 많은 양이다. 80분 정도 되는 다큐 상영 시간이 나고야 소송지원회의 활동을 다 보여줄 수 없지만 여기저기서 상영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내년 5·18 40주년에 맞춰 개봉을 위해 올 겨울 후반 작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90년 전인 1929년 일제의 불의에 맞서 결연히 일어났던 광주학생독립운동의 발상지, 죽음도 마다하지 않은 민주·인권·평화 도시 광주에서 그동안 근로 정신대 할머니들의 외로운 투쟁을 묵묵히 해 왔던 ‘나고야의 바보들’에게 경의를 보낸다.
아흔이 넘은 할머니들의 외로운 싸움을 처음에 시작했던 곳은 우리 정부도, 시민사회도 아닌 바로 ‘나고야 소송 지원회’였다.
지원회를 이끌고 있는 다카하시 마코토 회장이 근로 정신대 문제를 처음 접한 건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인 1986년경이다. 고등학교 세계사 교사였던 그는 나고야 지역의 역사를 조사하던 중 태평양 전쟁이 한창인 1944년 나고야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항공기 제작소에 ‘근로 정신대’라는 이름으로 강제 동원된 광주·전남 150명의 소녀들이 강제 노역을 치른 사실을 알게 됐다. 징용 피해자들의 연령이 20대 전후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불과 13~15살 나이 어린 소녀들의 존재는 역사를 가르치는 그로서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였던 것이다.
냉랭한 일본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활동에도 진력했다. 침략 전쟁을 반성하고 피해자들의 권리 회복을 촉구하는 음악회를 개최하고, 스스로 배우가 되어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길거리에 뿌린 선전물과 소식지만도 수십 만장. 차차 시민들의 발길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현재 회원만 1000여 명에 이른다. 재일 동포가 많을 것이라는 우리의 인식과 달리 99%는 순수하게 양심의 가책을 느껴 동참한 일본 시민들이다. 주부, 퇴직자, 교수, 자영업자, 교원 등 이들은 특별한 직책도 없이 매년 정기 회비를 내며 스스로 이 일에 떨쳐 나섰다. 그 세월이 무려 30년이 넘어간다. 그 사이 40대 팔팔하던 다카하시 마코도 회장도 어느 덧 백발이 되어 팔순을 바라보는 노인이 되고 말았다.
어쩌면 나고야 소송 지원회는 참 바보 같은 사람들이다. 일본법에 호소하며 최고재판소까지 재판을 진행했지만 1965년 한일 협정을 이유로 모두 패소하자 2007년부터 그들은 매주 금요일이면 여지없이 새벽 공기를 가르며 도쿄행 신간선 열차에 오른다. 나고야에서 도쿄까지의 거리는 360여㎞. 광주~서울이 300㎞인 것을 감안하면 서울보다 더 먼 거리다. 도쿄 한복판 시나가와 역과 미쓰비시 본사 앞에서 금요 시위(일명 금요 행동)를 벌여온 것이 내년 1월이면 500회째를 맞게 된다.
필자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기록하여 올해 ‘나고야의 바보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다. 10년 넘게 기록한 그 촬영 원본도 상당히 많은 양이다. 80분 정도 되는 다큐 상영 시간이 나고야 소송지원회의 활동을 다 보여줄 수 없지만 여기저기서 상영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내년 5·18 40주년에 맞춰 개봉을 위해 올 겨울 후반 작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90년 전인 1929년 일제의 불의에 맞서 결연히 일어났던 광주학생독립운동의 발상지, 죽음도 마다하지 않은 민주·인권·평화 도시 광주에서 그동안 근로 정신대 할머니들의 외로운 투쟁을 묵묵히 해 왔던 ‘나고야의 바보들’에게 경의를 보낸다.
